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14(1); 2012 > Article
전문직업성 배양을 위한 의학교육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discuss the enhancement of medical professionalism and the artisan spirit pro-posed by Yu and to suggest curriculum content and methods to improve medical professionalism. Professionals are those who can share their knowledge with others and proceed under self-reflection on moral values and social expectations. The goal of medical education is to cultivate students to be good as well as to do well. To achieve this goal, educators should foster students to be good doctors for 99% of patients, rather than to be high performers for 1% of patients. There are two types of curriculum for medical professionalism: hidden and formative curricula. In these curricula, we doctors may be good role models for medical students. The curriculum contents and the methods for implementation that are based on accumulated experience can be embed-ded into education on professionalism. In addition, as suggested by Miller, how to evaluate medical professionalism based on a framework of clinical assessment must be discussed. Finally, it is suggested that the process of education on medical professionalism should be a kind of cultural movement to raise good doctors.

서  론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배양하는 일은 의과대학 교수라면 누구나 고민해 보아야 할 화두이다. 이러한 주제에 대하여 ‘이 시대의 장인정신’과 전문직업성을 동료 학자들과 함께 연관 지어 논의해 보는 일은 의학전문직업성을 정의하고 교육하는 방안을 논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간단하게 전문가가 되려면 장인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서부터 시작하였다. 흔히 ‘장인’은 기예나 기술 분야에서의 전문가를 의미하고, ‘의사’ 또한 장인이자 전문가이며 따라서 장인이 갖추어야 할 정신이 있다면 이는 의사 또한 갖추고 길러야 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의료인문학이라는 큰 틀에 기반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하여온 장인정신과 의학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이를 교육하는 것을 돕는 의학교육의 일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과연 장인인지, 그리고 전문가인지에 대하여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오늘 필자의 진정한 고민은 그간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던 내 자신의 장인의식을 추스르고, 장인정신과 전문직업성을 연결시키며, 전문직업성에 충만한 학생들을 기르는 일을 위하여 의학전문직업성을 어떻게 교육현장에서 구현할 것인가이다.
먼저 의학전문직업성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이 의사직 종사자의 특권의식이나 특수화된 이익을 대변하는 하나의 도구로써 인식될 때 발생한다. 이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오해의 발생은 의학전문직업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자 그 구성요소들 중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의 차이에 따른 것일 수 있다.
Castellani & Hafferty (2006)는 전통적으로 의학전문직업성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자율성, 이타주의, 대인관계 역량, 개인의 도덕성, 전문가의 권위와 기술 역량의 순이며, 그 다음으로 사회적 정의와 삶의 방식, 그리고 영리주의를 들었다. 교육의 장에서는 이타주의, 대인관계 역량, 기술 역량, 그리고 삶의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개업의의 경우에는 자율성, 대인관계 역량, 개인의 도덕성, 그리고 이타주의 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에 기업가적 입장에서는 첫 번째가 영리주의이며, 그 뒤로 자율성, 기술 역량, 전 문가의 권위이고, 대인관계 역량, 이타주의, 사회적 정의와 계약 등의 순이라고 정리하였다. 즉 어떤 시각으로 의학전문직업성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그 정의 영역의 중요도가 다른 셈이다.
이 글에서는 의학전문직업성을 교육의 관점에서 다룰 것이다. 이는 Castellani & Hafferty (2006)이 말한 기업가적 입장이 아닌 순수한 교육의 대상으로서의 의학전문직업성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이미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일컬어지고 있는 장인과 이들을 정의하는데 사용되어지는 장인정신을 전문직업성과 연관 지어 보는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문화, 음악, 사진, 의상, 건축, 음식과 관련하여 우리시대에 요구되는 장인 및 장인정신의 특성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는「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유홍준 등, 2010)의 장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글을 기반으로 의학에서의 장인정신의 의미를 논해보고자 하며, 이를 통해 의학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의학전문직업성의 내용과 그 방법에 대하여 제안해 보고자 한다.

