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Korean Acad Nurs Adm. 2022 Jan;28(1):43-56. Korean.
Published online Jan 31, 2022.
© 2022 Korean Academy of Nursing Administration
Original Article
사후 돌봄에 대한 중환자실 간호사의 경험
박지영,1 김기경2
ICU Nurses’ Experiences with Patient Care after Death
Ji Young Park,1 and Ki Kyong Kim2
    • 1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 2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
    • 1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Social Welfare, Sangji University, Korea.
    • 2Professor, Department of Nursing, Wonju College of Medicine, Yonsei University, Korea.
Received September 17, 2021; Revised December 22, 2021; Accepted January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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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identify ICU nurses‘experiences with patient care after death.

Methods

The data were collected through two focus group interviews with eight nurses who had experienced the death of patients in the ICU. Giorgi’s method of descriptive phenomenology was used to interpret the data.

Results

Five constituents and 14 subconstituents were extracted from the 68 units of meaning. The five constituents were as follows: respect the body as a person, consideration and support for the family, dichotomy between personal courtesy and performing tasks, overcoming the patient’s death and growing, and care after death: a unique role left to the nurse.

Conclusion

These findings illuminate the meaning of care after death as a continuation of person-centered care and can be used as primary data for the development of organizational, educational, and emotional support for nurses to accomplish their roles in the ICU.

Keywords
Death; Intensive care units; Nurses; Qualitative research; Respect
죽음; 중환자실; 간호사; 질적연구; 존경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2019년 전체 사망자 중 의료기관에서 사망자 비율이 77.1%로 매해 증가[1]하는데 반해 미국의 경우 병원의 사망자 비율이 2000년 48%에서 2018년 35.1%로 감소 추세[2]로 나타나 우리나라 임종의 ‘병원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환자실은 생명징후가 불안정한 장기부전 환자를 집중 감시 및 치료하는 곳으로 환자사망률이 2018년 상급종합병원 13.2%, 종합병원 14.4%에 달하여[3] 중환자실은 치료와 소생을 위한 장소임과 동시에 환자의 임종 장소[4]임을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중환자실 간호사는 빈번한 사후 돌봄 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Martin과 Bristowe [5]는 사후 돌봄은 환자 사망 직후 간호사가 수행하는 절차로서 시신에 대한 신체적 돌봄뿐만 아니라 유가족을 위한 심리 · 사회 · 영적 돌봄을 포함하는 중요한 간호 기능이라 하였으며, Greenway와 Johnson [6]은 환자가 살아있을 때 제공했던 인간중심간호(person-centered care)의 연속이라 하였다. 영국에서는 간호사의 사후 돌봄 수행을 돕는 실용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인식[7]하에 2015년 사후 돌봄 지침[8]을 개발하였는데, 본 지침 서문에 사후 돌봄은 생애 말 간호의 마지막 단계이자 마지막 간호행위라고 하여 사후 돌봄을 명실상부한 간호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간호사가 환자의 생전부터 사후 에 이르기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유일한 전문가[9]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간호활동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였으며, 다른 의료진에게도 간호사가 어떤 사후 돌봄을 제공하는지 드러나지 않았다[10]. Martin과 Bristowe [5]은 간호사의 사후 돌봄 경험연구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사후 에도 유지하고 유가족과 간호사 자신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사후 돌봄의 중요성을 보고하면서 관련 선행연구가 소수임을 지적하였다. 국내 연구로 Park [11]은 사후 돌봄과정에서 중환자실 간호사의 정서적 소진 등을 보고하였으며, Yi와 Lee [12]는 사후 예의 갖춤은 가족이 고인과 잘 이별하고자 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환자임종 경험의 일부 내용으로서 사후 돌봄을 다룬 것으로 간호사의 사후 돌봄 경험에 초점을 둔 연구는 시도 되지 않았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급성기 질환 환자와 말기 환자의 임종간호를 모두 수행하고 있으며[13], 반복적인 임종경험으로 인해 우울증, 불면증과 같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14, 15]. Park [11]은 사후 돌봄이 중환자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사후 돌봄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없음을 지적하였으며, Yi와 Lee [12]은 간호사들이 사망한 환자를 어떻게 대할지 모르거나,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여유 없이 사망을 업무의 하나로 대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소진을 경험함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적절한 지원과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긍정적인 사후 돌봄 경험을 유도할 수 있으며[16], 이러한 경험이 긍정적인 임종경험을 가져와서 간호업무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고 빈번한 죽음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한다[9].

따라서 환자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고인의 몸과 남겨진 가족을 동시에 돌보아야 하는 중환자실이란 환경에서 간호사가 환자 죽음에 따른 상황에 대처하면서 사후 돌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중환자실 간호사의 사후 돌봄 경험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기술적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인식한 사후 돌봄 행위와 업무환경, 돌봄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대처, 사후 돌봄의 의미를 드러내고 상황적 맥락에 따른 개인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간호사의 사후 돌봄 경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중환자실 간호사의 사후 돌봄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기술함으로써 사후 돌봄에 대한 경험의 본질과 의미를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간호사의 사후 돌봄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관리방안 모색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진술에서 드러난 사후 돌봄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와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그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탐색하고 기술하기 위한 기술적 현상학적 연구이다.

2. 연구대상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서울과 강원도에 소재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고 사후 돌봄 경험이 있는 간호사로서 본 연구의 목적과 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자이다. 초기 참여자는 목적적 표본추출방법을 이용하여 선정하였고, 연구주제의 특성상 사후 돌봄과 관련된 자기노출 문제로 언급을 꺼리거나 솔직한 답변을 피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하여 참여자로부터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는 간호사를 소개받는 눈덩이식 표집[17]을 이용하였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포커스그룹 면담 최저 인원인 4명[17]으로 구성하여 각 의료기관별 한 팀씩 총 2팀의 포커스그룹을 운영하였다. 연구참여자는 8명으로 모두 여성이며, 연령 범위는 23세에서 49세, 중환자실 근무 경력은 최소 6개월에서 최고 8년까지이다(Table 1).

