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청춘영화로 대표되었던 1960년대 청년들의 문화는 1970년대로 들어서면 대학생 중심의 청년문화와 잔여적인 하위문화로 분리되었다. 청년문화가 생맥주, 청바지, 포크송, 영상시대 감독들의 사회비판적인 영화 등으로 외화되었다면 대학생과 지식인층을 제외한 노동청년들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하위문화는 <선데이서울> 같은 선정적 잡지, 무협소설, 에로소설, 만화가게, 폭력적인 홍콩무협영화 등으로 대표된다. 이 글은 1970년대 청년문화의 반대편에 있었던 하위문화를 고찰하기 위해서 당시 가장 유행했던 홍콩 무협영화를 분석함으로써 그 문화의 단면을 독해하고자 한다. 여기서 이러한 문화를 통칭하여 하번관문화로 설명한다. 하번관은, 홍콩무협영화나 B급 액션영화들이 주로 상영되었던 도시 변두리의 극장인데 저렴한 입장료와 접근용이성으로 인해 주변 청소년과 청년노동계층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낙후된 시설과 저급한 환경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대학생 중심의 청년문화는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그 현상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었던 반면 하번관문화는 제대로 규명되거나 연구되지 못한 채 후일담식으로 논의되었고, 해당시기에는 저질문화의 온상으로 퇴행성을 드러낸다고 동시기 비평가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으며, 하위문화의 감수성에 대한 새로운 독해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은 단순한 서사구조와 지나친 육체의 전시 및 폭력성의 과잉으로 인해 폄하되었던 하번관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독해지점에 대하여 논구하고자 한다. 당시 홍콩영화는 일종의 1970년대식 ‘청춘영화’로서 읽혀질 수 있는데 초인간적인 무력을 보유한 청년주인공들은 자만 때문에 죽음에 이르거나 혹은 친구를 대신해서 죽음에 가까운 모험을 감행한다. 그들은 사회에 대해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며 충의나 도의에 억매이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 자체로서 이미 기성세대의 윤리관에 반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에 더해서 그 영화들이 보여주는 잔혹한 육체 훼손과 과잉적인 죽음의 전시는 사회의 암묵적 금기에 대한 도전과 연결된다. 이러한 육체성에 대한 새로운 감성은 이소룡의 실제적인 격투장면에 대한 매혹과도 연결된다. 그의 육체가 보여주는 사실성은 어떠한 무기도 필요 없는 육체 자체의 능력을 드러내고, 훈련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이상태를 보여준다. 훈련을 통한 능력의 습득은 사회적 약자들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기제였다.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상황에서 하번관 문화의 주체들은, 청년문화의 형식처럼 논리나 은유로서 사회를 비판할 수 없었다. 그들은 육체에 대한 자학적 훼손과 과잉적인 전시를 통해 자신들의 감수성을 드러낸다. 언어적 표현이 아닌 신체를 통한 이러한 감각의 전시는 당대 문화담론 내에서는 독해될 수 없는 금기에 대한 도전이었다.

키워드

청춘영화, 1970년대, 대중문화, 홍콩무협영화, 하번관, 관객수용성, 이소룡, 장철, 스트리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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