장인정신과  의학전문직업성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에서 언급된 장인의 4가지 특성에 기반하여 이들 특성이 어떻게 의학전문직업성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1. ‘진정한 전문가란 학문적 연구와 별도로 자신의 학문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 대중화를 이루는 사람’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사람들 중에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과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 때로 이들은 ‘지식 전달자’와 ‘교육자’로 비유되곤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현장에서도 단지 의업을 수행하는 사람과 의술을 베푸는 사람은 구분될 수 있다. ‘學’을 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전문가라 정의하고, 감히 타인들이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구축하기 좋아한다. 우리가 그러하였고, 전문가라 일컫는 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學’의 종착점은 늘 ‘人’에 있었다. 특히 의학을 하는 사람들, 의료에 종사하는 이들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 또한 바로 ‘人’이 우리의 최종 목적지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학문과 학문적 노력이 나 또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나와 우리, 그리고 그들을 포함하는 모든 세상을 위한 것임을 한시라도 잊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학에서의 전문직업성이 가야 할 최종 목적지도 분명해진다. 우리는 환자와 환자가족 그리고 동료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하여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그들의 것으로 정화하고 타인을 위한 삶을 우리의 숙명과 같이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생각해온 전문직업성의 틀과 우리시대의 장인정신이 크게 다르지 않고, 의학에 종사해온 많은 외국의 연구자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Wear & Castellani (2000)는 전문직업성이란 사고와 감각, 그리고 행동습관에 있어서의 지속적인 자기반성의 과정이라고 하였고, Miettinen & Flegel (2003)는 의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의료와 관련된 모든 바람직한 자질을 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세상의 어떤 직종도 사고와 감각, 그리고 행동습관까지 어떠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며, 모든 바람직한 자질을 행하라고 명시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의사에게 요구되는 이러한 높은 기준들은 의사로서의 특권과 생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의사에게 허용한 삶의 자리를 의미한다. 그러한 높은 가치와 기대를 충족하고자 할 때 의사는 의사다워지고 전문가라 불릴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율성이다. 스스로 자기정화와 높은 가치를 공유할 때 얻을 수 있는 자유이다.

2. ‘모든 사람이 장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인정신은 가질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사직이 전문직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실제로 우리가 구축해온 지식과 술기는 우리의 직업란에 전문직 종사자임을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큰 무기였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자격을 주는 시험제도가 있다. 그 시험을 통과하면 ‘의사’라는 호칭이 주어짐과 동시에 ‘전문가’라는 수식어도 함께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우리의 학생들이 ‘의사자격증’은 가졌으되, ‘좋은 의사’로서 환자와 환자가족을 위해 아름다운 의술을 펼칠 수 있었던가? 그래서 그들에게는 다시 고된 수련의 및 전공의 교육기간이 주어지고, 혹독하나 견뎌내야 하는 황금과 같은 시기가 제공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이 끝나고 다시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 우리가 교육한 교육생들이 ‘좋은 의사’인가?
내가 만난 의료인문학 전문가인 Gordon (2008)은 「 Humanizing doctors」라는 논문에서 “만약 의사들을 위한 역할 모델의 행동이’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잘 하는 것’으로 제시된다면, 아무리 잘 계획된 교육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보다 인간적인 의사들을 양성하지는 못 할 것이다(Well intentioned educational interventions will not produce more humane doctors if their role models’ beha-vior suggests that it is better to do well than to do good.)”라고 기술한 바 있다. 여기서 나는 잠시 영어 ‘good’과 ‘well’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very good’과 ‘very well’의 차이이다. Well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단어이며, 동사와 함께 쓰이는 부사이다. 반면 good은 명사의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우리가 그냥 ‘좋은’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며 ‘훌륭한,’ ‘멋진’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내포한다. 우리의 관심이 역량(competency)과 성과바탕 의학교육(outcome-based medical education)에 주어지자 새삼 ‘good’과 ‘well’의 차이가 조심스레 걱정되는 것은 나만의 우려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의학을 잘 실천하고, 좋은 성과를 창출하며, 졸업 시 우리가 원하는 평가기준과 성과기준에 만족하는 학생들을 기르기 위하여 ‘very good’한 학생보다는 ‘very well’한 학생을 길러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프로페셔널한 의사를 기른다는 의미 또한 단지 전문가를 기르려고 할 뿐, 전문가 정신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의사고시를 통과하고,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well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최종 목표로 하는 진정한 성과는 ‘good,’ 그것도 ‘very good’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내면과 그들의 삶이 ‘well’을 넘어 ‘good’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good’한 학생들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good’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선해 나가는 학생, 즉 장인정신을 가진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원론으로 돌아가 장인정신이 무엇인지, 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3. ‘무엇이든 끝까지 하는 자세와 노력은 누구든지 가질 수 있다.’