3. 연구자 준비

본 연구의 제1저자는 현상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여년간 질적연구 논문을 국 · 내외 여러 학술대회 및 학회지에 발표해왔으며, 대학원과정과 학회에서 질적연구방법론에 대한 강의, 워크숍 등을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교신저자는 질적연구 모임에 5년 이상 참여하여 질적연구의 철학적 배경과 방법론을 숙지하였으며, 국내 질적연구학회 회원으로서 질적연구결과를 여러 국제학술대회에 발표 및 학술지에 게재하여 연구자 모두 풍부한 질적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4.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참여자와의 집단면담 방식으로 2018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연구자가 직접 수행하였다. 포커스그룹 면담은 참여자 간 상호작용을 통한 자료수집으로서 개별면담에 비해 정련되고 깊고 풍부한 내용을 드러내며, 연구주제에 대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집합적 의미를 생성한다[18]. 특히 참여자의 일상 경험이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적합하며[17] 경험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한 즉각적인 확인이 가능하고, 연구자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집단상호작용을 통해 희석함으로써 상호 수평적 관계에서 면담 진행이 수월[18]한 점에서 본 연구주제에 적합하였다.

각 면담은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에 접근이 용이한 조용한 회의실에서 진행되었으며, 팀당 각 2회씩의 면담을 진행하였고, 1회 면담시간은 120분에서 140분가량 소요되었다. 사후 돌봄에 관한 선행연구를 토대로 연구자회의를 통해 연구질문을 개발하였으며, ‘사후 돌봄에 대한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라는 개방형 질문에서 시작하여 면담내용이 심화됨에 따라 사후 돌봄행위, 사후 돌봄에 영향을 주는 업무환경, 사후 돌봄에 따른 감정과 대처, 사후 돌봄의 의미에 관한 반구조화된 질문을 이어가면서 진행하였다. 면담은 주 진행자를 서로 바꾸어가며 함께 진행하였으며, 면담진행에 대해 연구자 간 의견교환하여 진행의 일관성을 확보하였다. 자료수집과정에서 진행되는 모든 대화 내용은 참여자 동의하에 녹음하고, 면담이 끝난 후 72시간 이내에 참여자의 언어 그대로 필사하였다. 이때, 면담일지에 기록된 면담 당시 참여자의 표정, 어조, 동작 등 관찰된 비언어적 표현을 필사에 포함하였으며 녹취록을 다른 연구자가 교차 확인하여 내용 오류를 최소화하였다. 포커스그룹 면담 이후에도 추가 진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참여자에 한하여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참여자로부터 더는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는 시점에서 자료가 충분히 포화되었다고 판단하여 면담을 종료하고 참여자에게 소정의 답례품을 지급하였다.

5. 자료분석

Giorgi [19]의 기술적 현상학은 전체적 인식, 의미단위 분석, 의미단위의 학문적 용어로의 변형과 구조로의 통합이라는 4단계 분석을 통하여 경험의 의미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연구대상자의 진술에 중점을 두어 체험 자체의 의미를 파악하고, 개별적 체험들에서 공통된 일반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본 연구에서 중환자실 간호사의 ‘사후 돌봄’ 경험의 본질 구조를 밝히기 위하여 Giorgi [19]의 자료분석 절차를 적용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자가 녹취자료 전체를 여러 차례 읽으면서 참여자들 경험의 총체적 의미와 맥락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둘째, 연구주제 현상에 초점을 맞춰 중첩되는 의미단위들을 하나의 의미단위로 변경하고 의미의 전환이 일어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의미단위를 구분하여 연구참여자의 언어로 표현된 의미단위들을 확보하였다. 셋째, 확정된 의미단위들은 다른 의미단위 및 전체적인 의미와 연관지으면서 이들의 의미를 해명하고 반성과 자유변경 과정을 통해 연구참여자 언어로 표현된 의미단위들을 학문적 언어 또는 일상언어로 변경하였다. 넷째, 분석과정을 통하여 드러난 의미단위들을 종합하면서 관련 구성요소들을 분석 및 합성하고 재편성하여 ‘사후 돌봄’이라는 현상의 본질구조를 파악하였으며, 연구자들은 자료분석절차 단계별로 충분한 논의를 통한 합의과정을 거쳐서 진행하여 전체 합의를 이루었다. 본 연구결과는 Giorgi [19]가 체계적 기술을 위해 요구한 참여자 경험을 상황과 함께 기술하는 ‘상황적 구조’와 참여자의 공통된 경험에서 도출한 일반적 의미인 ‘일반적 구조’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6. 연구의 질 확보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 [20]가 제시한 4가지 질적연구의 엄밀성 기준에 따라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였다. 첫째, 사실적 가치(truth value)를 높이기 위해 2명의 연구자가 자료수집 및 분석 등에 참여함으로써, 단독연구에 따른 편견을 줄이고자 하였으며, 연구참여자 간의 신뢰관계 형성을 위하여 편안한 면담장소를 선정하고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대화를 유도하였다. 면담시 참여자의 표정, 제스추어 등 비언어적 요소와 연구자의 느낌 등을 메모하여 자료분석시 활용하였으며, 면담내용을 그대로 문자화하여 자료누락을 예방하였다. 자료분석 과정에서 참여자에게 이메일을 통하여 녹취된 내용과 분석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본 내용이 참여자의 의도, 경험내용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참여자 확인을 실시하였다. 둘째, 적용가능성(applicability) 확인을 위하여 현재 중환자실에 5년 이상 근무중인 간호사 2인에게 본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그들의 고유경험에 비추어 타당하게 해석되었는지, 연구결과에 공감함을 확인하였다. 셋째, 결과의 일관성(consistency) 충족을 위하여 다른 연구자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자료수집과 분석과정을 상세히 기술하였으며, 녹취자료의 해석이나 분석을 검증할 수 있도록 참여자 진술을 직접 인용하였다. 넷째, 중립성(neutrality) 유지를 위해 국내외 관련논문과 지침 등을 고찰하였으며, 면담과 자료분석과정에서 연구자의 선 이해, 가정, 편견 등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도록 유도질문이나 연구자의 판단정지, 괄호치기, 개인일지 기록 등 연구자의 주관성 배제를 위해 노력하였다.

