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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7(3); 2023 > Article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연구 -G대학교 도서관 북클럽 ‘가야(GAYA)’를 중심으로

Abstract

전문대학교는 전문직업인 양성이라는 과제 아래 직업교육과 교양교육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4년제 대학도서관과 비교해서 인력,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대학교 도서관의 수가 적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도 부족하다. 이에 본 연구는 전문대학교 도서관 중심 독서프로그램 모델을 제시하여 실제 사례를 통해 추진 방안 및 교육적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문대학교의 환경, 독자, 문화 특성을 살펴보고, 미하일 바흐친의 대화주의를 기반으로 읽기와 쓰기를 통합한 독서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독서프로그램은 독서 전, 중, 후 단계에 맞추어 설계되었으며, 텍스트를 읽고 쓰기로 응답하는 과정에서 인성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를 G대학교 도서관에 실제 적용하였고, 사례를 분석하였다.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은 문학 텍스트를 기반으로 삶과 인간에 대한 질문에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 응답적 글쓰기로 답하였다. 학생들의 글에는 동일시, 재형상화, 가치관 형성, 위로·공감, 도식화, 사회적 상상력 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해가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텍스트를 포함하면서, 텍스트를 넘는 의미를 재생산하였다. 이러한 응답적 이해는 주제를 내면화하고, 인성 함양에 도움을 주었다. 본 연구의 차별점 및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직업교육이 주를 이루는 전문대학교에서 도서관이 중심이 된 교양교육 독서프로그램 참고 모델을 제시하였다.
둘째,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실제 사례 분석을 통해 추진 방안 및 교육적 의의를 제시하였다.
셋째, 대학도서관 사서의 독서교육자로서의 역량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Abstract

Under the task of cultivating professionals, the imbalance between vocational education and liberal arts education is deepening. In addition, compared to university libraries, the number of college libraries operating reading programs is small, and related research is lacking. Therefore, this study presents a library-centered reading program model for junior colleges and examines it through actual cases.
The environment, readers, and cultural characteristics of junior colleges were examined, and a reading program that integrated reading and writing was constructed based on Mikhail Bakhtin’s “dialogueism”. The reading program was designed according to the pre-, middle-, and post-reading stages, and was applied in the library of G College, after which the case studies were analyzed. The differences and significance of this study are as follows.
First, a library-centered liberal arts reading program was presented at a junior college where vocational education was the main focus. Second, a reference model for the library reading program of colleges was presented. Lastly, the need for competence among college librarians tasked with educating students in reading was presented.

1. 서론

고등학교 졸업 이후, 43.9%가 책 읽기를 멈춘다(문화체육관광부, 2021). 대학생 독서 실태와 인식 조사 연구(권이은, 2021)에 의하면 대학생은 책과 독서에 관심은 있으나, 독서의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고, 독서에 대한 구체적인 코칭과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 독서와 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 정체가 장기화되면 얼리터러시(Aliteracy1))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 즉, 대학생의 책 읽기 멈춤 현상은 졸업 후 사회인이 되어서도 계속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대학교는 대한민국 고등교육기관이다. 고등교육법 제47조에 의하면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전문대학교는 전문직업인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직업교육과 교양교육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대학교에서는 최소한의 교양 학점 수업과 실습⋅취업⋅창업을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다수가 구성되어 있고, 인문학 및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기구는 부재한 현실이다.
대학도서관은 학술 연구와 교육의 중심기관이다. 또한 독서를 장려하고 활성화시켜 사회 전반적인 지식⋅정보 교류와 평생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대학 내 필수 시설이다. 하지만 전문대학교 도서관은 독서 진흥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정독실의 역할로 주객전도 되어가는 실정이다. 설문조사2) 결과에 의하면 전문대학교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요 목적3)으로 과제물 작성이 36.2%, 정독실 이용이 35.4%로 과반수(71.6%) 이상이 과제와 정독실 이용 목적으로 도서관을 활용하고 있다. 대학도서관은 자기 주도 학습과 자격증 획득을 위한 정독실 제공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전공교육의 연장선이 아닌, 대학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철민(2021)은 전문대학교에서 직업교육과 교양교육의 극적인 대립과 상하관계에 주목하였고, 인간의 전반적인 성장과 발달을 위해 전공과 교양은 공존 혹은 병행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하였다.
제2차 대학도서관진흥 종합계획(2019~2023) 7대 추진과제 중 ‘기초소양함양 프로그램 운영’의 내용에 따르면 기초교양교육지원은 비판적 사고, 창의성, 의사소통, 협력 등 인문학적 사고 및 능력 함양을 위한 독서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다(이용재, 이지욱, 2019: 369). 교육부에서 역시 대학도서관에서 인문학적 사고와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도서관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김영철(2017)은 도서관 비교과 독서프로그램이 정규 교과 과정에서 보완을 요구하는 활동으로써의 가치가 있고,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교육 수요자 중심의 활동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조아라(2016)는 대학생의 독서량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학생들이 독서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서프로그램의 다양한 모형들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지욱, 이용재(2020)는 국내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독서프로그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독서프로그램은 학습 지원을 넘어 문화교류의 장으로써의 역할도 수행해냈다.
이처럼 많은 연구자와 실무를 맡고 있는 사서들이 대학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여러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4년제 대학도서관에 국한된 것이 많다. 4년제 대학도서관의 경우 대다수의 도서관에서 독서 관련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문대학교 도서관의 경우 독서 관련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용재, 이지욱, 2019: 370). 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 독서프로그램 운영에 배정받는 예산은 매우 작고, 있는 금액마저도 감축시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 실현 가능한 교양교육 독서프로그램을 제안하고자 한다. 직업교육에 밀려 교양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문대학교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의 이념과 독서의 가치를 탐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4년제 대학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연구에 비해서 미진한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연구 확장에 기여하고,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여 많은 전문대학교 도서관에 참고 모델이 되고자 한다. ‘평생 독자’로서 인생 전반에 걸쳐 책을 읽고 사유하는 습관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교 학생들에게 생소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2.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구성

본 연구는 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 실현 가능한 독서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전문대학교의 환경적 특성, 독자적 특성, 대학생의 문화적 특성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 선행연구를 진행하였다. 이후 바흐친의 대화주의를 기반으로 전문대학교의 세 가지 특성을 반영하여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2.1. 환경 특성

전문대학교 도서관은 4년제 대학도서관과 비교해서 독서 관련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률이 30% 낮고4), 선행연구조차 미비하다.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 프로그램 운영 저해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본 연구 지역인 경상남도 전문대학교를 대상으로 2022학년도 기준 독서 및 문화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표 1>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 및 문화프로그램 운영 현황 (경상남도)
대학 프로그램 수 프로그램 운영 방법 비고
거제대학교 3 경품, 공모, 권장도서, 글쓰기
경남도립거창대학교 3 경품, 서평, 권장도서
경남도립남해대학교 0 - 1인 사서로 인한 인력 부족
김해대학교 3 공모, 독서 클럽, 경품
동원과학기술대학교 10 공모, 권장도서, 글쓰기(독서⋅영화 감상), 포트폴리오, 필사, 백일장(글, 시), 인문학특강, E-BOOK 제작, 퀴즈, 서평, 경품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활용
마산대학교 2 SNS 인증, 글쓰기, 경품
연암공과대학교 2 공모, 글쓰기, 경품
진주보건대학교 2 독서토론, 독서 모임, 글쓰기, 경품 경남신문 보도
한국승강기대학교 0 - 1인 사서로 인한 인력 부족
한국폴리텍대학교 진주 0 - - 도서관 홈페이지 X (도서 검색만 가능)
- 사서 부재
한국폴리텍대학교 창원 2 경품
한국폴리텍대학교 항공 0 -
경남지역 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는 평균적으로 2.25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동원과학기술대학교가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을 활용하여 경남지역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반면 사서 수가 적을수록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학생 1,000명 당 사서 수가 4년제 대학교는 1.2명, 전문대학교는 0.6명으로 4년제 대학교에 비해 전문대학교의 인력이 평균적으로 절반 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22). 따라서 전문대학교 독서 관련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률이 낮은 이유로 적은 인력을 들 수 있다.
프로그램 운영 방법을 살펴보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경품을 주는 운영 방식이 가장 많았고, 다독자 시상, 독서 감상 공모전을 다수의 대학이 공통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도서관이 독서문화 형성 기회를 제공해 주거나(독서 모임, 권장 도서), 공모를 통해 상금을 주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4년제 대학도서관과 운영 방식을 비교하면 4년제 대학도서관이 더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독서 골든벨, 독서 멘토링, 북페어, 북페스티벌, 북콘서트, 평생교육 연계, 교과 연계, 정보 활용 교육 연계 등이 있다. 또한 전문대학교 독서문화 프로그램은 재학생 대상인 경우가 많으나, 4년제 대학도서관의 경우 전국민이 참여할 수 있거나, 전국 독서토론 대회를 준비하는 도서관도 있었다. 규모나 운영 방식 면에서 4년제 대학도서관이 더욱 방대하고, 다양하게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2.2. 독자 특성