“아무리 구천구백구십구분까지 이르렀다 해도 나머지 일분만은 원만하게 성취하기 어렵다. 이 마지막 일분은 웬만한 인력으로는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인력 밖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유홍준, 2002).”
유홍준 등(2010)의 말을 빌리자면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가장 분명한 특징은 ‘디테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디테일은 기량을 뛰어넘는 정신이자 무심히 지나치는 이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일면 목표지향적인 행위를 의미하기도 하며, 완벽주의와 끈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흔히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학습할 때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보인다. 하나는 ‘숙달지향성’을 보이는 사람들로 이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능의 습득을 지향하고, 학습자체를 중시하며,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힘쓴다. 이들은 내재된 학습동기에 의해 학습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반면 ‘수행지향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학습활동에서 학습 그 자체보다는 능력에 대한 외부의 인정에 가치를 두며 학습활동을 통한 배움보다는 특정한 과제에 얼마나 타인보다 유능한가를 보여주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이들은 외부평가에 의존하여 학습하게 되는 사람들이다(문태형, 2005; 한순미, 2003; Meece et al., 1988). 장인정신은 후자이기보다는 전자에 해당된다. 숙달하고자 하는 의지,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는 자세, 그것이 장인정신의 기본이다.
또한 장인정신을 가진 장인은 완벽주의자들이다. 완벽주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도달할 수 없는 수준 이상의 불가능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대해서 강박적인 압박을 느끼며 자신의 내재적 가치를 생산성과 업적에 전적으로 의존해 평가하는 성향으로 정의한다(Burns, 1980). 그러나 완벽주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개인이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부과하고 체계화, 조직화하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특성을 가지며, 성취 지향적이고 타인의 평가보다는 자기 자신의 평가에 엄격하다고 정의한다(Frost et al., 1993). 그리하여 그들에게는 끝까지 완수하는 자세와 스스로를 성찰하는 자세, 그리고 이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노력이 있기에 남들과는 다른 디테일과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본인은 장인정신이 이러한 긍정적 완벽주의를 통해 또한 실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번 더 주의를 환기하자면, 우리의 목적이 장인을 기르는 것이라기보다 장인정신을 기르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 0.5%, 1%의 성과를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그러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돕는 그 정신을 길러주어야 한다. 우리의 의과대학생들이 인구대비 0.5-1%에 해당되는 우수한 학생들이라는 점은 이미 수능시험 성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로서의 우수성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밖 99%의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우수성을 어떻게 베풀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의학이 안성맞춤이다. 과학으로 인문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전문직업성이다.

4. ‘한 분야의 장인이 길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Gladwell (2010)은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 보통 사람들을 넘어서는 성공을 한 사람들에 관한 저서인「 Outliers」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었다. 우연한 성공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분야에서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그 일을 위해 최소 1만 시간, 약 7여 년을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의사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의건 타의건 최소 1만 시간을 이미 본인의 일을 위해 투자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의사자격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이다. 외형적으로 그들은 장인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면적으로 장인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떻게 그들을 조건 이상의 무엇인가를 보유한 사람들이 되도록 할 수 있는지는 바로 의학교육의 몫이다. 즉 의학교육에 관여하는 교육자들의 몫이다. 의학전문직업성의 교육방법과 관련된 여러 문건에서는 기존의 강의식 방법 외에도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김선, 허예라, 2003; Nierman, 2002; Passi et al., 2010).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역할 모델과 관련된 것이다. 이 기나긴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의학전문직업성을 가르치고, 체험하게 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들 곁에 최고의 역할 모델을 두는 것이다. 두말할 여지 없이 바로 우리가 그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인문학 및 의학전문직업성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은지를 교육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아니 아예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새로운 평가방안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학생들과 수련의 및 전공의들 곁에 역 할 모델이 될 수 있는 ‘good’ doctor들을 포진시키는 일은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역량이 ‘well’을 넘어 ‘good’ 할 때 가능한 일이다. 왜 의기에 가득차고, 인술에 대한 포구가 높으며, 훌륭한 의사가 되겠노라 선포했던 그 많은 우리의 학생들이 모든 교육과정을 끝낸 후 직업 전선에서 그저 평범한 의사가 되고 있는지, 왜 의사로서의 삶이 애초 계획하고 기대했던 그 삶이 아닌지를 되짚어 볼 때, 우리 자신의 문화가 그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는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부족은 바로 우리의 부족인 셈이다. 그들이 미숙하고 부족해 보이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자신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꺼내들고 내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의학전문직업성을 배양하는 일은 학습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기 이전에 교육자의 자기성찰에서 비롯되어야 할 듯하다.