7. 윤리적 고려

자료수집은 연구자 소속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IRB No: YWNR-15-2-102)의 승인을 받은 후 진행하였다.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절차, 진행방식, 개인정보 보호, 연구참여 철회의 수월성, 소정의 참여답례품 제공 등에 대한 설명문을 제시하고 연구자가 직접 설명한 후 서면 동의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한 자에 한하여 자료수집 하였다. 본 연구는 참여자가 연구참여를 자발적으로 허락한 경우라도 언제든지 자신의 의사에 의해 참여 중단이 가능하며, 연구참여를 거부 또는 중단하더라도 불이익이 없고, 연구에 필요한 정보에 국한하여 수집하되, 그 정보는 이중 코드화하여 처리 및 보관하고, 녹취된 내용은 연구 종결 이후 폐기 처분됨을 설명하였다.

연구결과

Giorgi [19] 분석방법에 따라 참여자 진술문을 토대로 사후 돌봄 경험의 의미단위 총 68개와 본 의미단위를 포함하는 하위 구성요소 14개와 본질적 구성요소 5개를 도출(Table 2)하였으며, 이에 따라 분석결과를 상황적 구조로서의 구성요소와 일반적 구조적 진술로 기술하였다.

Table 2
Constituents, Sub-constituents and Units of Meaning Based on the ICU Nurses' Experiences with Patient Care after Death

1. 사후 돌봄 경험의 구성요소

1) 사후 의 몸, 그 인격을 존중함

환자의 사망은 간호사로서 수행해온 모든 의료와 간호적 처치를 거두게 되는 시점인 동시에 간호사와 환자로서 상호작용 해왔던 ‘그/그녀’를 ‘존재로서의 한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언어, 비언어적으로 전하는 환자의 심리적 고통감, 환자를 둘러싼 가족들의 다양한 역동을 통해 환자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게 되면서 생명을 잃은 ‘몸’에 내재된 환자 개개인의 인생 무게를 알게 되기도 하고, 그러한 이들에게 안쓰러움, 위로, 격려 등 한 인간으로서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 마음의 표현으로써 참여자들은 고인의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키고 몸의 외관을 갖추어 정중히 배웅함으로써 사후 에도 한 인격체로서 존중되는 ‘나름대로’ 의례를 수행하였으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1) 치료 대상에서 ‘인간 본래의 몸’으로 되돌리는 과정

참여자들에게 사후 돌봄의 시작은 의사의 사망선고 후 환자 몸에 삽입된 카테터, 튜브 등 여러 의료장치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상처 부위 봉합을 의뢰하고, 피부에 묻은 혈액을 닦는 등 어떤 이물도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본래의 몸과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처치에 집중하였다. 매일 마주했던 환자로서의 모습과 달리 사후 에 자신들을 통해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며 참여자들은 ‘내 환자가 이런 사람이었구나’와 같은 존재를 재인식하는 경험을 하였다.

삽입된 기구와 라인을 다 빼고 정리할 때 주위에 피가 묻어 있으면 닦아 드리고, 물론 보호자에게 보여드리는 것도 있지만 돌아가신 분에 대한 엄연한 간호라고 생각해요.(참여자 8)

인튜베이션하면 턱이 벌어져 있는데 모두 빼고 입과 턱이 다물어지니까 새삼스럽게 ‘이런 사람이구나’ 하죠.(참여자 1)

(2) 생명이 다한 몸을 살아있는 인격으로 예우함

참여자들은 고인의 몸을 마치 살아있는 인격을 대하듯 예의를 갖추어 다루었다. 몸의 자세를 바로잡고, 가능한 가장 깨끗한 환자복과 시트로 외관을 갖추고,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마지막 인사할 때까지 ‘그 몸’에 담겨있는 인격과 삶의 의미를 존중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간호사의 과업이자 소임이라는 신념을 가졌다.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카테터도 살아계신 분들처럼 빼 드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급하니까 대강대강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죠. 눈을 감겨 드리고 자세가 굳거나 팔이 벌어지면 안되니까 잘 누워있게 해드리고 이동카에 실을 때도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고 전직원이 침대에 올라가 시트를 움켜잡고 최대한 살짝 옮기죠.(참여자 1)

깨끗한 환자복을 갈아 입혀드리고, 병원 시트라도 깨끗한 거 한 장 얹으면 좀 예의를 갖추어 보내드리는 것 같고… (중략) 밖에서 미리 기다렸다가 환자가 나오시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해요.‘그동안 고생하셨다’고 거기까지가 나의 일이라 생각해요.(참여자 3)

(3) 마지막을 지킨 자의 도리로서 행함과 이를 통해 위로받음

중환자실 간호사에게도 죽음은 익숙해지지 않는 상처이고 스트레스이다. 참여자들은 환자를 ‘어떤 인생을 살아온 존재’로 인식하고 간호사로서의 소임을 넘어 ‘그 존재’의 생애 마지막을 지킨 자로서 그들을 ‘고이 떠나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인간적인 사후 돌봄은 환자를 마지막까지 간호한 자로서 그리고 동시에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인간적인 도리’로 행함으로써 참여자들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하였다.

너무 외롭잖아요. 오직 옆에 있는 사람은 나 하나인데. 의식적으로 이불 한 번 더 덮어드리면 나도 그 사람을 대우할 수 있었다는 것에 집에 가서도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아요.(참여자 8)

‘좋은 곳으로 가세요 편히 쉬세요’ 마음속으로라도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기도하면 이분을 위해 뭐라도 했다는 마음이 들어 스스로에게 위로되요.(참여자 5)

2) 가족을 위한 배려와 지지

참여자가 수행한 사후 돌봄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질병, 사고 등 온갖 이유로 의미 있는 사람의 죽음을 직면할 가족의 사별과정을 돕기 위한 정서적 배려와 지지였다. 참여자들은 가족들이 편안한 고인의 모습을 기억하도록 고인의 몸을 단장하였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보내도록 가족을 배려하고 그들의 상실감에 공감하며, 이별 의식에 참여하여 가족을 위로하였다.