독서교육에서 독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자에게 독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 수준과 맞지 않은 책을 권해 책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트린다거나, 독자의 흥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책을 선정해, 책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 이러한 읽기에 대한 정서적 반응(The emotional response to reading)이 부정적(어렵다, 재미없다)일수록 책맹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김혜정, 2019). 따라서, 평생 독자를 양성하기 위한 독서교육에서 참여 학습자의 생애주기별 독서 발달 단계와 책을 읽지 않는 요인을 분석해 적절한 독서 자료의 난도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대학교는 매년 만학도 수가 증가5)하면서, 성인 학습자 안에서도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전문대학교에 진학하거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다른 직업을 가지기 위해 전문대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우성덕, 2022). 대학생을 생애주기에 따라 분류하면 청소년 독자이자 성인 독자라는 특징이 있다. 청소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에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청소년 기본법 제3조 1항에 의하면, 청소년은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이는 성인 중에서도 대학생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시기에는 텍스트에 담겨 있는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나아가 나를 둘러싼 현실의 세상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독자 정체성이 형성된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성인 독자는 대학생을 포함하여 직업을 갖고 사회 활동을 수행하는 연령대의 사람을 의미한다. 이 시기에는 직무와 관련된 독서와 개인 차원의 자유 독서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이순영, 최숙기 외 3명, 2015: 58-59).
이 밖에도 대학생은 미국 국립교육연구학회에서 발표한 독서 능력 발달 단계 중 성숙독서기(Advanced Stage of Reading)에 해당한다. 성숙독서기란 독서의 흥미가 깊어지면서 독서의 습관도 붙게 되고 태도가 세련되는 시기를 말한다(손정표, 2000: 61-62). 또한 전문대학교 학생은 독서 흥미 발달 단계 중 사색기에 해당한다. 사색기는 기존 지식에도 의심을 가져 보고 철학적 사색적 입장에서 원리를 규명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개하는 시기를 말한다(황금숙, 김수경, 2022: 55). 대학생은 독서 습관과 독서 태도를 성숙하게 형성할 수 있는 시기이자, 책에 있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전개할 수 있는 시기이다.
오유리, 오정례(2022)는 지금까지 연구된 전문계 고등학생의 독서 활동에 대해 조사하였고, 그들에 따르면 전문계 고등학생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독서 실태, 독서 동기, 독서 태도, 독자 인식 모두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전문대학교로 진학하는 전문계 고등학생 수가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전문대학교 학생이 생애주기별 독서 발달 단계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과 성인 독자 이전의 독서 발달 단계에서 놓칠 수 있던 요소를 고려해서 독서 자료의 난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전문대학교 학생들의 독서 실태는 어떠할까? 2021년 12월 2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본 연구의 대상인 G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6)를 실시하였다. G대학교 전체 재학생 1428명 중 214명이 참여하였다. 이 중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이 40.2%로 집계되었다7).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8)로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답변(60.3%) 다음으로 책을 읽지 않아서(13.6%)라는 답변이 많았다.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학생이 10.7%, 1~2권 읽는 학생이 45.3%, 3~5권 읽는 학생이 23.4%, 6~9권 읽는 학생이 8.4%9)로, G대학교 학생 56%가 성인 연간 독서량 평균 4.5권에 미치지 못하고, 87.8%가 고등학생 연간 독서량 평균 12.6권에 미치지 못한다(문화체육관광부, 2021). G대학교 학생들은 성인과 고등학생과 비교해보았을 때 독서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대학교 학생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10)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39.9%). 둘째,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았다(10.7%). 셋째,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고(6.5%), 읽을 만한 책이 없다(4.7%). 이에 본 연구는 책을 읽지 않는 요인을 제거해서 일차적으로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독서 자료를 선정하였다.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은’ 학생들에겐 글의 양도 하나의 부담이 된다. 글의 양이 작은 그림책부터 장편소설까지 나아가는 과정은 생애주기별 독서 발달 과정과도 닮아있다.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는 전문대학교 학생들에게 읽어야 할 글의 양을 줄여줌으로써 독서 시간 단축 및 대화와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글밥이 작다고 해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나 내용이 얕지 않으며, 단편적인 내용에서 의미를 찾아 나가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학생들을 위해 전문대학교 학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친숙한 소재와 내용으로 독서 자료를 선정하였다.

2.3. 문화 특성

김난도(2021)의 2021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분석을 살펴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MBTI11)다. MBTI는 일종의 레이블링 게임으로 자기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레이블)를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화된 노력을 말한다. 에브리타임12)에는 MBTI 게시판이 생겼으며, MBTI별 첫눈에 반했을 때 하는 행동, MBTI로 보는 팀플할 때 역할, 연봉 비교 등 MBTI는 대학생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1020세대 10명 중 8명은 친구를 사귈 때 MBTI 유형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친구를 사귈 때 선호하는 MBTI가 있다는 응답자가 84%가 나왔다(유채영, 2023).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를 구할 때 MBTI를 물어보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온라인으로 직접 찾는 문화가 생겼고(서충식, 2023), MBTI를 취업할 때까지 활용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김세린, 2023).
코로나19로 단절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나, 단순히 16개의 유형으로만 사람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그 사람에 대한 편견과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이는 “MBTI 과몰입 현상”으로 불리며, “횡령할 MBTI(배효주, 2023)”, “ENFP는 남자로 안 보인다(장연우, 2023).” 등 뉴스 기사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MBTI 과몰입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심리학적 관점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전환시킬 때, 그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