우리가‘실천해야  할  전문직업성’은  무엇인가?

이제 우리의 전문직업성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참이다. 의학교육을 하면서 전문직업성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질문은 크게 두 가지로 ‘전문직업성이 무엇인가?’와 ‘그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이다. 전문직업성이 무엇인가와 관련한 질문은 그 정의와 개념에 대한 질문이며, 많은 학자들에 의해 설명되고 있는 부분이다(권복규, 2011; 김선, 허예라, 2003; 맹광호, 2008; 최보문, 2011; 허예라, 2006; ABIM Foundation et al., 2002; Borgstrom et al., 2010; Freidson, 2001; Lesser et al., 2010; Passi et al., 2010; Reiser & Banner, 2003; Wear & Aultman, 2006). 반면 전문직업성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그 방법에 대한 질문으로 현재 많은 동료 의학교육자들의 탐색과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직업성에 대한 많은 정의가 존재하고 실제로 의학전문직업성을 구체화한 예도 많지만, 우리가 실천해야 할 전문직업성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따라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논의 이전에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바른 순서인 것 같다.
이러한 고민은 우리만의 고민은 아닌 듯하다. 북미, 남미,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유사한 고민을 해왔고, 이러한 고민을 통해 나름의 체계와 방향성을 설정해 왔다. 전문직업성은 그 사회와 문화가 반영된 정의로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도출되어야 하고, 이는 각각의 교육기관이 추구하는 미션과 비전을 포함한 나름의 문화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인증기관이나 위원회 등 의학교육 전문가 집단이 주도하여 해당 문화권이나 국가에서 추구해야 할 전문직업성을 먼저 정의하였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인증기준에 포함시키거나 평가대상으로 확정하였다. 즉 평가가 교육을 선도하게 함 으로써 변화를 시도하여 왔다.
이제 제시할 두 개의 예시를 다 읽는다면, 최소한 우리는 의학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될 것이다. 미국 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서 제시한 의과대학생들이 졸업할 때 지녀야 할 네 가지 특성인 의사로서의 이타심, 지식, 기술, 그리고 의무감에 기초하여 이어지는 예들을 모두 검토한 후, 우리들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의학전문직업성은 무엇인가? 누가, 언제, 어떻게 이것을 정의할 것인가?