(1) 가족에게 기억될 모습으로 마지막 단장

유가족에 대한 돌봄의 첫 숙제는 환자의 죽음으로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족들에게 보일 고인의 모습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참여자들은 최대한 ‘괜찮은 모습’, ‘평상시의 깔끔한 모습’, 그리고 ‘가족이 늘 보아왔던’ 모습으로 환자를 단장함으로써 가족에게 숨은 위로의 예(禮)를 보였다.

온갖 기계를 달고 있는 상태에서 가슴 아픈 모습으로 돌아가시죠. 그래도 마지막으로 가족이 볼 때 그 모습 말고 최대한 괜찮은 모습으로 만나게 하려고 평상시 깔끔하게 입었던 옷을 입혀드리거나 환자복이라도 깨끗하게 해서 여럿이 끙끙거리면서 의복을 갖추어 드려요.(참여자 3)

인튜베이션을 꽂고 있고 여러 관을 달고 있는 모습을 가족이 보기 싫어하기 때문에 눈도 감겨드리고 잘 닦아 드려서 예전 모습을 최대한 사람같이 해서 가족들을 만나게 하죠.(참여자 2)

모자도 씌우고, 가져온 옷을 입혀서 살아있는 아기처럼 해서 보호자 품에 안겨드려요.(참여자 4)

(2) 이별의 시간을 위한 배려와 공감

중환자실이라는 낯설고, 두렵고, 통제된 장소에서 사망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자신의 감정상태나 마음을 추스를 여유 없이 고인의 이동과 장례준비로 분주하기 마련이다. 행정절차에 따라 돌아가는 건조한 병원 환경에서 참여자들은 잠시라도 가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마음에 담고 그들의 감정들을 헤아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고, 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이별 의식에 동참하는 것이 고인과 가족, 그리고 자신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돌봄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드려서 돌아가신 분을 보게 하는 것도 돌봄의 하나이죠. 앞으로 살면서 아픔을 감당할 보호자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참여자 5)

보호자를 대할 때 우리 마음도 아프다는 그런 감정이 보이도록 낮은 톤으로 천천히 말하고 사무적이지 않게 말해서 가족의 감정과 기분을 헤아리려 하죠.(참여자 3)

부모가 아기를 안아보는 순간까지도 교수님이 함께하세요. ‘아이를 살리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지만, 품에 안겨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중략) 얼마 못살고 가는 아기의 임종까지도 다 함께 하는 모습에서 가족도 감사하였고, 저도 감동받았어요.(참여자 4)

(3) 가족에 대한 다중적인 부담: 조심스러움, 미안함, 압박감

환자의 죽음 앞에서 가족들이 보이는 원망, 분노, 슬픔 등 다양한 반응에 어떻게 대응하고 위로해야 할지 혼동과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욱이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보면서도 장례식장 이용여부를 확인하고 행정절차 진행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졌으며, 사후 몸 돌봄을 가족 요구에 부응하도록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예민해져 있을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요. 의사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에요’ 하니 보호자가 말이 되냐고 날을 곤두세우는 걸 보고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구나 말을 삼가하게 되요.(참여자 7)

보호자에게 제일 어려운 말은 ‘사망진단서, 우리 장례식장 이용하나요?’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위에선 물어보라 하고 (가족에게) 빨리 결정하도록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참여자 8)

사후 정리해서 보호자에게 면대면 해야 할 때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했는데 보호자가 보기 그렇지 않으면 어쩌나? 보호자가 원하는 만큼 해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참여자 4)

3) 개인적인 도리로의 수행과 과업으로 수행의 이중성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중환자실에서 참여자들은 사후 돌봄에 대한 막연한 책임감에 비해 현실적으로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였다. 이는 사후 돌봄에 대한 대학 교육이나 임상지침 부재로 인해 개인의 신념이나 경험에 따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참여자들은 이제까지 돌보아온 환자에 대한 개인적 도리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돌봄을 제공하려 하지만, 과업중심의 업무환경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사후 돌봄을 하나의 ‘일’로 여기곤 하였으며, 이는 자신의 신념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

(1) 원칙 없이 개인에게 맡겨진 모호한 사후 돌봄

참여자들은 대학에서 사후 돌봄에 관한 선행 학습과 부서의 합의된 임상지침이 없는 가운데 사후 돌봄의 역할을 혼자 결정하고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인의 몸을 정리하는 것 이외에 간호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확신하기 어려워하였으며, 이는 경력간호사도 다르지 않았다.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뭘 해드릴지 모르겠어요. 뭘 해드릴 게 없는 것 같아요.(참여자 6)

학교에서 임종간호에 대해 배웠지만 자세하게 배우지 않았잖아요. 보호자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고,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환자들마다 너무 상황이 다르고…(참여자 5)

제가 4년 동안 일하면서 그 많은 임종에서 그렇게 많이 실천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잘하지 못해서 조언까지는 못할 것 같아요… (중략) 이왕 내려가시는데 깨끗하고 따뜻하게 입히고 싶은데 주위에서 ‘내려가서 할 건데 뭐 하러 옷을 입히냐’ 할 때도 있어요.(참여자 8)

(2) 돌봄행위보다 우선 처리해야 할 행정 과업들

환자 사망은 죽음을 애도하고 가족을 돌보기에 앞서 여러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과업들이 쏟아지는, ‘겨를 없는 상황’이다. 죽음, 행정, 사후 처치, 가족위로 등 모든 일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혼란을 겪지만, 경력이 쌓이고 적응되면서 오히려 돌봄에 무관심해지고 일처리에 급급한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다. 기록, 인수인계, 신환 입원준비 등의 행정업무를 사후 돌봄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고인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여력 없이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이런 과정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

빨리해야 할 업무량이 많아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그게 조금 적응되면 무감각해져서 사후 돌봄을 생각하기보다는 일이 너무 바쁘고 여유 없으니까 빨리 처리해야 할 그냥 일인 거예요.(참여자 3)