2.4. 독서 자료 선정

폴 리쾨르는 자기 이름으로 지칭된 행동의 주체를,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에 걸쳐 동일한 사람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근거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폴 리쾨르, 2004: 246)고 말했다. 때문에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개인의 서사 안에서 다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야기는 삶을 모방하고,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삶을 배운다. 그는 이러한 해석학적 순환 구조를 통해 자기 이해에서 인간의 이해라는 더 높은 층위로 다가가게 된다고 말한다(이민용, 2010: 264-265). 본 연구에서는 서사가 있는 문학 작품을 활용하여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거시적인 주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성질과 인간다움에 대한 철학적 고민, 즉 인성의 영역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인성은 학자마다 개념이 조금씩 달라지나 김수현(2018)은 인성의 공통적인 요소로 “인간이 추구하고 성취해야 할 인간다운 성질과 품성, 자질, 덕”으로 규정하였고, 인성을 자기 이해,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와 세계에 대한 이해, 실천,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는 인성의 4영역을 활용하여, 실천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자아-타자-사회가 연결될 수 있도록 주제에 맞는 문학 독서 자료를 선정하였다.
첫 번째 주제는 ‘자기 이해’ 이다. 이국환(2012)은 구조화된 텍스트를 재구조화시킬 때 텍스트를 뛰어넘는 의미가 생기며, 텍스트를 재해석할 때 자기 이해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독서란 독자가 텍스트를 만나 그것을 해석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생활 세계와 잇는 행위이다. 이를 독일의 철학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는 적용(Application)이라고 표현하였고,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는 전유(Appropriation)라고 표현하였다. 가다머의 적용은 독서를 통해 재형상화한 의미가 실제 삶에 적용되는 순간을 뜻하며, 리쾨르의 전유는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자기 이해란 독서의 과정에서 나와 다른 자기를 발견하고, 책을 읽기 전의 나를 버리고 텍스트로부터 더 성장한 자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이다.
다비드 칼리의 『쉿!』은 박쥐 휴고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잠자는 동물들을 깨우며 생기는 이야기이다. 휴고는 악어를 통해 자신이 잠이 오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다. “휴고, 넌 박쥐야! 박쥐는 낮에 잠을 자잖아!”(다비드 칼리, 2021: 18) 자기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타인을 따라하게 되고, 타인에게 기준을 맞추어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동물이 밤에 잠을 자니까, 밤에 잠을 자야한다고 생각했던 휴고라는 인물의 서사는 타인을 따라해 본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독서를 통해 ‘나’를 이해해볼 수 있기에 다비드 칼리의 『쉿!』을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첫 번째 도서로 선정하였다.
두 번째 주제는 ‘가치관 정립’이다. 가치관 정립은 자기 이해의 한 영역으로, 보다 더 나은 가치를 선택하는 기준은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을 말한다. 가치란 어떤 것이 나에게 좋은 것(선한 것)이란 판단 하에서 나의 갈망이나 욕망의 대상이 되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가치가 상대적이라는 것은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이는 모든 이에게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은 없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가치에 대한 학문이 주어질 수 있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사유와 본질의 지평에서 주어질 수밖에 없다(이명곤, 2020). 즉, 가치란 그 본질을 사유할 수 있을 때 논의될 수 있으며, 이는 책을 읽고 독자만의 의미를 생성해서 이를 공유하는 작업과 유사하다. 루이 라벨은 가치의 개념이 발생하는 것을 인간성의 차원에서 추구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가치관을 정립하여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송지현의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은 돈이 되지 않는 능력에 대해서 고민하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미주는 앨범을 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뮤지션이다. 돈이 되지 않는 능력에 지쳤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도 못 하겠는 미주에게 새로운 변화들이 찾아온다. 늦은 나이에 유럽 여행 비행기표를 끊고 밤마다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이모와 낙향해서 잘 팔리지도 않는 핫도그를 파는 가게 사장을 보며 미주는 다시 노래를 부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미주의 서사는 돈이 되지 않지만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들을 떠오르게 한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우리는 매 순간 선택에 놓여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그 기준이 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기에 송지현의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두 번째 도서로 선정하였다.
세 번째 주제는 ‘타인에 대한 이해’다. 타인을 다 안다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에 관해 생각하고, 그 감정을 배려하는 것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을 묘사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 자밀 자키(2021)는 공감은 “고정된 기질적 특징보다는 기술에 더 가깝다”고 하였고, 공감 능력은 서사예술을 통해 기를 수 있음을 설명한다. 그는 서사예술이 현재에서 풀려나도록 도와주며 허구가 주는 거리감은 안전하게 공감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공감의 영역에서 타인을 이해해보는 시도는 타인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자만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자아와 타자 사이에 반응하는 다양한 감정선을 고민하게끔 한다.
김금희의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은 불행을 공유하며 여름을 보냈던 ‘나’와 ‘장의사’의 성장 이야기다. 대학 진학에 거듭 실패한 삼수생 ‘나’는 여전히 좋지 않은 수능 성적으로 생각지도 않던 대학에 진학하면서 한 고비를 넘긴다. 반면 의대 적응에 실패하고 휴학한 ‘장의사’는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기만 한다. 작년과 달리 많은 변화가 있었던 ‘나’는 여전한 장의사의 불행에 의미 없는 호응을 한 뒤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하던 장의사를 뒤로 한 채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 장의사와의 마지막 기억이고, 장의사는 끝내 자신의 의지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내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여름이었던 걸까.”(김금희, 2021: 48) 문학 작품 속에서 ‘나’는 있었을 지도 모르는 어떤 기회를 놓쳤고, 되돌릴 수 없지만, 독자는 다르다. 독자는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었던 미래였을까를 고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타인(장의사)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나’와 ‘장의사’의 되돌릴 수 있었던 가능성을 통해 타인에 대해 이해해볼 수 있기에 김금희의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을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세 번째 도서로 선정하였다.
네 번째 주제는 ‘사회에 대한 이해’이다. 독자는 특정한 시대, 국가, 사회, 계층, 세부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 안에서 특정한 문화를 공유하며 성장하고 생활한다(이순영, 최숙기 외 3명, 2015: 64-67). 즉, 독자는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문화 영향 아래에서 텍스트를 이해하고, 텍스트 밖의 세상을 구성하게 된다. 헤르만 헤세는 문학작품을 읽을 땐 비단 몇몇 인물과 사건들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작가의 방식과 기질, 내면의 풍경, 나아가 작풍이나 예술적 기법, 사고와 언어의 리듬까지 접하게 된다(헤르만 헤세, 2022: 129)고 말했다. 문학작품 속에는 작가가 인식하는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독서는 작가의 세계를 감각하는 행위이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때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세계를 인식하게 되고,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겼던 사회 현상까지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감각하게 된다.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은 알코올성 치매로 기억을 잃은 노숙자 독고가 염여사를 만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편의점을 방문하는 손님들과 독고가 만나 다양한 해결책을 찾는 이야기이다. 노숙자 문제, 청년취업난, 세대 갈등, 가장의 압박감, 의료사고 등 이 작품에서는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불편하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각 인물의 고민과 서사는 텍스트 밖의 사회를 인식하게 만든다. 독서를 통해 ‘사회 속의 나’를 이해해볼 수 있기에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을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마지막 도서로 선정하였다.

2.5. 대화주의

독서는 사전적으로 책(글)을 읽는 행위로만 정의되어 있지만, 읽기에 대한 응답적 글쓰기가 있어야 독서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읽기와 쓰기의 본질이 대화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화할 때 발화 주체의 교대를 통해 소통하게 된다. 화자가 말하면 청자는 듣고, 청자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말한다. 청자가 화자가 되고, 화자는 청자가 되며 대화가 이어지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문어적 소통은 저자의 글을 독자가 읽고 글쓰기로 응답(Answerability)하는 것이다. 미하일 바흐친은 독자의 이런 응답을 통해 동의, 반대, 공감, 수용, 적용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을 ‘응답적 이해’라고 하였다. 저자↔독자가 그 위치를 서로 바꾸며 계속해서 응답할 수 있는 이유는 대화의 ‘종결불가능성’ 때문이다. 텍스트는 그 자체로 결말이 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텍스트는 읽히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으며, 텍스트는 독자의 응답을 기다리는 존재이다. 독자는 읽는 순간 텍스트(저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읽지 않으며, 그래서 텍스트의 의미는 다원화되고, 영원히 종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종결되지 않는 순환적⋅대화적⋅가역적 관계를 ‘해석학적 순환’이라고 한다(이재기, 2017). 읽기와 쓰기의 이러한 대화주의적 특성을 적용해, 해석학적 순환 독서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그 내용은 <표 2>와 같다.
<표 2>
전문대학교 도서관 대화주의 기반 독서프로그램 구성
① 스키마 형성 ② 응답 ③ 대화 ④ 글쓰기 ⑤ 응답 기다리기
독서 전 독서 중 독서 후
- 스키마 형성
- 텍스트 이해도 향상
- 응답적 이해 (1차)
- 팀원과 공유
- 팀원과의 대화
- 구어적(화자와 청자) 소통
해석학적 순환
독자 → 저자 저자 → 독자
- 응답적 이해 (2차) : 대화적 글쓰기
- 독자를 염두에 둔 글쓰기
- 댓글 달기
- 문집 발간
전문대학교 도서관 대화주의 기반 독서프로그램은 크게 독서 전, 중, 후 단계로 구성되었다. 독서 전 활동으로는 문학작품의 배경이나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통해 ①스키마 형성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황우석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소설을 읽기 전 황우석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공부해보고, 황우석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을 소개하며, 일차적인 이해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 스키마 형성 작업에 해당한다. 또한 그림책을 오랜만에 접하는 성인 학습자들에게 “그림책 하면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적어보거나 그려보게끔 하는 것도 스키마 형성 작업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독서 중 활동으로는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장면과 이유를 찾아 간단한 글로 정리해보았다. 이는 텍스트 읽기에 대한 첫 번째 ②응답에 해당한다. 이때 비동시적으로 독서 자료를 읽고, 동시적으로 팀원과 인상 깊은 장면을 공유하였다. 인상 깊게 본 장면들을 함께 공유하며, 팀원들은 자신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되고, 책을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독서 후 활동으로는 문학 작품 속 상황과 자기 생각을 연결할 수 있는 발문에 답을 해보고, 이를 팀원과 ③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대화는 저자-독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화자-청자 사이의 폭넓은 응답이 가능하게 된다. 다음으로 지금까지의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와 반응을 적용한 ④글쓰기에 들어간다. 이때 글쓰기는 독자를 염두에 둔 글쓰기며,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고 갖춘 글쓰기를 말한다. 이는 텍스트에 대한 두 번째 응답이자, 텍스트의 의미를 종결하지 않고 다시 재의미화시키는 창조적인 과정이다. 학습자의 대화적 글쓰기가 끝나면 이를 SNS(북클럽 단체방)에 올리고 ⑤응답을 기다린다. 텍스트의 독자였던 학습자는 저자가 되고, 학습자의 글은 하나의 텍스트가 되어 또 하나의 응답을 기다리게 된다. 팀원은 다시 독자가 되어 팀원의 창작물에 댓글(응답)을 단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글쓰기를 모아 문집을 만들어 더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한다.