1. 첫 번째 예

프로페셔널리즘을 실천적으로 정의한 대표적인 예는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2001)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 (2005)에서 주창한 전문직업성에 대한 교육규정이다. 이는 의과대학생과 수련의 및 전공의들이 갖추어야 할 전문직업성을 본인의 의무와 약속으로 규정함으로써 최종 성과로 전문직업성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의학, 사회학, 그리고 인문학적 지식, 기술, 행동, 그리고 태도 영역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보이는데 있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환자 가족과 동료, 그리고 내게 가르침을 주는 분들을 존중할 것이다.”
“나는 의학에서의 윤리적 원칙과 선들을 실천할 것을 약속한다. 나는 환자와 환자가족들과의 관계에 있어 환자에게 치료적 그리고 윤리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적절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나는 윤리적 법적 규정에 따라 환자정보에 대한 비밀을 지킬 것이다. 나는 환자를 존중하고, 의료적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환자의 가치와 선호하는 바를 인정할 것이다. 나는 상호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정직할 것이며, 따라서 치료의 유지와 철회에 있어 이를 수용하는지를 포함하여 환자들에게 사전 고지를 충실히 할 것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보살피고 특별한 배려를 하는 의사가 될 것이다. 건강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거나 불편한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있어서 환자들을 존중할 것이다. 나는 환자를 돌보는데 있어서 그들의 문화, 신념체계, 연령, 성, 그리고 장애 여부에 대해 존중하고 민감성을 갖출 것이다. 나는 환자의 전체적인 의학적 요구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사회적 문화적 환경들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할 것이다.”
“나는 환자를 치료할 때 신중하고도 증거기반의 방식에서 의학정보와 조사결과들을 사용할 것이다. 나는 다른 의학 전문가들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환자들을 진료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얻어진 지식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것을 내 앞에 있는 환자들에게 적용할 것이다. 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비용-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것이며, 나는 환자와 내가 포괄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의 일부임을 이해할 것이다. 나는 환자에 대한 진료의 질에 대해 타협하지 않으면서 의료자원 할당에 있어 신중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환자가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의 옹호자가 될 것이며 복잡한 보건시스템과의 협상을 도울 것이다. 나는 환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변화의 에이전트가 될 것이며, 환자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다른 의료 전문가들 그리고 관리자들과 함께 효과적으로 일할 것이다. 나는 윤리적으로 적절한 비즈니스 활동을 할 것이며 환자의 진료에 있어 청렴함을 보일 것이다. 나는 환자의 진료를 위협하는 내 자신의 사리사욕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모든 계율을 유지할 의무가 있으며, 나의 수행이나 다른 보건 전문가들 혹은 교육에 있어서 이런 계율의 위반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2. 두 번째 예

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과 그 외 단체들(ACP Foundation, European Federation of Internal Medicine)은 새천년의 의학전문직업성을 규명하는 의사헌장(medical professionalism in the new millenium: a physician charter)을 제안하였고, 이때 세 가지의 원칙과 열 가지의 전문가 책무를 명시하였다(ABIM Foundation et al., 2002).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원칙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principle of primacy of patient welfare)’이다. 즉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타주의이며, 이는 환자-의사관계의 핵심인 신뢰형성에 있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압력, 사회적 압력, 행정적 긴급함이 이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두 번째 원칙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principle of patient autonomy)’으로 환자를 존중하고 정직해야 하며, 환자에게 치료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후 Ross (2006)는 자율성 존중보다는 인간존중(respect for per-sons)이 전문가적 책임을 재정립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
세 번째 원칙은 ‘사회적 공평성을 준수하는 것(principle of social justice)’으로 의사는 보건의료제도에 있어서 사회정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포함하여 의료에 있어서 인종, 성, 사회경제적 지위, 민족, 종교, 그리고 다른 사회적 범주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10가지 전문가의 책무는 다음과 같다.

1) Commitment to professional competence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학지식과 임상 기술을 유지할 책임이 있으며, 이를 평생 동안 학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 Commitment to honesty with patients

모든 치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치료 전뿐만 아니라 치료 후에도 정직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3) Commitment to patient confidentiality

환자의 사생활 보호 및 정보보호와 관련된다.

4) Commitment to maintaining appropriate relations with patients

취약한 상태에 있는 환자와의 적절한 관계유지와 환자를 이용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5) Commitment to improving quality to care

의사는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임상 능력의 향상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의료과실을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의료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여 최적의 진료결과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6) Commitment to improving access to care

모든 사람에게 적정 수준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를 방해하는 장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7) Commitment to a just distribution of finite resources

환자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과 함께 제한된 의료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비용효과를 고려해야 할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8) Commitment to scientific knowledge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적절히 사용하고 연구 증진과 새로운 지식 창출 및 활용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9) Commitment to maintaining trust by managing conflicts of interest

개인적 이익 추구로 인해 전문직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일을 막고, 여러 이해당사자의 이해상충을 인식하여 이를 잘 공개하고 관리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10) Commitment to professional responsibilities

개인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와의 협력을 통해 환자치료를 극대화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자기규제를 할 책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자결과 후배 의사와 미래 의사를 위한 교육적 의무 또한 명시하고 있다.

