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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5); 2022 > Article
<명저 읽기> 과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사례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명저 읽기> 수업에서 조별 활동의 내적 친밀도를 높이고 학습자 중심 활동을 진행시키기 위해 학습의 보조적 매체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를 활용한 사례에 대해 검토한 것이다.
우선 본 논문에서는 현장강의에서 학습자들이 읽게 되는 교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해와 심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서술하였다. 다음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학습자들이 친밀도와 팀워크를 향상시키는데 활용된 방안을 대해 모색했다. 최종적으로 『오리엔탈리즘』과 『죄와 벌』 수업에서 각각 학습자들이 제작한 영상물 사례를 소개하여 학생들이 텍스트에 대한 어떠한 시각을 지니고 있는지와 더불어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본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제페토 ‘상황극’은 학습자들의 능동적이면서도 다양한 참여를 유도해 낼 수 있었다는 점 둘째, 학습자들이 고전을 읽고 이에 대한 과제를 진행하는 데 ‘쓸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보고 읽고 들을 수 있는’ 것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functional aspect that can strengthen the sense of solidarity between learners by using the metaverse platform in the <Reading classics> class, and the learning aspect of completing a creative work based on a classics text. In addition, the metaverse platform ‘ZEPETO’ was used as a methodology.
First of all, this study described how the textbooks that learners read in the field lectures go through the understanding and deepening process. Next, this paper describes a method that students can use to improve intimacy and teamwork through a meetings using ZEPETO. Finally, examples of videos produced by learners in the classes of 『Orientalism』 and 『Crime and Punishment』 were introduced to examine what kind of perspective students have on the original text and whether they are demonstrating their creative imagination.
There are two things that we hope to confirm through the analysis of this paper. First, whether students can engage in various levels of participation in the process of producing cartoons, music videos, and audiovisual materials using the ZEPETO ‘Situational Drama’ platform. Second, whether learners can go beyond their ability to read classics and write assignments based on such texts, to something they can also see, read, and hear.

1. 서론

본 연구는 <명저 읽기> 수업에서 조별 활동의 내적 친밀도를 높이고 학습자 중심 활동을 진행시키기 위해 학습의 보조적 매체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를 활용한 사례에 대해 검토한 것이다.
본고에서 진행한 D 대학 <명저 읽기> 강좌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여 간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가 2022년 1학기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본 수업은 그 이전과 달리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상호 소통을 비롯한 발표 및 토론이 비교적 원활해지긴 하였으나 코로나 감염에 대한 염려로 강의실 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탓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본 논문의 문제의식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첫째, 대학교 입학 전부터 비대면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호친밀하게 소통하고 현장 수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다. 특히 본 수업의 수강생들이 대부분 신입생이라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간의 친밀감이 중요하다. 게다가 학생들이 조별 발표를 위해 모임을 가질 시 직접 만나서 논의하기보다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카메라를 끈 상태에서 줌(Zoom)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서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학습자간의 상호 작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둘째, 이와 같은 인식하에 학습자 중심의 방법적 측면에서 최근 디지털 교수 학습 도구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메타버스1) 플랫폼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중에서 본 수업은 여타 플랫폼 가운데‘제페토(ZEPETO)2)’를 활용하였는데 그 이유는 본인 이미지의 아바타를 꾸미거나 제페토 빌드잇(build it)을 통해 공간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는 점, 일정한 공간에서 조별 채팅 및 음성 회의를 할 수 있다는 점, 제페토 내 ‘상황극’ 통해 짧은 영상물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 게임 베이스를 제외한 메타버스 플랫폼 가운데 가입자 수가 가장 많아 대중성을 지닌다는 점,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명저 읽기> 강좌에서 가장 우선적이면서도 기본바탕이 되어야 할 점은 학습자 개인이 텍스트를 읽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서야 학습자들은 고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적이면서도 창의적 사고를 표현해 낼 수 있는 방법적 측면에서 토론 및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 본 수업은 앞서 제시한 활동들과 더불어 ‘제페토 영상물’ 또한 수업 보조 매체로 적용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명저 읽기> 과목이 현대적 기술과 접목했을 때, ‘읽기와 쓰기’에서 ‘보기와 듣기’의 영역으로 확장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명저 읽기> 과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적용한 수업 사례에 대해 탐색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교양교육에서 메타버스와 관련된 연구들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최근 많은 연구 성과들 가운데 본 논문이 주목한 몇 가지 논의들은 다음과 같다.
홍희경(2021)은 메타버스의 개념 및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의 종류, 대학 교육에서 활용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위 연구자는 대학 교육에서 메타버스가 학생들에게 대학에 대한 소속감을 제고하고 친밀감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수업 참여 및 성취 향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윤주한⋅이다민(2022)의 논문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수업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윤주한은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VR쳇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60분가량 교양 철학 강의를 진행하여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다. 위 논문은 메타버스 속 ‘아바타’들이 매우 비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간을 공유하며 소통할 뿐만 아니라 학습자들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음에 대해 분석했다. 두 편의 연구는 공통적으로 메타버스가 학습자 간의 친밀도 상승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본고의 참고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홍희경이 분석한 사례는 입학 및 졸업식, 동아리 소개, 축제, 가상 도서관 등 행사 위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윤주한의 경우 비대면 수업에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본 논문의 연구 방향과는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김수연⋅윤서연⋅오지연(2022)의 논의는 본고의 문제의식과 가장 유사하면서도 연구 방향성에 도움을 준다. 위 논문은 <고전 문학과 영상> 수업에서 줌과 유튜브, 제페토를 활용해 고전 원천 서사를 재현하여 5분 영상물을 제작해 나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학생이 스스로 문학 창작자로서 고전을 만나도록 하여 고전과 거리를 좁혀 친밀감을 만들어 내고 몰입과 애정을 경험하게 한다고 보았다. 위 논문은 학생들이 고전을 과거의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고전문학과 관계를 맺게 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본고 또한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에 본 논문은 위 연구자의 논문을 참조하면서도 좀 더 범위를 넓혀 메타버스 플랫폼이 교양 수업에서 창작물 제작 외에 더 활용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소설이 아닌 명저 읽기 수업에서 이 과제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검토하고자 한다.
여기서 본 논문이 확인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메타버스 플랫폼이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 있던 학습자 간의 상호 소통에 긍정적인 측면을 담당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다. 이점에 집중하여 본 수업은 한 학기 동안 학습자들이 제페토 과제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간 점검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둘째, 학습자들이 고전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그것을 조별 모임에서 창작물로 완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다. 학생들은 각자 이해한 고전을 조별 모임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하나의 주제로 취합하여 대본으로 만들어 낸다. 그런 다음 조원 각자마다 캐릭터 연기, 영상물 편집, 음악 삽입, 공간 선정 및 설계 등을 분담하여 종합적 결과물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현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학습자들에게 역으로 책을 읽고 싶은 동기를 부여하고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데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본 논문은 <표 1>과 같이 2022년 1학기동안 사회철학서인 『오리엔탈리즘』과 소설 『죄와 벌』을 수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3) 『오리엔탈리즘』 강좌에서는 교재와 관련된 내용 혹은 오리엔탈리즘이 갖는 지배와 억압의 매커니즘 속성과 유사한 문제의식에 관해 10분 내외의 영상물로 제작하도록 했다. 그리고 『죄와 벌』강좌에서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는 끝났다’로 마친 텍스트의 열린 결말을 예측해 보도록 하였다. 우선 2장은 대면강의에서 학습자들이 읽게 되는 교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해와 심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서술하고자 한다. 그리고 3장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학습자들이 친밀도와 팀워크를 향상시키는데 활용된 방안을 소개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오리엔탈리즘』과 『죄와 벌』 수업에서 각각 제작된 학습자들의 영상물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표 1>
수업 정보
전공별 이수구분 학점 시수 수강인원
예술대 교양필수 3학점 3시간 40명 정원에 39명 수강
공과대 교양필수 3학점 3시간 40명 정원에 40명 수강