2.6.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 북클럽 가야 (GAYA)

지금까지 전문대학교의 환경⋅독자적 특성 및 대학생의 문화적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고, 주제에 맞는 독서 자료도 선정해 보았다. 그 특징과 대안을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표 3>
전문대학교 환경⋅독자⋅문화적 특성과 독서프로그램 반영
구분 특성 독서프로그램 반영
환경 - 적은 사서 수
- 도서관 프로그램 미비
- 소수 인원으로 구성
- 내실 있는 독서프로그램
독자 - 만학도의 증가로 인한 다양한 연령대
- 전공, 자격증 공부로 인한 독서 시간 확보 어려움
- 낮은 독서량
- 독서에 대한 부정적 인식
- 개인 맞춤 독서 제공 (큰글자책, E-BOOK 활용, 스키마 제공)
- 질적 독서 제공(그림책, 단편 소설) 활용
- 독서교육자로서의 역량 : 사서와 함께하는 북클럽
문화 - MBTI 과몰입 현상
- 인간에 대한 이해 욕구
- 문학 독서 자료 선정
- 대화주의 기반 독서교육
전문대학교 도서관은 적은 인력과 작은 규모라는 환경적 특성상, 많은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는 소수 인원으로 내실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연구에서는 7명의 학생이 북클럽에 참여하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학습자가 모여있는 전문대학교 독자 특성상, 개인 맞춤형 독서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본 연구에서는 작은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만학도를 위해 큰글자책이나, 전자책의 글자 크기 확대 기능을 활용하였으며, 황우석 사건에 대해 모르는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배경지식을 사전에 제공해 주었다. 또한 독서 시간 확보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양적 독서보단 그림책과 단편소설을 활용한 질적 독서를 제공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독서량이 낮고 독서에 대해 흥미를 못 느끼는 전문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자율적인 독서보다는 어느 정도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이때 사서에게 요구되는 것이 독서교육자로서의 역량이다. 사서는 촉진자13)(促進者)로서 적절한 발문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 시키고, 사유를 증폭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전문대학교 도서관의 특성을 고려해 “사서와 함께하는 북클럽”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학도서관 사서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정보 제공(Reference Service)의 역할이나 행정 업무 지원(Administration Support)의 역할을 주로 담당해왔다. 전문대학교 도서관 사서는 직접 학생들과 대면하고, 소통하여 양질의 독서로 이끌어줄 수 있는 독서교육(Reading Education)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문대학교 도서관에서는 더욱 개별화되고 맞춤화된 독서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MBTI 문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 욕구를 발견하였고, 과도한 MBTI 문화 집착이 과몰입 현상을 낳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인성의 4가지 영역의 주제와 부합하는 문학 독서 자료를 선정하였다. 문학 텍스트를 읽고 글쓰기로 응답하는 대화적 글쓰기를 활용하여, 주제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독서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프로그램 이름은 지역 대학의 정체성과 독서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북클럽 가야(GAYA)로 지었다. <표 4>는 북클럽 가야(GAYA)의 차시별 세부 계획표이다. <표 5>는 인성의 4가지 영역에 필요한 사고나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독서 전⋅중⋅후 발문을 정리하였다.
<표 4>
북클럽 가야(GAYA) 세부 계획표
차시 도서 자료 활동 목표 활동 주제
1 다비드 칼리, 『쉿!』 그림책을 읽고 자아정체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자아정체성 이해
2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 대한 독서에세이를 쓸 수 있다. 자기 이해 글쓰기
3 송지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문학작품을 읽고 일상생활 속 다양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가치 탐색
4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뒷내용을 상상하여 소설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가치관 정립 글쓰기
5 김금희,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문학 작품을 읽고 ‘나’와 ‘타자’ 사이의 관계를 다양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관계 속 타자 인식
6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며 편지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타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7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문학작품 속 사회 구조적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사회구조 인식
8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독서에세이로 표현할 수 있다. 사회적 주체로서의 글쓰기
<표 5>
인성 영역 독서 전⋅중⋅후 단계별 발문
인성영역 단계 발문
내적 (자기 이해) - ‘그림책’ 하면 떠오르는 것을 모두 적어봅시다.
- 표지만 보고 어떤 내용일지 추측해 봅시다.
-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비싼 것과 저렴한 것을 나누어 봅시다.
- 제목과 첫 문장을 읽고 어떤 내용일지 추측해 봅시다.
-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자유롭게 적어봅시다.
- 읽기, 인상 깊은 장면⋅구절과 이유, 한줄평, 평점
- 휴고는 왜 밤에 잠자려고 했을까요?
- 휴고처럼 누군가를 따라 해본 경험이나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자유롭게 적어봅시다.
-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의 만족스러운 모습과 아쉬운 모습을 자유롭게 적어봅시다.
- 미주가 야시장 노래 대회에 나가보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독서 전 활동에서 작성한 비싼 것, 저렴한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중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 봅시다.
- 중요하다는 가치 기준은 무엇인가요?
태도(실천) - 책을 읽고 떠오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 대해서 독서에세이를 작성해봅시다.
- 모두가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생성하려 하는데 팔리지 않는 재능은 문제인 걸까? 미주가 계속해서
- 노래를 불렀을지 생각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뒷이야기를 상상해봅시다.
관계 (타인에 대한 이해) -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을 찾아 적어봅시다.
- 제목과 첫 문장을 읽고 어떤 내용일지 추측해 봅시다.
- 황우석 사건을 아시나요?
- 읽기, 인상 깊은 장면⋅구절과 이유, 한줄평, 평점
- 원미우동 앞에서 ‘나’는 장의사에게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다면 달라질 수 있는 여름이었을까요? 상상하여 적어봅시다.
- 주인공 ‘나’의 입장이 되어봅시다. ‘나’의 말과 행동은 장의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었을까요?
- ‘장의사’의 입장이 되어봅시다. 장의사에게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었다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을까요?
태도(실천) - 책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 봅시다. <받는 사람> ①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 / 내가 상처를 준 사람 ② 나에게 힘과 위로를 준 사람 / 내가 힘과 위로를 준 사람
외적 (사회에 대한 이해) - 불편한 순간이나 불편한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적어봅시다.
- 읽기, 인상 깊은 장면⋅구절과 이유, 한줄평, 평점
- 책 속 인물들은 각각 어떤 불편함이 있었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찾아 적어봅시다.
- 책 속 인물 중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누구입니까? 그 이유도 함께 적어봅시다.
-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얘기 나누고 싶은 질문을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친구와 공유해 봅시다.
- 친구들과 북클럽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점과 하고 싶은 말을 롤링페이퍼에 담아 봅시다.
태도(실천) - 책을 읽고 떠오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속의 나’에 대해서 독서에세이를 작성해봅시다.

