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간호사의 의료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 경험
자료에서 추출된 의미 단위들을 통합 및 분류한 결과 ‘이해와 배려의 부족으로 횡포를 당함’, ‘특수하길 바라나 존중받지 못함’, ‘서글픔을 홀로 감내함’, ‘고통을 수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함’과 같은 4개 주제 모음이 도출되었다. 구체적인 주제 모음과 주제는 다음과 같다(
Table 2).
Table 2
Theme Clusters and Themes for ICU Nurses’ Experiences of Feeling Hurt by Medical Personnel
Theme cluster |
Theme |
Significant statement |
The high-handedness from a lack of understanding and consideration |
Conflicts caused by differences in values |
Following the same methods as before Embarrassment by junior colleagues’ frank comments |
Feeling contempt due to the power imbalance |
Being angry on the doctors’ power trip Hurt on pride as being treated like a pushover Feeling like becoming a litter bin of emotion |
Not being respected as a professional |
Burdens due to ambiguous job boundary |
Raged against the injustice of shifting the doctor’s work Embarrassed by imputing the doctor’s responsibility Feeling angry at the doctors’ irresponsible prescription |
Feeling sadness by being distrusted |
Loss of pride by being unappreciated and undervalued as professional classes Being censured for the decision after careful consideration |
Being betrayed by trusted colleagues |
Humiliated publicly Hoping to be understood by colleagues Feeling isolated by distrust and conflict each other Being disappointed with the colleagues’ inattentive attitude |
Having to endure sadness alone |
Giving up on continuous fighting back |
Chalking up to my fault Carrying a lot of emotional baggage |
Loss of enthusiasm for clinical practice |
Reluctance to talk about the patient’s condition with doctors Hesitating about going to work Dissolution for the desire to work hard |
Strategies for accepting pain |
Understanding each other through reciprocity |
Opening my mind to others first Trying to put oneself in the shoes of the other person |
Colleagues’ supports as a protector |
Thinking of the head-nurse supporting me as a hero Encouraged by the support of the senior nurse |
● 주제 모음 1: 이해와 배려의 부족으로 횡포를 당함
주제 모음 1은 참여자들이 경험한 마음의 상처와 관련된 배경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음의 상처는 참여자들이 중환자실이라는 환경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여 횡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선임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 시절부터 배워왔던 간호사의 가르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자기주장이 강한 후임 간호사의 경우 선임 간호사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여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내성적인 성격의 간호사들을 ‘만만한 간호사’로 취급하며 더 쉽게 대하고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의사와의 관계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였고,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조차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서 마음의 상처가 반복된다고 인식하였다.
∙ 가치차이로 인한 갈등
참여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참여자들은 선임 간호사들이 신규 시절 때 배웠던 부정적인 행동들을 그대로 답습하여 참여자들에게 전달하고 그 행동을 강요한다고 느꼈다. 선임 간호사인 참여자의 경우에는 후임 간호사가 참여자의 방식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선임 간호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였으며 이로 인해 선 ‧ 후임 간호사 간에 갈등이 발생함을 경험하였다. 이렇듯 중환자실 안에서 다양한 임상경력과 가치관이 다른 여러 세대의 간호사들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갈등이 발생하였고, 이는 참여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만들었다.
우리 병동 윗년차(간호사)와 아래연차(간호사) 사이가 너무 안 좋아요. 요새 신규 간호사들은 자기 할 말을 하는 선생님들이거든요. 윗년차 간호사의 명령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나는 간호사로 들어왔는데 왜 저런 걸 시키는 거지?’라며 인상을 찌푸려요. 근데 우리 윗년차 입장에서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배우던 보수적인 집단이다 보니 아래연차(간호사)들이(그런 일은 하기 싫다는) 자기표현을 하고,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모습들을 못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윗년차는 아래연차가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고 괜히 아래연차한테 toxic 하게 굴고, 아래연차들도 윗년차한테 정색하고 인상을 쓰니까 병동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갈등이 심하게 나타났어요. 그래서 진짜 힘들어요.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는데(참여자 7).