2. 고전 읽기에서 교수자의 역할

본고는 고전읽기의 교육적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학습자들이 무엇보다 고전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두 강좌에서 각기 다른 텍스트를 선정하였기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또한 차이가 있다.
우선 사회철학서인 『오리엔탈리즘』의 경우 이 개념과 유사하게 권력의 형태로 작용하는 사회의 여러 문제를 이른바 ‘확장적 읽기’로 진행하여 학생들의 인식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학생들은 소설 고전에 비해 사회 철학서를 완독하는 것에 더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다. 본고는 이 점에 착안하여 학습자들이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여러 사례들과 함께 살펴보게 함으로써 이에 대한 호기심이 역으로 이 담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본 수업은 본격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을 읽기 전, 사전 조사에서 얻은 저자의 개인정보 및 배경지식을 능동적으로 활용해 보고자 하였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에드워드 사이드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서 평생 두 세계 사이의 망명객으로 살았던 이른바 ‘경계인’4)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경계인 의식은 그로 하여금 권위 있는 제도권 속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저항하는 역동성의 추동력이(에드워드 사이드, 2000: 231-234 김상률, 2006: 201 재인용) 되어 주었다. 이에 대해 본 수업은 학습자들에게 이러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경계의 삶을 비추어 자신의 삶에 대입시켜 보는 이른바 ‘나에게 경계인의 삶이란’주제로 소고를 작성해 보도록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의 학습자들은 자신의 삶에서 겪은 여러 가지 고민들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교수자는 학습자들이 고전을 읽고 내용을 분석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봄으로써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고전을 읽어 나가는데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오리엔탈리즘』의 담론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주지하다시피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위압하기 위한 서양의 스타일이라고(박홍규, 2007)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지배를 물리적 폭력에 의존하기보다 자발적 순응으로 유도하여 지배로 고착되었다는 점을(고부응, 2004) 지적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과 『감시와 처벌』에서 설명한 담론5)이라는 개념을 원용하여 오리엔탈리즘의 본질을 밝히는데(에드워드 사이드, 2007: 18)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오리엔탈리즘을 하나의 담론으로 검토하지 않는 한 계몽주의 시대 이후 유럽 문화가 동양을 정치적⋅사회적⋅군사적⋅이데올로기적⋅과학적⋅상상적으로 관리하거나 심지어 동양을 생산하기도 한 거대한 조직적 규율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에드워드 사이드, 2007: 18) 주장한다. 요컨대 저자는 『오리엔탈리즘』 자체가 서양인들이 말하는 동양의 이미지가 그들의 편견과 왜곡에서 비롯된 허상임을 체계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본 수업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미셸 푸코의 개념을 원용하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와 유사하진 않더라도 오늘날 사회, 문화,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주제들을 끌어와서 학습자들과 함께 주제토론을 진행했다. 교수자는 학습자들에게 ‘서양-동양’, ‘동양-동양’, ‘백인-흑인’, ‘남성-여성’, ‘동성애’, ‘코로나 시대 오리엔탈리즘’ 등 총 6가지 테마를6) 제안하였다. 이 테마는 조별 발표에서 발표자들이 『오리엔탈리즘』의 주요 발췌와 더불어 조마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해 자료 조사하여 이를 다른 학습자들과 공유 및 토론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교수자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제시된 권력 체계의 틀을 앞서 제시한 테마에 대입해 보도록 함으로써 학습자간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로 하여금 비판적 사유를 훈련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편 소설인 『죄와 벌』에서는 텍스트 내적 측면에서 ‘미시적 읽기’ 방법을 적용하여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분석하는 방법을 전달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장면에 대해 질의 응답하는 방식으로(졸고, 2020: 179) 진행하였다. 이 텍스트는 천 페이지 가량의 방대한 분량 때문에 읽어 내려가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꼼꼼하게’ 읽는 과정이 필요하다.7) 이에 대해 본 논문은 ‘미시적 읽기’를 위해 텍스트 요인에 근거하거나 구조적 측면으로 나눠 학습자들과 문답법을 통해 진행하였다. 텍스트 요인에 근거한 미시적 읽기의 경우 작가가 서술해 놓은 ‘명시된 단어’를 주의 깊게 읽거나 주요 쟁점을 책 속에서 꼼꼼하게 찾는 작업, 그리고 학습자간의 ‘꼬리물기’식 질문으로 읽어나가도록 유도했다. (졸고, 2020: 180-181) 예컨대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그가 쓴 ‘비범인 사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라스콜니코프의 원대한 포부와 더불어 가장 근거리에서 그를 자극하는 것은 지독한 가난과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석영중, 2008: 150)이라는 견해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본 논문은 이러한 요인의 근거가 되는 대목을 소설 속에서 꼼꼼하게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문맥상 흐름을 고려하며 읽어 나가다 보면 그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자신의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난 직후임을 찾을 수 있다.8) 라스콜니코프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는 인물로 처음 전당포 노파를 찾아가게 된 것도 여동생이 선물한 금반지를 저당 잡히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마치 거대한 포부에서 비롯된 것처럼 내세우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누이가 자신을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의 어머니의 편지 때문이었다. 라스콜니코프는 편지를 읽은 직후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물론 소설 초반부터 살인을 예견하는 여러 구절들이 언급되기는 하였으나 다음 인용문을 통해 망설이는 주인공의 행동을 살펴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우수가 그의 내부에서 싹튼 것은 옛날 옛적이지만, 그것이 자꾸 자라고 쌓이더니 최근에는 완전히 무르익고 응축되어 끔찍하고 야성적이고 환상적인 질문의 형태를 띠더니 무턱대고 해결을 촉구하며 그의 가슴과 머리를 괴롭혔다. 그러던 차 지금 어머니의 편지가 갑자기 천둥번개처럼 그를 내리친 것이다. 이제는 이런 질문은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 마음 아파하거나 수동적으로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뭐든 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어서 빨리.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무슨 결단이든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도스토옙스키(1부), 2012: 87, 밑줄 인용자)
결국 라스콜니코프가 결정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계기는 어머니의 편지, 즉 누이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게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른 표면적인 동기는 ‘비범인 사상’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 이면에는 자신을 위해 누이의 희생이 숨겨져 있으며 더 나아가 지독한 가난이 영향을 끼쳤음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평생 돈으로 고통 받았던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자전적 요소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학습자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학습자들은 ‘가난 때문에 노파를 살해하였다면 왜 그녀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땅에 묻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꼬리물기식’ 질문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 독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하지만 이 강좌는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미시적 읽기’로 분석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준 다음 발표 및 주제토론을 통해 교수자-학습자 및 학습자-학습자간의 상호소통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수동적인 독서행위를 능동적인 것으로 전환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교수자는 이러한 수업 과정을 학습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글쓰기로 전공과 고전을 접목시켜 글쓰기, 열린 결말로 끝난 『죄와 벌』의 속편 쓰기, 영화와 비교 감상문 쓰기, 노래가사에서 『죄와 벌』 찾기 등을 진행하였다.
이처럼 본 수업에서 교수자는 ‘미시적 읽기’ 방법을 통해 학습자들로 하여금 텍스트에 명시된 서술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 혹은 배경을 분석하는 과정을 진행한 것과 더불어 여러 가지 주제로 글을 작성해 보게 함으로써 기존 해설과는 다른 시각에서 고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고자 했다.