3.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실제

3.1. 연구 방법 및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앞선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연구자가 직접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실행하여 그 양상 및 의미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독서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가진다.
  • 첫째, 독서교육을 통한 인성 함양

  • 둘째, 독서 모임을 통한 의사 소통 역량 강화

  • 셋째, 독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어렵다, 재미없다) 감소

본 독서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인성 역량 기반 대학 독서교육 연구(김수현, 2018)를 참고하여 인성을 4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고, 인성 교과목의 평가과제 및 평가도구(최경애, 이영선, 2022)를 참고하여 응답적 이해별 행동지표를 구성하였다. 응답적 이해란, 텍스트 읽기에 대한 글쓰기 화답 과정에서 보이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통틀어 말한다. 따라서 한 책을 읽고도 응답적 이해 과정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본 연구는 연구대상자가 응답적 글쓰기 과정에서 보인 이해 과정을 총 7가지로 분류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표 6>과 같다.
<표 6>
응답적 이해에 따른 행동지표
목표 인성영역 응답적 이해 행동지표
인성함양 내적 (자기 이해) 동일시 -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자신을 투영하여,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기
재형상화 -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기
가치관 정립 -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고, 가치관을 근거로 상황 판단하기
관계 (타인에 대한 이해) 분석 -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타인의 경험, 관점, 동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공감과 위로 - 상대방이 느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기
외적 (사회에 대한 이해) 도식화 -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이미지화하기
사회적 상상력 - 개인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 분리하기
태도(실천) 대화적 글쓰기 - 텍스트를 읽고 글로 화답하기
본 독서프로그램은 경상남도 김해시 G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2022년 3월 2일부터 2022년 3월 18일까지 북클럽 회원을 모집하였고, 총 7명의 학생이 지원하였다. 2022년 3월 24일부터 2022년 6월 9일까지 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총 8차시 현장 적용하였다. 먼저 연구대상자가 대학생 7명이라는 한계가 있기에 일반화에 제약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표 7>은 참여 학생 명단이다.
<표 7>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참여 학생 명단
이름 학과 나이 성별 특징
A 사회복지상담과 만 54세 - 음악을 전공하였고, 교습소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전문대학교에 진학하였다. 늘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삶이 다하는 날까지 배우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 현재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B 사회복지상담과 만 42세 - 부모님이 물려주신 사업체를 정리하고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였다.
- 현재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C 응급구조과 만 29세 -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직업을 하고 싶어서 이 학과에 지원하였다고 한다.
-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재능이 있다.
D 안경광학과 만 23세 -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학과를 보고 전문대학을 선택하였다.
- 전문대학이라는 편견을 실감하며 좌절도 했지만, 현재는 대학원 진학 및 교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E 임상병리과 만 20세 -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높고, 재능이 있다. 특히 소설 쓰기를 좋아했으며, 책을 읽고 개별적으로 그림도 그렸다. 성장 과정 중 작가와 화가로 진로를 고민하였다.
F 임상병리과 만 19세 - 불안을 자주 느낀다.
- 책을 읽고 분석하는 걸 좋아하고, 참여 학생들이 찾아내지 못한 부분을 잘 찾아낸다.
G 임상병리과 만 21세 - 내성적이다.
-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게 편하다고 한다.
본 독서프로그램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고,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하였다. 전문대학교 졸업 후 4년제 대학교에 편입해서, 대학원 진학 의사를 밝힌 학생이 3명 있었고, 이들 중 한 명은 교수를 꿈꿨다. 그림 그리기가 취미고, 재능이 있는 학생이 2명 있었다. 이 학생들은 독서프로그램이 끝난 후 책과 관련된 그림을 따로 제출하기도 하였다.
참여 학생들은 활동지(반응지)를 개별 작성하였고, 활동지에 작성하지 않은 발표 내용은 녹음하여 기록했다. 차시별 참여 학생들의 반응 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프로그램 참여 태도, 질문 사항, 발표, 활동지(반응지) 결과물을 분석해 독서프로그램을 통한 인성 함양과 교육적 의의를 밝히고자 한다.

3.2. 응답적 이해를 통한 인성 함양

3.2.1. 동일시

  • 모든 동물들이 눈을 감고 있을 때 휴고 혼자 밤에 눈을 뜨고 돌아다니는 그림이 인상 깊었다. 잠이 안 오는 이유를 알지 못해서 돌아다니던 (a) 휴고에게서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잠들기 전, 악어가 말해준 한 마디에 불안했던 마음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글자로만 보면 악어가 화가 났다고 생각할 법 했지만, 그림에 나와 있는 악어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 것을 보고 악어는 휴고를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으로 인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림책을 읽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b) 휴고에게 나를 투영했던 것 같다. (c) 본인이 본인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남이 알려줘서)

    학생 F 인상 깊은 장면과 이유(밑줄은 연구자)
학생 F는 텍스트 속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b)하였다고 밝히며, 텍스트 속 주인공과 불안함(a)이라는 정서를 함께 공유하며 읽었다. 이는 학생 F의 응답적 이해의 과정으로, 동일시(Identification)를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시란 문학적 텍스트를 읽어가는 가운데 등장인물과 자신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다른 무언가와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영역 가운데 하나다(이국환, 2011: 529). 같은 텍스트를 읽은 다른 참여자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학생 F는 주인공에게서 해석해냈다. 텍스트가 형성한 정서의 결, 강도, 지향, 주름은 독자마다 다르고, 정서가 형성되는 텍스트 속 지점이 분산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서의 기원은 텍스트가 아니라 실제로는 독자일 개연성이 높다(이재기, 2019: 259). 학생 F의 동일시는 응답적 글쓰기 과정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학생 F는 텍스트 속 주인공이 스스로 자아정체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는 지점을 포착하여 수동적 자기 이해가 아쉽다(c)고 응답했다. 이는 학생 F가 텍스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해하였으며, 텍스트의 결말과 합의하지 않고, 의미를 지연하고 재생산하였다. 이는 저자와 독자 간의 종결 없는 대화이며, 텍스트의 의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하나의 텍스트로 거듭나게 된다.

3.2.2. 재형상화

  • 재밌는 혹은 어른스러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투를 따라 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과 편안하게 대화하고 싶어서, 그 사람들처럼 사고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따라 하다 보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줄 알았다.

  • 어림도 없었다. 오히려 그 사람들처럼 의연하고 초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 자괴감이 더 커지기만 했고 그 때문에 단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a) 따라 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낀 사람들이 나에게 지적했고, 그것 때문에 상처받고, 우울함에 자책만 늘었고, 나를 지적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지적받을까 두려웠고 불안했다.

  • 그렇게 몇 년을 사니까 (b) 우울함을 느끼는 게 하루일과 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우울해지고,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이게 너무 싫었다. 이렇게 몇 년이나 불안함에 살았는데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드니 극복하지 못하는 게 너무 한심해서 이유 없는 불안함에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 억지로 행복한 이유를 덧씌우려고 노력했다.

  • 오늘도 그랬다. 북클럽 마치고 기숙사를 가는 길에 알 수 없는 불안함에 하늘을 봤다. (중략) 내 롤모델의 모습과 다른 행동을 하며 생겼던, 계속적으로 부정했지만 결국 무의식적으로 인정을 해버렸던, 불안이 (c) 내가 인정하고 있지 않았던 ‘나’를 다시 직시하게 해주었기에 오늘은 내가 가졌던 불안에게 아주 조금 고마웠다.