∙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모멸감
참여자들은 부서 내에서 직급의 차이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하였다. 의사들은 간호사와의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상급자라는 인식이 있고, 선임 간호사는 위계적 간호 문화 내에서 상위에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일부 의사나 선임 간호사가 반말이나 욕설을 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참여자들은 두려움을 경험하였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자기주장이 부족한 내성적인 간호사에게 더 심하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의사는 참여자와의 갈등 상황에서 당사자와 해결하지 않고, 간호관리자를 찾아가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소위 ‘갑질’을 일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듯한 권위적인 행위들을 간호사는 마음의 상처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일부 선임 간호사나 의사는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서 참여자들을 질책하기도 하였고, 칭찬을 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의사가 저를 밀쳐서 데스크 모서리에 부딪혀서 멍이 들었어요. 저에게 십원짜리 욕도 했어요. 의사는 당직실로 가서 자기 옆에 있는 선풍기를 확 집어 던지고, 발로 차고 어딘가로 전화를 했었어요. 저는 너무 떨렸어요. 저 들으라는 듯이 “간호사 밖에 안되는 게!” 하면서 전화하는데… 정말 모멸감을 느꼈어요(참여자 1).
수선생님은 “하지 마세요.”라고 표현하는 간호사한테는 조심하시는데 자기주장이 약한 사람들한테는 더 세게 나오는 성격이세요. 그리고 저는 “이러지 마세요.”라고 말할 성격이 안 돼요. 할 말 하는 성격의 동기 간호사가 있는데 수선생님이 그 동기의 업무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야기 못 하시고, 그 다음 듀티 때 인계받은 저한테 “환자한테 예의 바르게 해라!” 이런 식으로 뭐라고 하세요. 그것을 참는 것이 반복되니 나중에는 수선생님을 보기만 해도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상담센터를 다니게 되었어요(참여자 4).
저랑 웃고 지내던 의사가 환자상태가 변한 것에 대해 갑자기 저에게 엄청 화를 냈어요. 나중에 그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한테 ‘그때 화내서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그때 제가 기분이 안 좋았었어요.’ 이렇게 이야기했다는데, 그 선생님 때문에 엄청 움츠러들었는데 자기 기분이 안 좋아서 저한테 푸는 게 말이 되냐고요. 아!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네요(참여자 6).
● 주제 모음 2: 특수하길 바라나 존중받지 못함
주제 모음 2는 중환자실이라는 특수부서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거는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대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중환자실 간호사’라면 최첨단 의료기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고,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치료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특수한 간호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참여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신뢰, 보상 등과 같은 존중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혹독하게 대하였다. 또한, 중환자실 간호사라는 이유로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거나, 전문직 간호사로서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에 대해 무조건적 책망을 일삼았다. 이에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중환자실 간호사로서의 정체성에 혼돈을 겪었다.
∙ 모호한 업무경계로 인한 부담감
중환자실의 일부 의사는 중환자실 간호사가 환자 치료업무를 알아서 잘 해내기를 바랐다. 부서 이동된 경력 간호사의 경우 이러한 의사의 업무 전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의사의 불완전한 처방에 대해 처방요청을 하였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존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당연시하는 분위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였다. 또한, 명확한 업무 기준이 없고, 때때로 의사가 자신의 업무영역을 침해했다고 느끼며 참여자를 비난하였기에 참여자는 그 기준을 맞추느라 힘들어하였다. 그리고, 막상 환자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들은 간호사의 탓을 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을 보여 막중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 중환자실 의사들은 환자 상태가 변하면 간호사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일하기를 바라요. 하지만 막상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왜 그랬어요?”라고 해요. 우리도 법적으로 기준이 없으니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도 없어요. 일하는 명확한 기준도 없고, 의사들 비위도 맞춰줘야 하니, ‘아, 미쳐버리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게 저는 상처였어요. 말로 괴롭히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괴로워요(참여자 4).