의학전문직업성을  위한  의학교육

의학전문직업성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갖추어야 할 의학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함께 우리가 천명할 의학전문직업성, 즉 우리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미래의 의사들을 위한 비전과 책무가 명확하게 제시되고 공유될 때, 비로소 그것이 교육내용으로, 교육목표로, 교육방법으로 논의될 수 있으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의과대학의 성과로 또한 수련의 및 전공의 교육의 성과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의학교육자들이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하는 일은 바로 우리가 실천할 의학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일련의 규정이나 계율로 구체화되어 학생들이 평생 학습과 의사직 봉직의 이유, 그리고 그 삶의 방식까지 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의학전문직업성 배양을 위하여 의학교육이 해야 할 역할은 절반 이상이 해결된 셈이다.
그 다음 문제는 바로 의학전문직업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의학전문직업성을 교육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을 제공하는 것이다. 비록 공식적인 교육과정으로서 구성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선배 의료진과 교수들로부터 전수받고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에서 공유된 문화 속에서 의학전문직업성을 체화하고 내면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수진의 역할 모델로서의 책무성에 대하여는 앞서 기술한 바 있다.
의학전문직업성을 교육하기 위한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의과대학, 혹은 수련의 및 전공의 교육프로그램의 전 과정을 통하여 의학전문직업성을 계획된 공식적인 교육과정의 일부로 포함하여 교육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의학전문직업성과 의료인문학 관련 교육과정들은 학문중심 교육과정의 원리에 따라 각각의 교과로 분리되어 있었다. 때로는 다학제적 관점에서 각각의 인문사회 교과로 접근되기도 하였고, 간학문적 관점에서 의료인문학, 혹은 인문사회의학으로 통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교육의 성과가 체화되고 실천되어야 하는 경우, 이는 학문중심적 접근이 아닌 통합적 접근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최근의 의료인문학 관련 교육과정은 그 내부의 교육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차체하고 외형적으로는 통합 의 형태, 즉 간학문적 관점의 통합 교육과정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 예가 기존의 의과대학에서 현재 개설하여 운영되고 있는 의료와 사회, 환자/의사/사회 등의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교육과정 개선을 시도해 본 많은 의학교육 관계자들은 이러한 통합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자원을 필요로 하며 때로 기나긴 토론과 설득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를 체험하였을 것이다. 의학전문직업성에 대한 교육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만약 교육과정의 개선이 어렵다면 그 대안으로 교육방법의 전환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외형적 틀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내부의 질적 변화를 꾀하는 방법이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들(김선, 허예라, 2005; ACGME, 2001; Ber & Alroy, 2002; Cruess et al., 2011; Doukas, 2006; Karnietli-Miller et al., 2011; Klemenc-Ketis & Kersnik, 2011)에서는 일단 강의중심의 수업과 지필 시험을 탈피하도록 권고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사고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러한 사고와 경험이 차후 외현적으로 발휘되고 실천될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Rabow et al. (2010)은 의학교육에서의 전문직업성 교육은 전문가적 지식과 함께 개인의 가치를 통합하고 도덕적 민감성에 대한 성숙이 요구되는 전문성의 형성(formation)과정이며, 토론, 인터뷰, 네러티브, 조사 등을 통해 의과대학생들이 의사로서의 정체성과 실천적 가치들을 갖도록 해야 함을 기술한 바 있다. 이는 구성주의적 관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학습자들이 학습경험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구조화하고 구성해 나간다는 신념이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학생중심의 학습경험으로 소그룹 토의,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 지역사회 봉사, 저술 및 연구참여, 고객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디베이트, 관련 서적과 비디오 감상, 서면 과제나 에세이 쓰기, 학생 포트폴리오 개발 등을 제공하고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전문직업성을 교육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선정하자면 그 성과적 측면을 고민하고, 이를 지표로 개발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압박 또한 숱하게 받게 될 것이다. 지식과 기술의 교육에 정박되어 있는 교육풍토라면 교육성과의 측정적 측면을 더욱 강조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다시 전문직업성, 혹은 의료인문학의 교육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도 있다. 왜냐하면 태도는 단시간의 성과가 아니며 장시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는 개인차원 혹은 사회·문화적 차원의 암묵적 성장을 지향하며, 이러한 성장은 손쉽게 평가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적 영역을 교육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주된 고민은 어떤 학습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이다. 그러나 디베이트 교육과 관련된 나의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학생들은 이런 활동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학습하고 체험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이러한 학습경험들이 가져다주는 성장과 발전을 의심하기 이전에 교수자들이 직접 학습경험을 신중하게 창출하고 또한 적용해보는 경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후라면 얼마든지 성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한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내용과 교육목표가 있고 교육방법이 있다면 실제 실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행의 결과는 그 과정과 성과가 함께 평가되어지고 개선되어지는 체제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가지고 진화해 나가야 한다. 여기서 다시 의학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도전이 있다. 의학전문직업성의 교육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찍이 Miller는 학습평가에 있어 지식 수준을 측정하는 지식(knows) 수준 평가, 지식을 이해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지식 이해(knows how) 수준 평가, 지식을 응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식 응용(shows how) 수준 평가 및 실제생활에서 지식을 실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실천수준(does) 평가가 있다고 하였다(Miller, 1990: 맹광호, 2008에서 재인용). 역량기반 교육과정 혹은 성과바탕 교육과정이 강조되면서 지식의 이해와 응용, 그리고 실천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경향을 고려할 때, 의학전문직업성 역시 그 응용과 실천적 수준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가 요구된다.