3. 학습자 간의 상호 관계를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번 장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제페토가 <명저 읽기> 수업에서 학생들의 친밀도와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교수자는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이전, 1주차 오리엔테이션에 조사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습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는 예술대 수강생 39명 가운데 36명(설문참여), 공과대 수강생 40명 가운데 35명(설문참여)이 각각 답변하였고 설문조사는 다음과 같다.
[그림 1]에서 살펴본 것처럼 ‘메타버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예술대 학생 91.7%(33명)와 공과대 학생 100%(35명)가 ‘네’라고 응답하였는데 이를 통해 학습자들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본 수업에서 주로 다루게 될 ‘제페토란 플랫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란 질문의 경우 예술대 학생들의 55.6% (20명)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에 비해 공과대 학생은 37.1%(13명)로 전공별로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제페토’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에 한하여 ‘제페토에 가입하여 캐릭터를 생성하였는가?’란 질문에 ‘가입했다’는 응답의 경우 예술대 22.2%(8명), 공과대 5.8%(2명)에 그쳤다. 한편 본 수업에서 활용할 ‘제페토 상황극을 활용해 본 경험이 있느냐’란 질문에는 예술대와 공과대 학생 모두 ‘사용한 적 없다’고 대답했다. 본고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알게 된 바는 학생 대다수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나 게임이 아닌 친목 도모 성향이 강한 플랫폼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낮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9) 요컨대 ‘제페토’의 경우 들어본 적은 있으나 실제로 경험해 본 학생은 소수에 그쳤으며 본 수업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해 볼 ‘제페토 상황극’은 학습자 전원 경험해 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여 교수자는 조를 편성하는 2주차 수업에서 제페토에 가입했거나 최소 들어본 적이 있는 학생들이 구성되도록 조정하였다. 특히 제페토 상황극 특성상 [그림 2]와 같이 공간 선정 및 설계10), 대본 작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와 연관된 전공자들을 조마다 한두 명씩 배치하였는데 예술대 강좌 경우 공연영화학부 및 디자인학부이며 공과대는 건축학부 전공 학습자들이다. 그 외에 다른 학부 전공자들은 되도록이면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습자들마다 다른 관심 분야들이 창작물을 완성하는 데 있어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낼 수 있을지 확인해 보고자 했다.
[그림 1]
메타버스 관련 설문조사
kjge-2022-16-5-87-gf1.jpg
[그림 2]
제페토 최종 결과물 예술대 리드미컬조 보고서
kjge-2022-16-5-87-gf2.jpg
본 수업은 제페토를 활용하여 최종 영상물을 완성해 내기까지 학습자들이 최소한 3번 이상은 제페토 가상 세계에서 만나도록 제안했는데 이는 학습자들의 절반 이상이 제페토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점차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본 수업의 1단계에서는 학습자들이 제페토에 가입하여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 조원끼리 가상공간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발표 ppt를 제작할 때 마지막 장에 함께 첨부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예술대 6팀, 공과대 6팀 총 12팀이 제출하였는데 대부분 [그림 3]과 같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몇몇 조의 경우 10초 내 짧은 동영상을 촬영한다거나(예술대 S.B.S조) 단체로 춤을 추는(예술대 리드미컬조) 영상물을 제출함으로써 조원들의 개성과 팀워크를 보여주는 사례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림 3]
제페토 단체사진 공과대 시험망했조
kjge-2022-16-5-87-gf3.jpg
다음 2단계는 중간 점검 차원에서 각 조원이 상황극 역할 분담 및 대본 주제에 관한 회의를 제페토 가상공간에서 진행하여 그 과정을 10분 내외로 녹화해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교수자는 학생들이 영상물 제작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동시에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대면 회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페토 내 아바타로 만나게 되었을 때, 줌(zoom)이나 카카오톡에 비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총 12팀 가운데 공과대 2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팀이 제페토 내 회의 영상을 제출하였다. 교수자는 학습자들이 제페토 내 가상 세계에 아바타들로 모여 채팅 혹은 음성 메시지를 통해 회의를 진행해 나갔음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한편 공과대 두 팀의 경우, 와이파이 연결 문제로 인해 제페토와 줌(zoom)을 병행하여 회의 한 과정을 영상물로 제출했다. 최종 단계에 이르게 되면 학습자들은 제페토 상황극을 활용해 영상물을 제작하게 된다. 학생들은 10분가량의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시나리오 대본, 연출, 음악, 공간 세트 장비까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처럼 학생들은 하나의 영상물을 완성하기 위해 팀별로 몇 차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는데 이에 대한 학습자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교수자는 15주 차 수업 시간에 익명으로 답변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고는 여러 문항 가운데 팀별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강생들의 친목 부분이 제페토 가상공간에서 잘 이뤄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카톡과 줌(Zoom), 제페토의 차이점’으로 질문했고 이에 대해 학생들이 주관식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표 2>는 학습자들이 작성한 답변이며 되도록 유사한 내용이 겹치지 않도록 선별하여 표로 작성하였다.
<표 2>
제페토와 줌(Zoom), 카톡에서의 회의에 관한 차이점에 대한 학습자들의 답변 제페토 회의와 줌, 카톡 단톡방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술대>
1 제페토는 직접적인 대화로 이루어졌고 카톡은 메신저로써 이루어졌다. 조금 더 같이 있는 느낌. 또 제페토는 캐릭터들이 다 같이 모여 있어 협동이라든지 같이 있다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 카톡은 단지 숫자로만 참여의 여부를 알 수 있어 다 멀리 흩어져 있는 느낌이 강했다.
2 제페토 회의는 집중력이 부족해지고 음질의 문제가 있을 때가 있으며 타자를 치더라도 가로로 쳐야 해서 가장 불편했다. 줌은 실시간으로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의견 공유가 빨랐지만 공간 제약이 있으며 카톡은 시공간적 제약은 없지만, 의견 공유가 아무래도 느리다는 것이 단점이다.
3 제페토 회의에서는 다 같은 시간에 들어와야만 해서 카톡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느껴졌다.