∙ 신뢰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서러움
참여자들은 중환자들을 간호함에 있어서 작은 실수는 환자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기를 바라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참여자들이 심사숙고하여 내린 간호 결정에 대하여 신뢰하지 않고, 밤 근무 때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환자를 지켜보았지만 환자 간호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을 했다고 의심하는 등 참여자를 동등한 의료인으로서 신뢰 및 인정해주지 않아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또한 부서이동이 되어 중환자실에 온 참여자들의 경우에는 그전에 근무했던 병동에서의 경력과 상관없이 중환자실 간호업무에 대해 미숙할 것이라고 낙인을 받았고, 평가절하나 감시를 당해 모욕감을 느꼈다.
아이(환자)가 소변이 안 나와서 책임 간호사와 고민하고, 당직의와 의논해서 그렇게 한 건데, (담당 교수가) 저한테 전화해서 다짜고짜 화내면서 왜 자기한테 이야기 안 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냐고 비난했을 때 ‘아, 이 사람이 내가 한 행위를 신뢰하고 있지 않구나.’ 이렇게 느껴져서 너무 속상했고, 전화 끊고 펑펑 울었죠(참여자 3).
(부서이동 되어서) 왔을 때 갈등이 심했어요. 제가 다른 부서에서 경력이 많다 해도 **ICU 담당의들은 2년차 이상이니까 자기네들이 더 많이 알잖아요. 그러니까 제 수준이 떨어져 보이는지 저를 무시하고, 경멸적인 눈빛으로 봤어요. 간호사들도 비슷했어요. 동기한테 그런 눈빛 받은 적 있었고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차라리 신규였으면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텐데. 내가 이 나이에 지금 후임들한테도 경멸 섞인 눈빛을 받으니 예전에 있던 병동에서 어떤 후임 간호사가 다른 선임 간호사한테 “일은 나보다 훨씬 못하는데 돈은 두 배로 받아 간다.”라고 말했던 것이 오버랩 되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너무 그만두고 싶었어요(참여자 1).
∙ 믿었던 동료에 대해 배신감을 느낌
중환자실 간호사는 환자를 간호함에 있어서 더 정확하고, 완벽하게 업무를 해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그러므로 업무가 다른 의사보다는 선임이나 후임, 동기 간호사를 진정한 동료라고 생각하여 같은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간호사에 의한 언행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즉, 특수한 업무를 함께하는 동료집단이므로 동료들이 자신의 업무 미숙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며 부드럽게 감싸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오히려 공개적으로 질책하여 망신을 주거나 참여자의 미숙한 업무를 의사에게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보고서도 방관하거나 묵인을 하는 부서내 간호사나 간호관리자들로 인하여 참여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 였다.
간호사는 간호사 편이 아니고, 의사 편인 것 같아요. 선임 간호사와 저 그리고 의사가 있는 자리에서 의사가 잘못했어도 선임 간호사는 의사 편을 들지 간호사 편을 안 든단 말이에요. ‘내 편이 아니구나, 간호사는 내 편이 아니구나, 의사 편이구나! 수간호사님도 의사 편이구나’라고 생각해요. 수간호사님이 하시는 행동들을 보면 ‘아 이 사람은 끝까지 내 편은 들어 주시지 않겠구나’ 이런 느낌이 들어요(참여자 6).
(씁쓸해하는 표정으로 침을 삼킴) 우리가 조금 더 뭉쳐서 의사에게 대처했으면 조금 더 나아졌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의사가 저한테 욕하고 물건을 던지는 상황에서 다들 모른척하더라고요. 그게 진짜 외로웠어요. 혼자더라고요. 간호사인데 간호사 동료들조차도 방관자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참여자 1).