결론  및  제언

본 고에서는 의학전문직업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교육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기 위하여 유홍준 등(2010)이 기술한 우리 시대 장인정신과 전문직업성을 연계하여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바이다.
먼저, 장인정신에서 강조되었던 것과 같이 우리의 학생들이 그 대상인 사람을 중시하고, 의학교육을 통해 타인을 위한 삶을 숙명과 같이 여길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의사직 종사자가 될 우리의 학생들이 단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라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정화를 통해 전문가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의 학생들이 숙달하고자 하는 의지와 배움, 그리고 성장을 추구하고, 이러한 자세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우수성을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지를 알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과 이를 돕기 위한 역할 모델로서의 의사, 그리고 교육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의학전문직업성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학전문직업성에 대한 정의가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잠재적 교육과정과 공식적 교육과정으로 통합적이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되어야 할 것이다.
의학전문직업성을 강화하고 확산하는 방법을 두고 일부에서는 의사국가시험 문항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으며, 일부에서는 외국의 사례와 같이 인증기준에 명시하여 교육과정에 포함 유무와 실제로 교육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의학전문직업성이나 의료인문학을 강조하고 이를 확산하자는 어떠한 제안에도 거스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전자의 생각에 관한 노파심이 작동하는 것은 속일 수 없는 필자의 심정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순수한 의도와 실천적 덕목으로서의 의학전문직업성 확산 노력이 자칫 다시 학문중심적인 지식으로만 이해되고 적용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천해야 할 지침을 암기해야 할 지식으로 격하시키지 않기를,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삶의 방식을 뇌리에 쌓아 두는 지적 대상으로 한정짓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는 암묵적 동의를 넘어선 구체적 논의로 이어져야 하며, 종래에는 실천적 행위로 표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의학전문직업성을 기르는 과정은 일종의 문화운동인 것이다.
‘우리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한다’에서 정구호 디자이너는 ‘어디서 멈추고 어디로 나아갈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깊이도 사라진다’고 하였다. 필자는 장인정신을 통한 의학전문직업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very good’ 한 미래 의사들에 대한 기대와 상상으로 가르침의 즐거움, 그리고 의학교육자로서의 책무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고 지켜야 할 후배들의 미래를 위한 바로 그 현장에 동참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선배 의학자들과 의학교육자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아울러 Pellegrino (1979)의 말처럼 ‘의학은 가장 인간적인 과학이고, 가장 경험적인 예술이며, 가장 과학적인 인문학’이다. 이 놀라운 학문을 진정으로 만끽하고 이것을 세상의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는 ‘good’ doctor들이 더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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