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고는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을 계기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예언서 ‘정감록’의 열풍이 공존했던 두 전후(戰後)의 풍경을 조명하며,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중에게 ‘미신(迷信)’이 갖는 의미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정부가 주도한 대대적인 ‘신생활운동’ 속에서도 거리에는 무당과 점쟁이가 범람하고 ‘행운의 편지’가 주기적으로 재등장해 사회 문제화됐던 해방 이후-전후의 풍경에 대한 문화론적 고찰이자, 민중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증식했던 맹목적 믿음에 대해 재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해방 후 가공할 만한 원자탄의 위력은 매체를 통해 풍문처럼 확산됐고, 대중이 근대적 과학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랜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진실성을 갖고 있는 ‘정감록’은 오히려 논리적이고 신뢰할만한 출처였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신이 오락거리로 대중의 일상과 더욱 공고하게 밀착되어갔고, 이 같은 배경하에 발표된 최요안의 <의사없는 마을>(1950), 장용학의 <미련소묘>(1952), 주요섭의 <붙느냐 떨어지느냐?>(1958)는 모두 과학적 신념을 가진 근대적 남성주체가 미신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민중 혹은 자기 자신의 한계와 직면하는 양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세 소설에는 각각 과학을 신봉하는 의사, 모더니스트 소설가, 미신의 진상을 목도했던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근대적 과학 체계에 대한 회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과학과 미신, 근대적인 것과 반근대적인 것의 경계는 모호해지며, 이들은 그간 반근대적, 전근대적이라 치부해 왔던 미신이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살펴본 것처럼, 두 번의 전후 ‘정감록’과 행운의 편지 등 일련의 미신행위는 대중의 불안과 막연한 희망을 통해 증식해 나갔고, 당국은 이 불온한 유언비어를 척결하고자 했지만 그 근원적인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이를 일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곧 전후의 미디어와 문학텍스트는 근대성에 대한 회의가 엄습하는 순간, 과학에 대한 확신에 균열이 발생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었으며, 미신은 전쟁에 대한 불안과 당국에 대한 회의가 교차되었던 시대의 병폐 및 당대 민중의 필요성을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좌표이기도 했다.

키워드

전후(戰後), ‘정감록’, ‘행운의 편지’, 과학, 미신, 근대성, 유언비어,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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