환자 준비해서 면회시켜 드리는 과정이 생각하는 것만큼 환자의 존엄이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다보면 그런 마음이 사라지고, 하고 싶어도 그럴 겨를이 없어요(모두 동의) 임종 후 보호자와 슬픔 나누는 시간이 없어요, 빨리 자리를 비워주고 환자가 올라와야 하고 인계 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할 시간이 없고 기계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중략) 내 심정을 추스르지 못하는데 빨리 정리해야 하는 상황, 그것은 4년이 지나도 그 순간만큼은 당황하는 것 같아요.(참여자 8)

4) 인간의 죽음에 대한 극복과 성장

참여자들은 실존적 죽음 앞에 심리적으로 압도되면서도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다시 죽음을 맞닥트리는 순환 속에서 심리적 부담이 누적되었다. 죽음의 영역도 사후 돌봄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간호사의 책임임을 인식하면서도 일부 참여자들은 죽음을 치료의 실패로 여겨서 의미부여를 꺼리는 이중적 인식을 나타냈다. 사후 돌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선임간호사의 경험과 조언이 유일한 길잡이가 되었으며, 간호사 간 정서적 연대가 죽음상황에서의 부정적 정서를 해소하고 다시 본연의 간호사 역할에 몰입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간호사간의 지지적 상호작용은 부서에 대한 소속감, 상호신뢰, 그리고 지침보다 강력한 모델링 효과들을 만들면서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견뎌냄’, ‘극복함’, 그리고 이러한 극복에 기반한 ‘성장’을 가능케 했다.

(1) 인간의 죽음에 압도됨

중환자실 특성상 환자의 생명징후를 실시간 감시해야 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죽어감과 죽음을 목격해 온 참여자들은 당황함, 긴장감, 집중하지 못함, 충격과 무서움과 같은 부정적 정서반응을 경험하였다. 특히 아동이거나 자신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환자의 사망은 참여자들에게 깊은 상심을 주었지만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죽음을 겪는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참여자 중에는 환자의 죽음을 치료자로서 살리지 못한 실패로 여기기도 했으며, 최선을 다해 사후 돌봄을 수행하고 나서도 그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환자분도 힘드니까 숨소리가 대개 크게 들리잖아요, 저 혼자 손이 벌벌 떨리면서 그 사람의 생명이 줄어드는 것을 소리로도 듣고 모니터로 보이고 아무 것도 못하겠고 멍하니… 죽음이 예견되어도 그런 변화가 있다는 자체가 당황의 연속인 것 같아요.(참여자 7)

굉장히 아끼던 아이가 얼마 전에 죽었어요. 대화했던 것이 너무 생각나고, 그 하루가 정말 다 슬프고, 퇴근해도 너무 슬프고 편하게 잠 못 들고 한 번씩 꿈을 꾸게 되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노력하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일하면서 다시 사망한 환자를 마주쳐야 하죠.(참여자 5)

죽음을 계속 익숙하게 보는 게 좋지 않아요. 환자 생명을 살리면 좋지 죽음을 다루는 거에 대해서는 간호의 의미를 찾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중략) 최선을 다했고 잘 정리해서 환자분이 잘 나가셔도 보람 있거나 뿌듯하거나 하는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참여자 2)

(2) 극복의 동력: 서로에 대한 경험적 연대, 정서적 연대

환자 사망 후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며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참여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선임간호사로부터 현실적인 조언과 공감을 통해 큰 도움과 위로를 얻었다.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 간호사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환자의 임종 상황을 성찰하거나 환자와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였으며, 상호 연대감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선후배 또는 동료 간호사 간의 연대감은 참여자들에게 사후 돌봄에 대한 배움, 위로, 소속감, 그리고 다시 자신의 후배에게 대물림하려는 의미 있는 동료문화로 인식되고 있었다.

선배님들은 ‘이런 상황이었고 너가 이렇고’ 하면서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위로해주니 동기들에게 받는 위로와 달리 현실적인 도움도 되고 위로도 되죠.(참여자 6)

(돌보던 환자가) 돌아가시면 충격이고 생각이 남아요. 당시에 정신이 없어서 슬퍼할 겨를이 없었는데 그 상황을 떠올리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겨요. ‘그전부터 증상이 있지 않았니? 그때 힘들었지? 그런데 환자 어땠어? 다리가 많이 부었더라, 안됐더라 그집 아들이 왔다 갔는데.’ 내가 알지 못한 첫째 아들부터 막내딸까지 가족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힘겨운 순간이었을 때 그만두고 싶다가도 같은 간호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위로가 되죠.(참여자 4)

선배들이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그랬으니까 제가 겪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더 말해주고 들어주는 것 같아요.(참여자 8)

(3) 서로 보호하기 위한 역할 대신(代身)과 분담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을 찾아 분담하거나 대신하여 사후 돌봄을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특히 죽음 경험이 적고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신규간호사를 대신하여 경력간호사들이 고인의 몸 돌봄을 수행하고, 감정에 연연하기보다 간호사 역할에 몰입하도록 조언함으로써 죽음상황으로 인한 정서적 소진으로부터 신규간호사들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중환자실은 환자가 사망하면 모두 와서 서포트 해주시거든요(모두 동의) 기록하는 동안 윗년차들이 와서 다 정리해 주시고 신규를 혼자 두지 않고 함께 해요. 담당간호사 업무가 지연되면 다른 동료들이 카테터를 보아주고, 보호자를 제일 자주 만나고 가족관계를 잘 아는 간호사가 나가서 보호자를 찾고 장지를 어디로 할지 대화하고 서로 자연스럽게 돕게 되죠.(참여자 1)

(신규간호사) 너무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으면 힘들어서 못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앞으로 많은 환자를 볼껀데 잘 가시라고 기도해드리는 것은 좋지만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고. 오히려 이것 빼고 깨끗하게 해드리고, 잘 보내드려. 액팅적인 면에서만 가르치는 것 같아요.(참여자 2)

(4) 죽음상황과 역할에 익숙해지고 돌봄의 여유가 생김

신규간호사는 경력간호사의 역할 수행을 관찰하면서 돌봄의 당위성과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역할을 습득하였다. 임종 경험이 쌓이면서 죽음 상황에 익숙해지고, 심적 동요가 감소하고, 업무가 익숙해짐에 따라 고인과 가족을 예우하고 공감하는 여유를 갖게 되는 변화를 경험하였다.