    학생 F 독서에세이(밑줄은 연구자)
학생 F는 응답적 글쓰기를 통해 텍스트 속 주인공과 동일시했던 이유를 더욱 구체화하였다. 주인공이 불안해 보인다고 해석했던 이유는 학생 F가 불안했기 때문이고, 자신의 불안함과 그것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하고 있는지까지 상세히 서술하였다. 학생은 응답적 글쓰기 과정에서 닮고 싶었던 사람을 따라 하던 자신의 옛날 모습을 떠올렸다. 따라 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낀 주변 사람들의 지적으로 상처 받았던 경험(a)으로 인해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해지는 자신의 버릇(b)을 고백하였다. 폴 리쾨르는 인간의 모든 경험이 근원적으로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을 전제하며, 독서 경험 이전에는 없었던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 자기 이해로 이어진다고 하였다(이기언, 2009: 420-421). 학생 F는 독서 경험을 통해 ‘인정하고 있지 않았던 나’를 발견하였고(c), 그 모습마저 ‘나’임을 인정한다.
텍스트 속 주인공이 자신이 박쥐라는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고, 남들처럼 밤에 자려고 하는 서사를 읽으며 학생 F는 동일시를 느꼈고,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 했던 자신의 경험을 글쓰기로 재형상화했다. 재형상화는 폴 리쾨르의 삼중의 미메시스 과정에서 마지막 과정에 해당하며, 다시 그려보는 작업을 뜻한다. 미메시스 Ⅰ, Ⅱ, Ⅲ은 각각 전형상화, 형상화, 재형상화 작용을 거치며, 전형상화는 이야기되기 이전의, 이야기되기를 기다리는 체험된 시간의 층위를 말한다. 형상화는 전형상화 과정에서 체험된 시간에 구조를 갖추어 이야기하는 과정이다. 형상화는 현실을 재현하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때문에 구조화된 텍스트 내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텍스트 내부의 역동성은 텍스트의 경계를 넘어 텍스트 밖, 독자에게로 전달된다. 재형상화는 이런 텍스트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독서 행위를 통해 텍스트의 세계와 독자의 삶을 연결하는 것이다(김휘택, 2011). 재형상화는 저자가 그린 세계를 독자로 하여금 ‘다시 그려보게끔’ 요청하는 것이고, 학생 F는 형상화된 텍스트를 읽고 재형상화(독서에세이)하면서 자신의 삶과 연결시켰다.

3.2.3. 가치관 정립

  • 애물단지

    - 사실 처음 핫도그 먹었을 때 망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 그래요?

  • - 근데 계속 보니까 (a) 내 노래랑 핫도그가 닮았더라고요. 다른 것에 비해 평범해서 찾는 사람이 없는데도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무작정 시작한, 그런 점이. 그래서 애착이 생겼나. 내가 하고 싶었다는 이유로 무작정 도전했던 노래가 실패하니까 이후에 뭘 할 용기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다른 것을 도전했다가 또 실패했을 때, 노래를 시작하기 전처럼, 도전에 용감했던 나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서웠어요. (b) 내 노래는 그냥 내 인생에서 애물단지였는데, 핫도그 선물 받았던 그 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 - 핫도그는 선물하지 못한다고 말했던 그날이요?

  • - 맞아요. 제 생각에서 핫도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뱉는 순간 (c) 선물로 핫도그를 받았잖아요. 그 일이 계속 생각났어요. 핫도그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내 노래도 선물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핫도그가 나한테 용기를 줬나.

    학생 F 뒷이야기 상상하여 소설 쓰기(밑줄은 연구자)
텍스트는 하나의 완성된 단편 소설로 끝을 맺었지만, 그 의미를 종결하지 않고 학생 F의 응답적 이해를 바탕으로 뒷이야기를 재창조하였다. 학생 F가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한 부분은 텍스트 속 주인공이 추구하는 ‘능력주의에 대한 가치’이다. 학생 F는 실패한 뮤지션 미주의 ‘노래’와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한 핫도그 가게 사장의 ‘핫도그’를 ‘평범하고, 시장성이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가치(a)’로 개념화하였다. 학생 F는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14))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텍스트 환경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냈다. 이 가치관은 학생 F의 소설의 핵심 가치관으로, 돈이 되지 않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애물단지(b)’ 같은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선물(c)’이 될 수도 있다는 담론을 자신이 만든 가상 공간에 재형상화하였다. 학생 F는 형상화된 텍스트를 읽고 재형상화(뒷이야기 이어쓰기)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시켰다. 학생 F의 작품 속 미주는 텍스트 속 미주이면서 동시에 학생 F를 대변하는 가상의 인물인 것이다.

3.2.4. 분석

  • 촉진자(사서) : 주인공 ‘나’의 입장이 되어봅시다. ‘나’의 말과 행동은 장의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었을까요?

  • 학생 G : ‘나’에게는 별 거 아닌 말이어도 누군가에게는 듣고 싶은 말이었을 수도 있어요. 듣고 싶은 말을 해주었을 때 분명히 장의사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a)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좋은 말을 해준다면 분명 장의사에게도 변화가 있었을 거예요. ‘나’ 역시 극한의 상황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장의사를 도와줄 수 있었을 거예요.

  • 학생 F : 주인공 (b) ‘나’는 지속적으로 장의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상태였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장의사가 이미 결정하고, 정리하고 있는 상태로 보였어요. 원미우동에서 장의사는 이미 ‘나’와 마지막일 것을 직감하는 듯 보였고, ‘나’와의 마지막을 더 오래 보내고, 기억하고 싶은 느낌이었어요.

    학생 F, G 대화 ①(밑줄은 연구자)
타인에 대해서 이해해보기 위해서 촉진자는 텍스트 속 두 등장인물의 입장과 관련된 두 개의 질문을 준비하였다. 첫째, ‘나’의 말과 행동은 장의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학생 G와 학생 F의 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학생 G는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다면 장의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a)이라고 이야기했다. 학생 F는 이제 막 불행에서 벗어난 주인공 ‘나’가 지속적으로 장의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상태였는지(b)를 물으며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 촉진자 : ‘장의사’의 입장이 되어 봅시다. 장의사에게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었다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을까요?

  • 학생 F : 그건 타인이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혼자 일어서야 해요. 그때만 내 힘듦을 (타인에게) 버리는 거예요. (a) 타인까지 힘들게 만들어버릴 거예요.

  • 학생 G : (b) 힘든 순간에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있을 거고, 지지가 있는 한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학생 F, G 대화 ②(밑줄은 연구자)
둘째, 장의사의 입장에서 본인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었다면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학생 F는 타인까지 힘들게 만들어버릴 것(c)이라고 말했고, 학생 G는 힘든 순간에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b)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참여 학생들은 텍스트 속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관점에 따라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인물이 어떤 환경 속에 놓여 있는지까지 다양한 맥락 속에서 인물(타인)을 이해해보려고 시도하였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고, 같은 타인을 두고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참여 학생들은 구어적 대화를 마치고, 파편적으로 떠올렸던 생각들을 정리해 응답적 글쓰기 단계로 나아간다.