4 카톡은 시⋅공간적 제약이 적어 회의가 쉽지만 음성 기능이 있는 회의는 다수의 인원을 만나기엔 제약이 큰 것 같습니다.
5 제페토는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내가 이야기하는 것 같아 좀 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반면 카톡은 비언어적(몸짓) 표현이 없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6 카톡은 많이 이용되는 앱으로 익숙하고 이용하기 쉽다. 줌 또한 회의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야기 나누기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페토는 대화, 회의를 중점으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이 아니기 때문인지 음성 인식 오류, 타자치기 불편함 등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7 제페토는 캐릭터로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서 조금 더 팀원들의 성격과 취향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8 아무래도 캐릭터가 시각적으로 보이니 제페토 내에서 회의가 더 친밀감이 높았다.
9 카톡보다는 제페토 회의와 줌이 활동에서의 집중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10 같은 내용을 전달하면서 제페토는 줌과 카톡 회의보다 회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평소 참여율이 낮은 조원의 경우 더 참여율이 저조하게 된다. (제페토 입장 로딩 시간, 타자칠 때 화면 가로로 됨, 말할 때 마이크 터치하여 켜고 말하기 등이 참여의 어려움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11 카톡, 줌이 훨씬 편하다.
12 제페토가 생동감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3 회의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줌이라 생각하고 그 다음은 카톡, 그 다음 제페토라 생각합니다. 뭔가 익숙하지 않아서 많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14 제페토는 상대방의 얼굴이 아닌 캐릭터로 해서 더 개성적인 것 같다. 줌과 카톡이 조금 더 쉬운 것 같긴 하지만 지루하기 때문에 제페토로 한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15 요즘 뜨고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회의했던 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16 줌은 얼굴을 공개하거나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단톡방은 또 비대면이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하다. 네트워크 문제만 없다면 제페토가 좋은 절충안이 될 것 같다.
<공과대>
1 카톡은 대화하는 사람의 모습과 몸짓을 알 수 없고 줌은 실제 대화와 제일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 온라인 대화이며 제페토는 대화하는 사람을 캐릭터화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2 제페토와 줌을 사용하면 카톡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매끄럽게 진행된다.
3 카톡보다 바로 소통이 된다.
4 제페토와 줌은 낯을 가리는 사람들이 말하기가 더 힘들지만, 카톡은 좀 더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투표도 가능)
5 제페토는 사람들의 캐릭터가 있어 더욱 생동감 있고 대화가 늘어지지 않음
6 제페토에서는 좀 더 극적으로 할 수 있다. 아바타의 몸짓을 이용해 춤을 추거나 눕는 등의 행동으로 어색함을 덜어주는 것 같다.
7 와이파이 문제로 잘 실행되지 않음, 개인적으로 카톡이 의견 말하기 더 좋았다는 생각.
8 줌은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면서 하는 회의지만 제페토는 캐릭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덜 부담스러웠다.
9 제페토는 캐릭터 전신을 사용하여 비언어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10 제페토는 카톡과 달리 캐릭터의 동작은 물론이고 음성 대화도 가능하여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다.
11 줌으로 했을 경우 서로 목소리를 들으면서 의견 등을 교환하면 더 대화도 잘 되고 딱히 불편한 점도 없어서 줌이 좀 더 소통적인 부분에서는 편한 점이 있는 것 같다.
12 어느 정도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가상공간 속에서 ‘나’ 아바타를 앞세워서 소통하는 점이 줌 또는 카톡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13 줌에 비해 제페토 회의나 카톡은 편리하다. 하지만 제페토의 활용법을 잘 몰라 사용하는데 약간 어렵다.
14 제페토는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제2의 ‘나’ 아바타가 존재함으로써 가상공간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만난 것 같은 효과를 줌
15 줌은 화상통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제페토는 이질감이 많이 들었으며 단톡방이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졌다.
16 제페토: 몰입도, 집중력이 떨어짐, 회의용으로는 별로.
줌: 회의 진행이 빨리 됨, 원활함, 다만 따로 회의 내용을 기록하거나 녹화해야 함.
카톡: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음, 바로 기록이 남아 편함.
<예술대> 학습자들은 ‘제페토는 캐릭터들이 다 같이 모여 있어 협동이라든지 같이 있다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 카톡은 단지 숫자로만 참여 여부를 알 수 있어 다 멀리 흩어져 있는 느낌이 강했다’, ‘제페토 회의는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음질의 문제가 있을 때가 있어 불편하다. 줌(zoom)은 의견 공유가 빨랐지만 공간 제약이 있다. 카톡은 시공간 제약은 없지만 의견 공유가 아무래도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란 답변을 통해 각 플랫폼이 가진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한편 <공과대> 설문조사에는 ‘아바타로 움직였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았다’, ‘어색함을 덜어줌’, ‘글로 대화하는 것보다 100배 수월했음’이라는 긍정적인 답변도 있었으나 ‘카톡보다는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어서 좋지만 줌보다는 불편하다’, ‘몰입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회의용으로는 별로’라는 부정적인 견해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이처럼 학습자들의 견해를 정리해 보았을 때 제페토에서는 아바타로 표정과 행동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채팅 혹은 음성 모두 가능하기에 편리한 점이 있지만 아직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여러 명이 말할 경우, 음질이 떨어진다거나 캐릭터들의 움직임 때문에 다소 집중하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내놓았다. 본고는 학생들의 견해를 고려해 볼 때 아직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 방안에 있어 그 실효성이나 효과가 검증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습자들이 서로간의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이 해결된다면 역동적인 의사소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하는 학습 환경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4. 창작 과제를 위해 적용해 본 메타버스 플랫폼