제 주변에는 기독교인 간호사도 많았고 대부분 환자에게 잘하셔서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관찰하면서 저렇게 해야 하나 보다..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참여자 3)

(죽음상황) 점차 동요가 되거나 힘든 게 덜한 것 같아요, 익숙해질 일은 아니지만 익숙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자주겪다 보면… (중략) 3년차 정도 되면 업무도 익숙해지고(고인에게) ‘잘 가세요 인사도 하고, 보호자에게 괜찮으세요?’하고 먼저 물어볼 여유가 생기는 것이 같아요.(참여자 8)

5) 사후 돌봄: 간호사에게 맡겨진 본연의 역할

참여들은 모든 환자는 사후 에도 여전히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진 존재로 여기기에 사후 인격적인 돌봄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자 누군가의 삶을 마지막까지 간호했던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이며 책임으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돌봄의 역할은 간호사라는 전문직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기에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가졌으며, 마지막까지 간호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동행하는 가치로운 역할을 간호사로서 수행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1) 간호함은 죽음까지도 존중하여 돌보는 것

참여자들은 임종 이후에도 고인을 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존재로 인식하였으며, 사후 돌봄은 중환자실에서 삶을 위해 고투했던 한 인간에 대한 마지막 의례이자, 자신이 돌보아 온 한 환자에 대해 간호사로서 역할과 책임을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환자와 가족에 대한 인간의 도리, 인간적 예의라고 생각해요.(참여자 4)

인생의 마지막에서 보는 사람이니까 제가 해줄 수 있는 영적 간호든 직접간호든 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권리이자 기회이고… (중략) 그분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으로서 예의인 것 같아요.(참여자 8)

저의 환자였고 일종의 관계를 맺었던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있고 나는 의료인으로서 당신을 돌봤던 사람입니다 그런 표현이죠.(참여자 7)

(2) 간호사라서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

참여자들은 고인에 대한 인격적인 돌봄은 임종을 지켰던 간호사가 할 수 있는 고유하고 독보적 역할로 인식하였으며, 이러한 자신들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다. 한 인간의 죽음과 그 이후의 몸, 그리고 가족을 돌보고, 그들의 상실감에 함께 함으로써 질병, 삶뿐만 아니라 죽음과 사후 의 돌봄과업까지도 간호사의 소명으로 여기고 수행의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함을 가졌다.

‘가족이라도 섣불리 못하겠지만, 돌아가신 사람을 말도 시켜보고, 깨끗하게 해드려야지 살아있는 사람처럼 해드리고 싶다’ 그런 생각은 간호사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참여자 1)

가족도 돌아가신 분을 직접 볼 시간이 많지 않은데, 중환자실에 계신 동안 남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좋은 곳으로 가시도록 했던 사람으로 행운이라 할 수 있죠.(참여자 7)

중환자실 간호사여서 마지막까지 간호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구나… 할 수 있도록 선택받은 사람일 수 있으니까 감사하고…(참여자 8)

2. 사후 돌봄 경험의 일반적 구조적 진술

참여자들은 임종 후 각종 의료적 장치의 제거와 봉합, 그리고 처치의 흔적이 남은 피부를 깨끗하게 정리함으로써 원래 몸의 온전함(integrity)를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사후, 몸이 굳어지기 전에 자세를 가지런히 바로잡는 일종의 수시(收屍)를 수행하고 깨끗한 옷과 홑이불로 몸을 단장하여 인간의 존엄함이 마지막까지 유지되도록 외관을 갖추어 드렸다. 이렇게 참여자들은 고인의 몸 돌봄(personal care) 과정에서 고인을 인격체로 예우하였으며, 이러한 의례행위가 간호사 스스로에게 본연의 소임을 다했다는 정서적 위안을 주었다. 또한 참여자들에게 유가족은 고인을 돌보는 것만큼 중요한 사후 돌봄의 대상이었다. 고인 몸을 정갈하게 단장함은 고인에 대한 인격적 존중함의 의미뿐 아니라 유가족에게 평생 기억될 고인의 모습을 선사하는 배려이며, 충분한 이별을 위한 시간을 배려하고 위로하여 가족의 사별과정을 돕고자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참여자들은 고인의 죽음에 슬픔과 원망감을 가진 가족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과 부담감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사전 교육이나 부서 내 합의된 지침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후 돌봄은 참여자들에게 각자 개인 소관에 맡겨진 모호한 업무로 인식되었으며, 고인과 가족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여력 없이 사후 돌봄을 ‘일’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과업중심의 업무환경에서 참여자들은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 실시간 모니터링되는 생명징후 변화를 통해 죽음과정을 지켜보면서 참여자들은 환자의 생리적 죽음과 존재론적 죽음 사이를 줄다리기하듯 오가며 심리적으로 압도되었지만 이러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임종을 겪으면서 부정적 감정들이 누적되었다. 때로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은 치료의 실패로 여겨지기도 하기에 참여자들은 그동안 수고한 자신의 노고와 사후 돌봄이 갖는 긍정적인 의미를 인정하거나 보람조차 수용하지 못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부서 내 선임간호사의 공감과 현실적인 조언은 큰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며,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경험을 한 간호사들이 자연스럽게 비공식적 모임을 형성하고 임종상황을 되짚어 보거나 환자와 가족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면서 정서적인 연대감을 키웠으며 이와 같은 지지와 연대감은 하나의 대물림이 되었다.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에서 사후 돌봄은 간호사들이 함께 대처하는 업무로 여겨졌다. 특히 선임간호사들은 신규간호사를 대신하여 사후 돌봄을 수행하거나, 간호사로서 역할 수행에 몰입케 하는 일종의 정서적 분리(emotional dissociation)를 유도함으로써 죽음상황에 따른 정서적 소진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신규간호사들은 선임간호사의 역할 수행을 모델 삼아 자연스럽게 사후 돌봄 역할을 습득하였으며, 경력과 경험이 쌓이면서 죽음 상황에 점차 익숙해지고 단단해졌다(normalization). 그리고 이러한 내적 견고함을 통해 고인과 가족을 돌아볼 여유를 갖는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였다.