3.2.5. 공감⋅위로

  • (a) 바다 보고 싶다라고 하면 갑자기 바다 보러 가고,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하면 좀 멀어도 먹으러 가고 그랬는데 정말 많이 그립다. 너랑 같이 놀러갔을 때 맛있는 거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이고, 여행도 많이 가서 사진도 많이 찍어놓고, 병문안이라도 자주 가서 심심할 때 말동무도 되어주고, (b) 힘내라고 자주 말했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학생 G 편지(밑줄은 연구자)
학생 G는 텍스트 속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장의사의 서사를 읽으며 떠오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썼다. 학생 G는 아파서 먼저 떠난 수신자와의 과거 추억을 재현(a)하며, 과거로 자신이 돌아간다면 수신자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과 수신자가 기뻐했을 행동들에 대해 고민(b)한 흔적들을 편지에 담았다. 학생 G는 형상화된 텍스트를 읽고 수신자와의 경험을 편지 형식으로 재형상화하면서, 타인과 나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해보며, 타인의 입장에 접속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었다. 이는 학생 G의 편지에 응답한 팀원들의 댓글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표 8>은 학생 G의 응답적 글쓰기 순환 과정이다. 텍스트는 학생 G(독자)에게 질문한다. ‘나’의 말과 행동은 장의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었을까? 학생 G(독자→저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장의사처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친구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며, 잊지 않고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립고 보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학생 A(저자→독자)는 학생 G의 마음에 공감하였고, 비우고 받아들였던 자기 경험을 얘기하며 위로로 응답한다. 학생 E(저자→독자)는 학생 G의 한 편의 완성된 글(편지)을 읽으며 공감에 그치지 않고, 죽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였다. 학생 E는 죽음을 ‘어렵고 끝나지 않는 숙제’로 표현하며, 학생 G의 글을 종결시키지 않고 의미를 지연하고 확대하였다.
<표 8>
타인에 대한 이해 응답적 글쓰기 순환 과정 (학생 G)
학습 과정 주체 내용
텍스트 독자 “내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여름이었던 걸까.(김금희, 2021: 48)”
응답적 글쓰기 (편지) 독자→저자 아파서 먼저 떠난 친구를 떠올리며, 친구와의 추억을 재구성하고,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담았다.
응답 기다리기 (댓글) 저자→독자 학생 A 마음이 짠하니 아프네. 우리는 만남에 익숙하지만 헤어짐과 떠나보냄은 익숙하지도 않아요. 떠나보냄조차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지요. 호스피스 공부를 하면서 비움과 내려놓음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느 시기와 때가 되니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힘내시고 파이팅 해요!
학생 E G는 참 강한 사람 같아요. 저는 말로 괜찮다 하지만 사실 오랫동안 사무치고 아파하거든요. 매일 생각합니다. 내 곁에 누군가 한 명씩 가는 걸 보면 죽음은 참, 어렵고 끝나지 않은 인간의 숙제 같다고요.

3.2.6. 도식화

학생 C는 인상 깊은 장면[그림 1]을 도식화하여 응답하였다. 경만은 4년째 동결인 연봉과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회사 내 본인의 입지, 쌍둥이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이다. 그는 가정에서 느끼는 안락함도 없었으며, 참참참 세트(b)에 의존해 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는 알코올 중독자이다. 학생 C가 만든 도식화 그림(a)에서는 경만과 가족의 관점의 차이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경만(아버지)의 관점에서는 직장 내 스트레스, 불안정한 고용 문제, 가족 문제, 사회적 시선, 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가족 안에 가장이 있고, 그 모든 압박감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고 있다.
[그림 1]
학생 C 인상 깊은 장면
kjge-2023-17-3-119-gf1.jpg
  • 현실적인 인물이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힘든 가장의 모습 같다.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일에 치이고 돈도 많이 못 버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인물

    학생 D 인상 깊은 구절(밑줄은 연구자)
학생 D는 텍스트 속 가장의 문제를 “악순환의 굴레”로 도식화[그림 2]하여 사회구조를 비판하였다. 학생 C와 D는 텍스트 속 한 인물이 처해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언어적(도식화) 도구를 활용하여 표현하였고, 차시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다양한 형태의 응답이 나왔다.
[그림 2]
학생 D 인상 깊은 장면
kjge-2023-17-3-119-gf2.jpg

3.2.7. 사회적 상상력

  • 의료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받으려면 (a) 환자 가족이 직접 알아내야 한다. 전혀 의학 지식이 없는 민간인이 진단서를 받아내서 이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 단어인지 독학을 해서 밖에 찾아낼 수 밖에 없다. 맨땅에 헤딩이라고 생각한다. 의학용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임상병리과)으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들에게 영상이라도 남아 있다면,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술실에는 CCTV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F 독서에세이(밑줄은 연구자)
의료 사고를 낸 후 가정 불화와 죄책감으로 인해 기억을 잃고 노숙자가 된 텍스트 속 독고라는 인물을 보며, 학생 F는 수술실 CCTV 설치 문제에 대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접근한다. 학생 F는 의료사고에 대해서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공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였다(a). 밀즈는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책에서 공적인 성질의 것(Public issues of social stucture)과 사사로운 개인적인 고민거리(Personal troubles of immediate milieu)를 구분할 것을 요청하였다(김영무, 2011: 36-38). 즉,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 F는 공적인 문제(의료사고피해 보상)를 사적인 고민(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직접 알아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적 구조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하였다. 학생 G는 형상화된 텍스트를 읽고 재형상화(독서에세이)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라는 의미를 생산해냈고, 이로써 텍스트의 의미는 종결되지 않고 열리게 된다. 그렇다고 학생 F의 글이 최종적인 대화는 아니다. 이는 학생 D의 댓글로 학생 F의 글의 의미가 재생산된다.
<표 9>는 학생 F의 응답적 글쓰기 순환 과정이다. 텍스트는 학생 F(독자)에게 질문한다. 수술실에 CCTV가 있었다면 독고는 의료사고를 저지르고 처벌을 강하게 받았을까? 학생 F(독자→저자)는 텍스트가 던진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다. 학생 D는 학생 F의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읽고 수술실 CCTV 설치가 야기하는 문제를 정리해 댓글을 달았다. 학생 F는 학생 D의 댓글을 보며 반대 입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재응답하였다.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주고받으며 나와 의견이 다른 타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되며, 순환적 대화 과정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는 종결 불가능해지고, 학습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문학 작품과 문학 작품을 둘러싼 인간의 근원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표 9>
사회에 대한 이해 응답적 글쓰기 순환 과정 (학생 F)
학습 과정 주체 내용
텍스트 독자 “수술은 치과 쪽 최가 맡아 하고 있었고, 나는 최가 집도하는 것을 살피다 상담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것이다. 내가 안심시켰던 나의 환자는 그렇게 고스트 닥터에게 수술을 받다 사망하고 말았다.(김호연, 2021: 254-255)”
응답적 글쓰기 (독서에세이) 독자→저자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해서 수술실에는 CCTV가 있어야 한다.
응답 기다리기 (댓글) 저자→독자 학생 D CCTV를 설치하게 된다면 환자의 알 권리는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의료인들은 의료 사고 및 분쟁에 대비하여 최소한의 방어적인 수술만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환자의 생존율과 회복률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또한 CCTV 녹화로 수술에 관련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돼 있어 실질적으로 환자에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집도의의 수술 집중도만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의사들의 외과계 지원 기피를 발생시킬 것이고 이로 인한 의료 체계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의료사고 및 대리 수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를 견제하는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가 아닌 근본적인 원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다.
학생 E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의사라는 직업이 아니라고 가정했을 때, 내가 일하는 모습을 CCTV로 다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싫을 것 같다.
재응답 (답변) 독자→저자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반대 입장을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됐다

3.3. 교육적 의의

독서프로그램을 마치며 참여 학생들은 <표 10> 자기평가를 했다. 학습자의 자기평가와 촉진자의 평가를 기반으로 독서프로그램 후 참여 학생들이 스스로 인식한 변화는 다음과 같다.
<표 10>
학생별 자기 평가
독서프로그램을 마치며, 참여 후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요?
이름 응답
A 독서프로그램을 통해서 책을 더 좋아하게 되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젊은 친구들과 의견과 토론을 주고 받으면서 세대 공감을 느끼면서 나의 자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생각들 등 많은 것을 배웁니다.
B 잊어버리고 싶었던 나의 과거, 흑역사를 되새김질 하고 나의 자존감과 나를 (더욱) 사랑하고 아끼는 계기가 되었다.
C 모임은 싫지만 그로 통해 대화하며 들어주는 게 좋았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풀고가는 기분이 들어 생각 의외였다. 목요일만 기다려졌다.
D 독서의 폭이 넓어짐.(현대 소설의 재미, 그림책의 재해석), 글쓰기 능력 향상,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습관이 생김
E 고지식한 면이 많았으나 독서 프로그램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고정관념도 사라지고 토론에 대해 더 좋아하게 되었다. 발표나 말하는 것이 좀 더 좋아짐.
F 제 생각과 일치하지 않으면 그 생각대로 존중하려하지 않고 누가 맞고 틀림을 가려냈었다. 독서 프로그램을 하면서 나의 그런 점을 인지하고 활동을 했으나 개선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느껴지셨길 바라요.
G 나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간 것 같고 그림책을 읽을 때 표지나 각 장에 있는 그림들에 대해 더 유심있게 관찰하게 되었고 그림책은 어린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편견을 깨부수게 된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첫째, 응답적 이해를 통한 인성 함양이다. 참여 학생들은 총 4편의 대화적 글쓰기 과정에서 응답적 이해가 이루어졌고, 능동적으로 이해한 내용을 글로 표현하며 주제(인성의 4영역)를 내면화할 수 있었다.
둘째, 의사소통 능력 강화이다. 참여 학생 중 다수가 독서프로그램 참여 후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습관을 형성하고, 발표⋅토론⋅말하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셋째, 책과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향상되었다. 독서프로그램 후 설문조사 결과,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책과 문학에 흥미가 생겼다.’는 답변이 5점 만점에 4.86점이 나왔다. 이는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참여 학생이 만점(5점)을 선택한 것이다.
넷째, 참여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 독서량, 독서 흥미도가 향상되었다. 1학년을 제외한 학생 5명의 도서관 대출률을 직전 학기와 비교해보면, 전체 대출 권수는 46권이 늘었으며, 평균 9권이 늘었다. 학생 G는 34권으로 대출율이 가장 많이 올랐으며, 참여 학생 중 두 명의 학생이 2022학년도 1학기 G대학교 다독자로 선정되었다.