4.1. 사회철학 고전 수업에서의 사례

이번 장에서는 제페토를 활용한 강좌별 학생들의 과제물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학습자들이 어떤 시각을 지니고 있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 과제는 예술대생 39명이 참여하였고 6팀으로 나눠 팀별 과제로 진행되었다. 교수자는 상황극 주제에 관해 『오리엔탈리즘』과 유사하게 권력의 형태로 작동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 문화 등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보도록 제안했다.
팀별 영상물 주제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총 6팀 가운데 4팀은 인종차별에 관한 주제, 1팀은 학교생활에서 소위 ‘따돌림 당하는 학생’에 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억압과 차별에 관하여, 나머지 1팀은 판옵티콘을 설명형식으로 제작하였다. ‘인종 차별’의 경우 네 팀 모두 콩트 형식이다. 교실을 배경으로 한 이 콩트에서는 한국 유학생이 서양 국가로 전학해 왔는데 기존에 와 있던 인도 유학생이 서양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었다.(단조, [그림 4]) 줄거리는 인도 유학생이 서양 학생의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한국인 유학생의 기지와 용기로 벗어나게 되고 또 다른 서양 학생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범인은 바로 인도 유학생이란 반전을 보여준다. 이 반전 장치는 다른 팀 학습자들에게 재미와 놀라움을 주기 위함인데 그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부당함을 겪고 있던 상황극 속 등장인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음을 보여주고픈 학생들의 위트와 재치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한편 ‘할아버지는 어디에’라는 제목의 상황극에서는 동양인 노인을 보고 혐오했던 한 미국 소년이 알고 보니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줄거리(세븐일레븐조)를 담고 있다. 이 콩트는 소년이 동양인 노인을 보고 ‘코로나 옮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며 피하는 장면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적 인식 비판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다른 학우들의 높은 호응도를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인종 차별에 관한 또 다른 테마에서는 이태원 거리의 코스프레 축제 날, 영화 <뮬란>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분장한 동양 여성이 같은 동양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배척당하는 모습을(S.B.S조) 그려냈다. 학습자들은 서양인이 동양인을 배척하는 모습 외에도 같은 동양인 사이에서도 차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비유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흑인과 백인> 테마를 광고 형식으로 제작한 조의 경우 백인과 흑인 모델이 워킹 쇼를 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백인에게는 밝은 옷 혹은 깔끔한 옷을 입히지만, 흑인에게는 어두운 옷 혹은 헌 옷을 입히는 것으로 쇼를 진행하는 상황을 연출한 후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발언을(응응조) 보여주었다.
[그림 4]
제페토 최종결과물 예술대 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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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억압과 차별’에 대한 주제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위 ‘왕따’를 소재로 삼아 상황극을 연출한 조(리드미컬조)도 살펴볼 수 있다. ‘양면’이란 제목의 이 상황극은 ‘가보자 고등학교’로 전학한 주인공이 학교에 적응하는 고군분투를 담고 있는데 전학생은 자신을 괴롭히는 같은 반 학생 때문에 위기에 처하게 되나 다른 여학생의 도움으로 모면하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는 주인공이 파 놓은 함정이었고 그로 인해 이곳에 다니던 또 다른 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반전을 보여준다. 특히 이 조의 경우 앞서 [그림 2]에서 본 것처럼 ‘제페토 빌드잇’을 활용해 공간과 소품을 직접 연출하여 영상물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앞서 살펴본 스토리 중심의 상황극과는 달리 미셸 푸코의 ‘판옵티콘’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물을 제작한 조(띵띵리즘조)도 있었는데 이는 『오리엔탈리즘』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유효하다고 생각했던 교수자의 강의를 염두에 둔 과제라11)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예술대 학습자들이 제출한 과제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던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오리엔탈리즘’ 담론이 갖는 권력이 행사된다고 할 때 그 모습만 변경되어 또 다른 분야에서 재생산된다는 점을 학습자들이 어떻게 인지하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둘째, 영상물이란 공동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텍스트에 서술된 문제의식을 찾고 팀 구성원들과 토론함으로써 한 가지 주제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제는 오늘날 팀 과제에서 주제별로 분담하여 ‘합치기’로 완성해 내는 결과물이 아닌 조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교류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므로 학습자 간의 상호 작용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셋째, 학생들이 텍스트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 영상물은 철학서이므로 소설처럼 원작을 바탕으로 한 변주 및 변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스토리 자체가 창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습자들이 원 텍스트의 내용을 파악하여 이를 스토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읽기가 맥락 자체를 읽는 것이라는 김혜정(2009: 70) 연구자의 견해를 참고해 볼 때 스토리 제작에 있어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오리엔탈리즘과 유사한 권력 작동 체계에 관한 테마를 고르는데 바탕을 마련해 줄 수 있다.