참여자들은 사후 돌봄의 의미를 환자에게는 인간으로서 존중되어야 할 마지막 권리이자, 간호사에게는 마지막까지 환자에게 예의와 책임으로서 다해야 할 소명으로 정의하였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인격적인 돌봄이 생전 환자와 상호관계 속에서 제공한 간호사의 인간중심간호의 연장선이며, 간호사이기에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자 한 인간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가치있는 역할로 의미화하였다.

논의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시각에서 사후 돌봄 행위와 업무환경, 감정과 대처, 돌봄 의미를 포함한 사후 돌봄 경험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시행되었다. 본 연구에서 사후 돌봄은 크게 고인의 몸에 대한 인격적 돌봄과 이에 수반되는 가족에 대한 정서적 돌봄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Olausson과 Ferrell [9]이 사후 돌봄을 고인의 몸(body)에 대한 신체적 돌봄과 유가족을 위한 심리 · 사회 · 영적 돌봄으로 보고한 결과와 유사하였으며, 국외 사후 돌봄지침[6, 7, 8] 또한 고인의 몸 돌봄에 초점을 두되 그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지지적 의사소통을 함께 다루고 있다.

본 연구의 간호사들은 고인의 몸을 청결히 정리하고 의복 갖춤을 중시하였는데 고인의 외관 준비에 높은 가치를 두려는 간호사의 선호도가 국내 · 외 경험연구에서 공통되게 나타났다[5, 9, 11, 21]. 국외 사후 돌봄 지침[8, 22]은 사후 2~4시간 이내 고인의 외모와 몸 상태를 관리하여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도록 권고하는데 이를 개인적 돌봄(personal care)[9, 8] 또는 마지막 임무(last offices)[5, 10]로 명명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상례(喪禮) 과정의 하나인 수시(收屍) 즉, 정성을 다해 고인의 몸과 옷을 바로 잡는 행위를 통해 예를 표하도록 하고 있다[23]. 이와 같은 고인 몸에 표하는 의례행위가 가지는 의미가 여러 문헌에 보고되었는데[10] 고인에게 존경을 표하고 위엄을 갖추는 간호사의 태도와 행동이 유족에게 심리적 위로를 주며[24],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복귀하는데 도움을 준다[23]. 또한 본 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의례행위는 죽음상황에서 간호사의 정서적 대처에 도움을 준다. Martin과 Bristowe [5]은 현대 간호에서 사후 의례행위가 좌절되고 있지만 유대감을 가졌던 환자에 대한 감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환자를 돌보는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대처기전(coping mechanism)[5] 역할을 한다고 하였으며, 심리적 안정감과 통제력을 얻어 긍정적인 죽음경험을 유도하고[9, 16]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이 간호사의 소진을 예방하고 직무만족과 업무몰입을 촉진시킨다[9, 16, 25]. 따라서 본 연구는 고인의 존엄성 유지와 가족의 정서적 지지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죽음상황에서 간호사의 정서적 대처기전으로서의 사후 의례행위의 의미를 재조명하였다.

가족에게 기억될 좋은 모습으로 고인을 단장함으로써 가족을 위로하려는 간호사들의 행위는 본 연구를 포함한 여러 선행연구에 공통으로 나타났다. 죽음 순간 대신 편안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고인을 꾸미거나[9], 의료물품을 치우고 개인물건을 옆에 두어 일상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도록 하였다[5]. 또한 고인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사별과정을 촉진하고 이별예식이 가족의 상실감과 슬픔을 구체화하고 외면화[26] 하는데 도움을 주므로 가족의 이별과정을 지지하는 간호사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사후 돌봄과정에 가족을 참여시키거나 사후 의례에 환자 또는 가족의 의사를 고려함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가족의 의사를 반영하고 참여를 중시한 국외 선행연구[5, 6, 9, 10]와의 차이점이다. 비록 국가, 개인의 문화배경에 따라 선호도의 차이가 있지만[23, 26] 고인의 몸단장에 가족이 참여함으로써 고인과 작별하고 슬픔을 표현하는 시간을 통해 치유 기회가 되며[9], 사별과정을 촉진하는[26] 순기능이 다수 국외 문헌에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가족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주관하던 상례가 오늘날 전문의례기관에 의존함으로써 가족 참여기회가 줄었지만[23] 여러 순기능을 고려할 때 가족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사후 돌봄과정에 가족을 참여시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고인과 가족의 문화 · 종교적 신념과 바램[22]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문서화하여[9] 사후 돌봄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사후 돌봄에 대한 불명확한 역할인식이 사전 교육과 임상 지침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 진술하였다. 전문적인 죽음교육은 죽음 적응과정을 도와주며[9], 사후 돌봄 지침[8, 22]은 사후 돌봄 수행과 유족과의 대화에 자신감과 능력[8]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사후 돌봄 전문교육과 실무 지침과 같은 체계적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본 참여자들은 많은 행정업무를 사후 돌봄과 함께 수행하는 업무 환경에서 사후 돌봄의 여력이 없음을 호소하였는데, 병원환경의 제약, 병원 절차적인 요건과 시간 압박으로 인하여 개별화된 사후 돌봄 제공이 제한됨을 보고한 선행연구[5, 21]와 유사하였다. 사후 돌봄은 간호사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가 아닌, 간호사 고유의 중요역할로 인식하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돌봄수행 시간을 배려하는 행정적인 지지와 상호 협력하는 동료 지지[6, 9]가 선결되어야 한다.

