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고구려의 시조가 동명성왕(東明聖王)으로, 중국 정사에서는 고구려 시조가 주몽(朱蒙)으로 기록되었다. 기존의 연구에서 동명(東明)과 주몽이 별개의 인물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동명과 주몽이 일체화되어, 『삼국사기』에 동명성왕이라는 인물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고려에서는 국초부터 고구려 계승의식이 존재하였다. 고려라는 국호도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미였다. 서희(徐熙)와 소손녕(蕭遜寧)의 담판에서도 고려의 고구려 계승 의식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구려 멸망 이후나 고려 초기에 사람들의 혼동으로 주몽과 동명의 일체화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낮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뛰어난 한문 해석 능력을 보유한 고려인들이, 중국 정사에서 명확히 구분된 동명설화와 주몽설화를 혼동하였을 가능성은 낮다. 둘째, 중국에서 고려에 보낸 조서에서 이미 주몽의 존재가 명확하게 확인된다. 셋째, 시조관(始祖觀)은 국가 정체성과도 연결되므로, 잘못된 인식이 개입되어 시조관을 정립하였다고 보기 힘들다. 1011년에 동명왕(東明王)의 사당에 훈호(勳號)를 더해준 것을 기점으로, 부여의 시조인 동명을 고구려의 시조 주몽으로 일체화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백제가 동명을 시조로 하였다는 관념을 바탕으로, 주몽과 동명을 일체화시켜 고구려와 백제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변동시켰다. 즉 고려는 고구려 중심의 시조관을 정립하여 민심을 규합하려고 시도하였고, 후백제인들에게 고구려와 백제는 뿌리가 하나라는 인식을 주입시켰다. 이러한 고려의 의도는 『구삼국사(舊三國史)』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키워드

고구려(Goguryeo), 주몽(Jumong), 동명(Dongmyeong), 동명성왕(Dongmyeongseongwang), 시조관(progenito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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