4.2. 소설 고전 수업에서의 사례

다음은 『죄와 벌』 소설 고전에서 제페토를 활용해 영상물 과제를 제출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이후 전개될 스토리를 예상해 영상물을 제작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 과제는 공대생 40명이 참여하였고 6팀으로 나눠 팀별 과제로 진행되었다. 팀별에서 주로 등장한 주제로는 비범인 사상을 추종하는 추종자와 라스콜니코프와의 갈등 관계, 라스콜니코프의 진정한 참회에 관한 등장인물들의 논쟁, 라스콜니코프와 소냐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6팀 가운데 3팀이 ‘라스콜니코프의 죄’에 관해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우선 영화 <신과 함께>의 패러디 형식으로 라스콜니코프와 소냐가 천국에서 심판받는 내용(죄와 벌 최종 1조)을 살펴볼 수 있다. 본고가 여기서 주목한 것은 학습자들이 ‘실형은 언도받았으나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라스콜니코프’와 더불어 소냐 또한 ‘육체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에 영혼도 타락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가’란 죄목으로 심판 대상에 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현장 수업에서 학습자들이 ‘인간은 환경에 지배 받는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을 고려해 볼 때 주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녀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소냐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있던 그가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나 진정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그린(시험망했조 3조) 조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는 원작에서 <섬모충> 꿈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저질러 괴로움에 처해 있는 현재 상황과 행복했던 과거 삶을 떠올리는 이른바 과거 회상 장면을 연출한 (죄와 벌은 5조) 영상물도 살펴볼 수 있다. 위 세 작품의 경우 원작을 변형시키기보다 기존 맥락을 파악하고 충실하게 스토리를 진행한 경우라 하겠다.
반면 원작의 변형을 가져온 영상물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비범인 사상에 몰입된 추종자’를 테마로 그려내고 있는 어느 조의 경우 거짓 자백을 했던 니콜라이가 실은 ‘비범인 사상’에 매혹되어 있던 라스콜니코프의 조력자였다는 반전을(여섯명이조 6조) 보여줘 학습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 조의 경우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간 점이 독특했다. 한편 원작에서 갈등을 빚던 라스콜니코프와 루쥔의 관계도를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스토리를 덧입힌 영상물도(새내기 4조) 살펴볼 수 있었다.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프랑스에서 소냐와 함께 ‘번역가’로서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는 라스콜니코프에게 루쥔이 등장하여 위기에 봉착하는 내용이다. 이 조의 경우 라스콜니코프와 루쥔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 무려 20분가량의 영상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기존과는 달리 오로지 음악과 아바타의 표정 및 몸짓 등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으로 스토리를 전개한(죄와 벌은 처음 2조) 영상물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는 마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켰다. 이 영상물은 라스콜니코프가 감옥에 나와 소냐를 찾아다니다가 크리스마스 날 우연히 소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아이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고 절망한 나머지 결국 바다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조의 경우 대화 자막 및 음성이 녹음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학습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형기의 「낙화」 시를 패러디하여 [그림 5] 자막으로 제시하였다.
[그림 5]
제페토 최종 결과물 공과대 죄와 벌은 처음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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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본고가 ‘제페토’ 상황극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 가지다.12) 첫째, 『죄와 벌』 강좌 경우 『오리엔탈리즘』과 달리 소설인 원문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읽은 텍스트 속 등장인물들 이미지가 제페토 아바타를 통해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되는가이다. 우리는 고전을 완독하고 토론 및 글쓰기를 진행하더라도 ‘책’의 특성상 추상적 이미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데 요즘 학습자들에게 익숙한 방식인 시각적 효과로 구현하게 되면 학생들의 이해도와 성취도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소설에 비해 스토리 전개 폭이 다양하며 영화 및 시 패러디와 음향 효과 등을 통해 고전 읽기가 과거의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과 공유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셋째, 제페토 상황극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높이는데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13)
최종적으로 교수자는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인 14주차 수업에서 [그림 6]과 같이 ‘제페토’ 과제와 관련된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제페토 과제가 흥미로웠는가?’란 질문에 『오리엔탈리즘』 강좌 32명(설문참가자) 가운데 34%(11명)이 ‘만족’, 38%(12명)가 ‘보통’이라고 한 것에 반해 28%(9명)가 ‘불만족’이라고 응답했다. 『죄와 벌』 강좌의 경우 36명(설문 참가자) 가운데 22%(8명)가 ‘만족’, 39%(14명)가 ‘보통’이라고 한 것에 반해 39%(14명)가 ‘불만족’이라고 응답했다. 두 강좌를 비교해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예술대 학생들보다 공과대 학생들의 ‘불만족’ 응답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생들의 자체 평가에서 제페토 과제에 대한 수업방법의 만족도가 높지 않는 원인을 설문조사 및 동료 평가서를 통해 살펴본 결과 하나의 과제를 위해 몇 차례의 조모임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게다가 모임을 갖더라도 6-7명의 조원들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 와이파이 연결이 자주 끊겨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는 점, 조원간의 역할 분담을 하는데 있어 마찰이 발생한 점 등이 언급되었다. 하지만 ‘아니다’보다는 보통 이상의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보아 이 과제가 학습자간의 친밀도 및 팀워크에서 부정적이지만은 않음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림 6]
‘제페토 과제가 흥미로웠는가?’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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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에서 제페토 과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학습자에게 과거의 이론 및 소설이 현재의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가의 가능성에 대해 보여주었다는 점, 그리고 고전을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각자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학습자들이 영상물 제작에 필요한 기술 등을 각자 나름대로 습득하여 최종 결과물을 완성해 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 스스로 방법을 익혀 완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더 이상 교수자가 알려주는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 나가는 수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점에 대해 혹자는 <명저 읽기> 수업을 얼마나 더 깊고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가가 목적일 터인데 자칫하면 주객전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물론 이 견해에 본고 또한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타버스 플랫폼 과제는 고전을 읽고 난 후 다른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정 가운데 일부라는 점, 그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 나가야만 완성될 수 있는 과제이므로 교수자가 학생들의 참여도를 확인하기에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해 봄직하다.