간호사들은 중환자실에서 빈번한 죽음경험에 따른 누적된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였는데 이러한 감정 누적이 간호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잦은 죽음의 지속적 노출은 깊은 슬픔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슬퍼할 기회 없이 누적된 슬픔은 직무능력 저하, 낮은 자존감, 죽음에 대한 선입견 등에 영향을 준다[27, 28]. 특히 본 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환자 사망을 치료의 실패로 여기는 인식은 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혼란[16]과 죽음에 대한 부정적 정서[29]를 야기하며, 이는 소진[16]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죽음상황에서 겪는 간호사의 심리적 고통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본 간호사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선임간호사의 조언과 지지, 함께 경험한 동료와 비공식적 모임을 통해 자조(self-care)하고 간호사 간의 연대를 통해 죽음상황에 대응하려는 경향은 여러 연구에서 발견된다. Rashotte 등[27]에서 소아 간호사들은 동료와 비공식적인 대화를 통해 슬픔을 해결하며, Shorter와 Stayt [15]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휴게실 등에서 동료와 대화하는 방식의 비공식적 지지를 더 선호하였는데, 서로 어떤 일을 겪는지 알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 경험나눔 과정에서 팀으로의 동료애를 경험하였다. 따라서 빈번한 죽음상황에서 적극적 대처를 돕기 위하여 무엇보다 동료 간 비공식적 자조모임에 대한 행정적 지원이 요구되며, 죽음 이후 간호사 상담 또는 수퍼비전 체계 등 공식 지원 프로그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본 간호사들은 환자 사망이후 동료 간의 역할을 분담하거나 대신함으로써 공동 대응하였는데, 이러한 팀 접근방식은 중환자실이라는 공간 · 업무적 특성에 부합하는 것으로 개별화된 돌봄을 제공하고 가족지지 제공에 유리한 업무환경을 제공[15]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특히 죽음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강렬한[27] 신규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한 선임간호사의 지원 행동이 다른 연구에서도 공통되게 나타났다. Gerow 등[16]은 환자 사망 시 간호사가 고립되고 무력하고 지지받지 못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경우에는 이런 트라우마가 그대로 이월되는 반면, 동료로부터 지지받고 멘토링되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낀 간호사들은 감정소모 대신 성장을 위한 배움과정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특히 본 간호사들은 신규간호사들이 감정에 연연하기보다 역할 수행에 집중하도록 유도하였는데, 이러한 정서적 분리(emotional dissociation)는 간호사의 대처기전 중 하나로 보고되었다. Shorter와 Stayt [15]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정서적 분리를 통해 슬픔에 대처하며, Hopkinson 등[30]은 간호사의 정서와 경력을 보호하는데 정서적 분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중환자실 간호사의 공동대응과 지원은 신규간호사의 긍정적 죽음 경험을 위한 안전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16] 지지될 필요가 있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선임간호사의 사후 돌봄 수행을 역할 모델 삼아 자연스럽게 수행기술을 습득하였다. 환자 침상에서 선임간호사의 멘토링을 통해 사후 돌봄 기술을 배우고 기술을 개발하였으며[15], 이는 긍정적 죽음 경험과 관련[9]되어 멘토링이 사후 돌봄 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임을 시사하였다. 또한 본 간호사들은 죽음을 하나의 일상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정서적으로 대처하는 일종의 정상화(normalization) 과정[15]을 거쳤으며 3년 정도 경험이후 사후 돌봄 업무가 익숙해졌다는 참여자 진술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임상경력을 가진 간호사가 팀 내 사후 돌봄을 지휘하고, 교육 등의 지원역할을 담당[27]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인간은 사후 에도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성[24]을 갖는다는 인식에 모두 동의하였으며, 인격적 돌봄은 마지막까지 ‘그 존재’를 간호했던 상호관계에서 나오는 책임으로 인식하였다. 생전 환자와 맺었던 관계성이 사후 돌봄 과정에서 간호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며[5], 사망 이후 환자-간호사 간 계약관계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호혜적인 관계가 전문직업적 관계를 초월[5, 16]하는 것으로, 이러한 상호관계성에 기반한 돌봄의 의도와 행위가 본 간호사들이 언급한 ‘간호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사후 돌봄의 차별화된 속성이라 할 수 있다. 한 인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간호하고 그 곁을 지키는 역할에 대하여 본 간호사들은 ‘선택받은’ ‘감사함’ ‘행운’으로 표현함으로써 돌봄행위의 영적 의미를 표현하였다. Martin과 Bristowe [5] 연구의 참여자들은 돌봄역할을 영예롭게 여겼고 그 과정에서 강한 영적 요소를 경험하였으며, Olausson과 Ferrell [9] 연구참여자들은 영적 연관성 즉, 초월적 의미나 신성한 것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였음이 보고되었다. 이와 같은 사후 돌봄의 영적 의미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인식한 ‘영적 요소’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명확히 고찰된 바 없으므로, 이에 대한 추후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시각에서 사후 돌봄의 의미를 재조명하였으며, 사후 돌봄 역할의 의미성과 고유성을 재확인하였다. 사후 돌봄은 환자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인간중심 간호임을 확인함으로써 간호의 지평을 넓혔으며, 가족뿐만 아니라 간호사 자신의 정서적 위안을 넓히고 죽음에 따른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대처하게 하는 측면에서 간호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결론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수행한 사후 돌봄 행위와 이에 관련된 업무환경, 돌봄과정에서 갖는 감정과 대처, 사후 돌봄의 의미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 기술적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탐색하였다. 참여자들이 인식한 사후 돌봄이란 고인의 몸을 인격적 대상으로서 예우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가족의 사별과정을 돕기 위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후 돌봄은 임종 이후 의례로서 유가족의 위로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이 죽음이라는 실존적 현상에 긍정적으로 대처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사후 돌봄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였다. 비록 사전교육과 실무지침 부재, 과업중심적 업무환경,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환경 제한 속에서 선임간호사의 조언과 비공식적 자조 모임에 의지하고, 팀워크로 공동대응하며 자연스럽게 역할을 습득하고 죽음상황과 돌봄업무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후 돌봄은 사후 종료되는 환자와 간호사 간의 직업적 관계를 넘어서 상호관계성에 기반한 돌봄의 연속이며, 초월적 가치를 가진 소명이자 간호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본 연구는 중환자실이라는 임상 상황에 국한되므로 본 연구결과를 다른 임상 영역으로 일반화하는데 제한이 있으며, 본 연구참여자 전원이 여성간호사임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수행하는 사후 돌봄 행위를 포함한 관련 경험을 기술하였으며, 간호사의 사후 돌봄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향후 간호사를 위한 사후 돌봄 실무지침 개발과 사후 돌봄 멘토링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연구를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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