4. 결론

전문대학교는 전문직업인 배출에 초점을 맞추어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최신 실습 장비를 구축하고, 산학협력 체결에 힘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쉽게 놓칠 수 있는 것이 학생들의 독서다. 지식과 기술만 습득한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은 사유하는 능력이다. 독서는 문자를 이미지화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상상하게 되고, 책 속의 경험과 뜻을 사유하게 된다. 대학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해 기존의 연구가 모두 인지하고 있고,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마저도 4년제 대학도서관에 국한되어 전문대학교 특성에 맞는 독서프로그램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전문대학교의 환경, 독자, 문화 특성을 고려하여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모형을 제시하였다. 독서프로그램은 텍스트의 대화적 특성을 활용해 응답적 글쓰기로 구성하였다. 참여 학생들은 텍스트가 던지는 질문에 글쓰기로 답하고, 학생들의 글은 다시 팀원과 공유하며 대화한다. 이러한 독서의 순환 작용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를 종결시키지 않고, 지연하고 확장한다.
본 연구의 차별점 및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직업교육이 주를 이루는 전문대학교에서 도서관이 중심이 된 교양교육 독서프로그램 참고 모델을 제시하였다. 도서관이 비교과에서 교양교육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인성의 4영역을 주제로 독서 자료를 선정하였다. 이어 대화주의를 적용하여 자신의 사유를 글쓰기로 응답하고, 이해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독서프로그램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2022학년도 1학기에, 사서의 기획 하에 비공식적으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번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2022학년도 2학기, 2023학년도 1학기에 전문대학교 혁신지원사업 예산을 받아 정식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이처럼 본 연구는 전문대학교 도서관 중심 독서프로그램 모델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활성화에 기여하고, 교양교육의 역할을 강화하며 연구가 다양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문대학교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실제 사례 분석을 통해 추진 방안 및 교육적 의의를 제시하였다.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은 문학 텍스트를 기반으로 삶과 인간에 대한 질문에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 응답적 글쓰기로 답하였다. 학생들의 글에는 동일시, 재형상화, 가치관 형성, 위로⋅공감, 도식화, 사회적 상상력 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해가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텍스트를 포함하면서, 텍스트를 넘는 의미를 재생산하였다. 이러한 응답적 이해는 주제를 내면화하고, 인성 함양에 도움을 주었다.
셋째, 대학도서관 사서의 독서교육자로서의 역량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사서교사의 주도하에 독서교육이 시행되는 경우가 있으나, 대학도서관의 경우 사서가 행정의 역할만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본 연구는 사서의 주도하에 읽기와 쓰기를 통합시킨 대화주의 독서교육을 전문대학교에 적용하였고, 참여 학생들은 독자에서 저자로, 다시 저자에서 독자로 순환하며 텍스트와의 대화 작용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전문대학교 특성 상 자격증 공부와 취업 준비에 책 읽기를 멈춘 학생들에게 독서 경험 제공과 평생 독자 양성은 전문대학교 도서관의 숙제이기도 하다.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 구성원이 되어 살아갈 학생들에게 사서로서, 한 명의 독서연구자로서 인문학 책을 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삶은 직업으로 모두 귀결되지 않는다. 직업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많은 수단 중 한 가지일 뿐, 자신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다. 가령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간호사로서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고, 유아교육과 학생들에게 유치원 교사로서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대학교가 학생들에게 사회 다방면의 기술과 생계유지 수단을 만들어 주고, 보다 윤택한 삶을 줄 수 있다면, 그 부속기관인 도서관은 독서를 기반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되어 영위하고, 평생 독자로서 읽고 쓰면서 사유할 수 있는 삶을 선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연구는 시작 단계이며, 후속 연구를 통해 전문대학교 도서관 비교과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들이 더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Notes

1) 김혜정(2019)은 Aliteracy를 ‘책맹’으로 규정하며, 책맹(Aliteracy)은 ‘자발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것이지 독서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서를 하지 않는 비(非)독서와 구분하였다. 또한 책맹은 독해에 필요한 인지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에 난독증(Dyslexia)과도 구분되며, 책 읽기를 싫어하는 성향적 특징이 있다.

2) 2021학년도 G대학교 재학생 대상 도서관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참고하였다. 설문조사 대상, 참여자 수, 문항, 응답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Ⅱ-2. 독자 특성 참고.

3) 도서관을 이용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과제물 작성을 위하여(36.9%), 정독실 이용을 위하여(29.9%), 도서 열람 및 대출을 위하여(27.6%), 비도서자료 및 연속간행물을 이용하기 위하여(3.3%), 전자책 이용을 위하여(2.3%)

4) 전문대학 52.6%, 4년제 대학 82.6%가 독서 및 문화프로그램 운영 (이용재, 이지욱, 2019: 370)

5) 만학도 전문대학교 지원 수가 2017년 5997명에서 2021년 8150명으로, 2153명 급증하였다. 26세 이상 만학도는 매년 증가해 2020년에는 2만 명을 돌파했다. (이중삼, 2021)

6) G대학교 재학생 대상 독서 실태 설문조사 문항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 조사 문항을 참고하였다.

7) 도서관을 어느 정도 이용하십니까? 한 달에 2번 이상(44.4%), 없음(이용하지 않음)(40.2%), 주 1-2회(10.3%), 주 3회 이상(3.7%), 매일(1.4%)

8)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60.3%), 책을 읽지 않아서(13.6%), 필요한 자료가 없어서(12.1%), 이용 방법을 몰라서(2.8%), 위치를 몰라서(1.4%), 기타(9.8%)

9) 1년에 책을 몇 권 읽습니까? 1-2권(45.3%), 3-5권(23.4%), 10권 이상(12.1%), 0권(10.7%), 6-9권(8.4%), 설문조사 시 전공도서와 인문⋅교양도서를 따로 구분하지는 않았다.

10)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무엇입니까? 공부(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9.3%),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17.3%),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10.7%), 책을 읽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10.3%), 다른 여가활동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8.4%), 어떤 책을 읽어야 될지 몰라서(6.5%),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4.7%), 기타(2.8)

11) MBTI(Myers & Briggs Type Indicator)는 마이어스와 브리그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성격 검사이며, 피검사자가 특정 상황 등에서 선호하는 인식, 태도, 행동, 선택 등을 묻는 검사지 문항들에 답변하면, 그 결과를 종합하여 성격의 특징을 유형화해서 보여준다. 성격유형은 총 16가지이며, 각 유형은 네 가지 성격적 특성을 표기한 4개의 알파벳 철자로 제시된다.(최수이, 김수정, 2012: 148)

12) 대학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며 대학생 다운로드 1위 어플

13) 특정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고려대 한국어대사전)

14) 수용전념치료에서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 개발하고 인식한 믿음이나 언어를 말한다. 대개 ‘나는 ~이다.’로 표현이 되며, 주관적인 내러티브 속에서 스스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삶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기에 새 환경 속에서는 새 구성개념을 만들어야 한다.(신은경, 20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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