5. 결론

본 논문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과제를 수업 도구의 방법으로 활용하여 대학교 입학 전부터 비대면에 익숙한 학생들이 상호 친밀하게 소통하고 대면 수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인 교육 사례가 될 수 있을지 분석해 보았다. 2022년 1학기부터 대면 강의로 진행되었던 본 수업에서는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텍스트를 분석하는 방법을 전달한 후 학습자간의 토론을 통해 서로간의 의견을 교류하고 글쓰기로 개인의 작품 이해도를 파악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진행하였다. ‘제페토’ 과제의 경우 보조적 수업 도구이긴 하나 최근 디지털 교수 학습도구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고전 수업에서 활용해 보려는 실험적인 시도로 진행되었다. 검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2장에서는 대면 강의에서 학습자들이 읽게 되는 교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해와 심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회철학서인 『오리엔탈리즘』에서는 ‘확장적 읽기’를 진행하여 학생들의 인식을 점검해 보고자 했다. 교수자는 학습자들에게 텍스트를 완독하도록 하면서 에드워드 사이드가 미셸 푸코의 개념을 원용하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와 유사하진 않더라도 오늘날 사회, 문화,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서양-동양’, ‘동양-동양’, ‘백인-흑인’, ‘남성-여성’, ‘동성애’, ‘코로나 시대 오리엔탈리즘’ 등 총 6가지 테마 주제들을 끌어와서 주제토론을 함께 진행했다. 소설 『죄와 벌』에서는 ‘미시적 읽기’ 방법을 적용하여 텍스트 내 ‘명시된 단어’를 주의 깊게 읽거나 주요 쟁점을 책 속에서 꼼꼼하게 찾는 작업, 그리고 학습자간의 ‘꼬리물기’식 질문으로 읽어나가도록 유도했다.
한편 3장에서는 지난 2년 여간 비대면 수업에 익숙한 학습자들이 어떻게 하면 서로간의 친밀감을 쌓아 원활한 팀별 과제 및 수업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찰하였다. 본 수업에서 학습자들은 2차례(발표, 영상물 제작) 진행되는 팀플 과제를 위해 3차례 이상 제페토 가상공간에서 교수자가 제안한 미션 및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바타의 표정 및 움직임, 가상공간이 주는 아늑함, 음성 대화 등이 조원 간의 어색함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4장은 학습자들이 제작한 사회과학 고전과 소설 고전의 영상물 사례를 소개하였다. 주로 광고 및 짧은 코미디극을 제작한 『오리엔탈리즘』 수강생들은 ‘편견과 불평등’에 관한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죄와 벌』 강좌에서는 소설의 결말을 예상하는 영상물이 제작되었는데 소설의 주된 사상이었던 비범인 사상 및 주인공의 참회, 주변 인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본고가 두 강좌에서 공통으로 확인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페토 ‘상황극’은 학습자들의 능동적이면서도 다양한 참여를 유도해 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제의 경우 단순히 역할을 분담하여 각자 만들어 온 부분을 합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분 내외에서 길게는 20분 정도의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본, 영상 제작, 공간 선택 및 제작, 영상 편집, 음향 추가, 각 캐릭터 연기 등 역할 분담이 세분하게 이뤄져야 하며 영상 제작 시 모든 조원이 모여 진행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은 과거의 고전을 학습자들이 읽고 이를 현대의 기술적 방법을 활용해 어떻게 재해석되는지 살펴볼 좋은 기회이다. 그런 점에서 이 방법론은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학습자가 주도해 나가는 교수법 사례가 될 수 있다. 둘째, 학습자들이 고전을 읽고 이에 대한 과제를 진행하는 데 ‘쓸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보고 읽고 들을 수 있는’ 것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다. 교수자는 이 수업에서 ‘고전을 읽고 말하고 글쓰기’가 주된 목표인 만큼 제페토 영상물에서도 학생들이 ‘이야기’ 전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학습자들은 다양한 스토리 구현 방식을 보여주었다. 가령 20분가량의 긴 스토리로 풀어나간 조도 있었던 것에 반해 만화처럼 캐릭터에 집중한 영상, 대사 없이 오로지 음악과 패러디 시, 아바타들의 연기만으로 이야기를 알 수 있게 해준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물도 살펴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본 논문은 메타버스 플랫폼 과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용적 측면보다 기술적 측면이 강조된 점, 학습자들의 자체평가에서 제페토 과제의 ‘만족도’가 높지 못한 점을 한계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앞으로 본 수업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할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고의 이러한 작업은 학생들에게 시⋅공간적으로 멀리 느껴지는 고전을 오늘날의 가상세계로 소환하여 감각적으로 인지하여 몰입감을 느끼도록 해 주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처럼 <명저 읽기> 수업에서 학습자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함양하는데 목표를 둔다면 메타버스 플랫폼 과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본다.

Notes

1)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한 세계를 의미한다.(김상균, 2020: 3)

2) ‘제페토’는 3D기술과 증강현실을 접목한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 중 하나이다. 사용자는 제페토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3D 아바타를 통해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거나 다른 사용자들과 친목도모 및 게임을 즐길 수 있다.(김상균, 2020: 78) 본 수업에서는 제페토 내 ‘상황극’ 어플을 활용하여 학습자들에게 영상물을 제작하도록 제안하였다.

3) 『오리엔탈리즘』 강좌는 주로 디자인학부, 음악학부, 공연영화학부, 도예과, 무용과로 구성된 예술대 학생들이며 『죄와 벌』 수업은 주로 토목환경공학과, 기계공학과, 건축학부, 화학공학과 전공인 공과대 학습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4) 저자의 자전적 삶을 들여다보자면 1935년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출생한 에드워드 사이드는 1948년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에 전쟁으로 이집트 카이로 이주했다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아래 인용문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경계인 의식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우산 밖에 서 있었다. 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즉 객관적으로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지 아니면 기질적으로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꼭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틀에 박힌 모든 제도적 양식을 따르면서도 내 안에 내재된 뭔가 거북스러운 것을 거부하려고 노력했다……나는 아랍 출신 미국인 교수라는 신분 때문에 쉽게 현실과 동화하지 못한 채, 반쪽짜리 경험들을 살려 아랍인인 동시에 미국인으로서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김상률, 2006: 201-202)

5) 미셸 푸코의 담론을 거칠게나마 살펴보자면 권력이라는 것이 대중에게 어떻게 스며들어 길들여지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면서 권력이 개인으로 하여금 자발적 순응을 유도하여 지배로 고착되었는가에 대해서다.

6) 교수자가 선정한 6가지 테마는 단순히 사회적 논란거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력적 측면에서 대중에게 어떻게 스며들어 길들여지게 되었는가에 주목했으며 무엇보다 이 담론이 학습자들이 배운 지식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자 했다. 가령 ‘서양과 동양’ 테마에서 우리나라 7차 교육과정 가운데 3-6학년의 현행 미술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참고작품 선정과 구성에서 오리엔탈리즘 요소가 어떻게 적용되었는가를 검토해(기진호, 2006: 35-36) 보거나 우리나라 고전시가인 「한림별곡」과 「모죽지랑가」에서 동성애 양상이 드러나는지 살펴보았다.(하경숙, 2019: 8) 특히 이 수업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들 테마들이 별개가 아닌 서로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고전에 나타난 동성애적 표현이 남성을 중심으로 논의될 뿐, 여성 동성애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처벌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점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테마와도 연결지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학습자들은 13주차 소그룹 토론에서 이러한 테마를 좀 더 확장시켜 <장애인: 비장애인>, <선진국: 개발도상국>, <수도권: 비수도권>, <청년: 노인>, <인간: 동물> 등을 추가적으로 선정해 보기도 하였다.

7) 『죄와 벌』에 관한 구체적인 수업 진행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본 연구자의 논문(졸고, 2020)을 통해 분석한 바 있어 간략 설명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8) 이는 석영중 연구자의(2019: 245) 견해에서도 유사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본 수업에서는 학습자들과 텍스트 내에서 그 대목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9) 본 논문은 설문조사 문항 가운데 학습자들이 가입하여 사용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는지에 대한 객관식 질문을 하였다. 교수자가 제시한 플랫폼은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게더타운이며 복수응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예술대 학습자들 절반 이상이 ‘사용하지 않는다(24명)고 응답했으며 마인크래프트(11명), 로블록스(3명), 게더타운(2명)이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과대 학습자들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21명)로 과반수가 넘었으나 마인크래프트(8명), 게더타운(7명), 포트나이트(1명), 로블록스(1명) 등의 플랫폼에 가입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설문조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습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가운데서 활용 비중이 높은 앱의 경우 ‘게임’임을 알 수 있다.

10) 제페토 상황극에서는 기존 플랫폼 속에 만들어져 있는 공간을 활용하거나 제페토 빌드잇(build it)을 통해 제작도 가능하다.

11) 본 수업에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이드가 미셸 푸코의 ‘담론’의 개념을 원용하는 것이 오리엔탈리즘을 밝히는데 유효했다고(박홍규, 2007) 언급한 바를 강의를 구성할 때 포함시켰다. 띵띵리즘조의 ‘판옵티콘’ 영상물은 그 연장선상에서 제작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12) 『죄와 벌』 ‘속편 영상물 제작’에 관한 내용적 측면의 주제는 이전 『죄와 벌』에 관한 소논문에서(졸고, 2020) 이미 자세하게 분석한 바 있어 이 논문에서는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 및 협업 능력, 능동적 참여 등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13) 제페토 과제의 경우 교수자는 메타버스 내에게 직접 참여하기보다 학습자들이 순차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과정을 제안한 것에 그쳤다. 오히려 제페토 내 작업은 학습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했으며 그들이 정한 테마 및 줄거리 또한 되도록 수용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14주차에는 교수자가 이벤트 형식으로 수업 시간에 학습자들이 제작해 온 상황극을 함께 관람한 후 본 수업의 주제 의식과 가장 잘 연관되는 과제에 ‘익명 인기투표’를 진행해 보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영상물을 다른 조들과 비교해봄으로써 본인 스스로가 이 과제가 지닌 주제 의식을 비판적 안목으로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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