● 주제 모음 3: 서글픔을 홀로 감내함
주제 모음 3은 업무 강도가 높은 중환자 간호를 하는 참여자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음의 상처가 반복되었지만, 참여자들은 상처를 적극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방치하였다. 방치된 상처는 상대방의 폭력적인 행위를 정당화시키거나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참여자들은 결국 환자 간호에 대한 마음이 떠났고, 이는 환자 간호 업무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 반복된 폭력에 대한 체념
참여자들은 의사나 간호사와의 관계에서 다양한 상황에 노출되며 여러 깊이의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나 거듭되는 마음의 상처에 대응할 용기가 없어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동을 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가치를 낮추며 다른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되길 자처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단절한 채 거리를 두었다. 상처 사건이 정당한 방법으로 해결되지 못한 것을 본 참여자는 그 사람의 부적절한 행동이 참여자 자신이 못났기 때문이라고 함입하는 등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풀리지 않는 거대한 응어리를 작은 마음속에 그저 꾹꾹 눌러 담아 방치된 마음의 상처는 트라우마로 나타났다.
의사랑 트러블이 생긴 후 깨달은 것은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상하 관계가 맞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의사랑 ‘협력자’라고 배우지만 절대 ‘협력자’일 수가 없어요. 저를 욕하고 밀친 것은 그 의사인데 공식적인 사과도 못 받았고, 저를 ‘의사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간호사’로 낙인했어요. 협력자였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겠죠. 상하 관계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지. 우리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간호사일 뿐인 거예요(참여자 1).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있지만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고 상처죠. 풀리지는 않으니 그 상처가 소화되지 않고, 상처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쌓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부피가 큰 상처가 제 몸에 들어오면 제 몸은 한정돼있으니까 꾹꾹 압축시켜서 이렇게 딱 넣어두는 거죠(참여자 8).
∙ 임상에 대한 열정이 사라짐
부당하게 과도한 질책이나 반복되는 상처에 노출된 참여자들에게 발생한 마음의 상처는 결국 환자 간호에도 영향을 미쳤다. 참여자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혼을 내는 선임 간호사에게 신경을 쓰느라 환자에 대한 인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또한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의사로 인하여 의사와 환자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다. 거듭되는 질책에 출근을 최대한 미루는 등 참여자들의 가슴에 새겨진 마음의 상처는 결국 환자를 대하는 참여자들의 임상에 대한 열정을 앗아갔다.
상처를 받았는데 또 상처를 받아요. 그래도 일을 잘해보려고 마음먹고 왔는데 또(선임 선생님들 눈에) 걸릴 게 있겠죠. 그래서 또 혼나면 반성은 1쯤하고 나쁜 마음이 3, 4쯤 되다가. (나이트 근무하는) 밤이 길다 보니까 나쁜 마음이 점점 커지죠. ‘아, 진짜! (울먹이며) 그만해야겠다. 나는 어차피 무엇을 해도 안 될 것 같다. 여기에 적응하려면 1년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 1년 동안 이렇게 살 자신이 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참여자 3).
● 주제 모음 4: 고통을 수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함
주제 모음 4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쓰라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대처의 전략을 시도하는 참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여자는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인정한 뒤에 상대방에게 먼저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며 공감대를 형성하여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고자 하였다. 또한 프리셉터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거나 나와 같은 마음의 상처가 있는 동료 간호사와 서로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하고 정돈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며 치유를 하였다. 의사와의 갈등 상황에서 참여자의 탓을 할 것으로 생각했던 관리자가 참여자의 편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안심시켜주는 경험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였다.
∙ 역지사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함
분노나 원망의 시기를 보낸 참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수용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고자 하였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인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마음의 상처를 준 상대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머무르기보다는 상대방의 진심을 헤아리고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변하고자 하였다. 심사숙고 끝에 속마음을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상대방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상대방도 자신의 마음을 참여자에게 표현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여 마음의 상처 응어리가 해결되는 경험을 하였다. 아울러 참여자들은 의사나 간호사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고민 끝에 속상한 마음을 의사에게 카톡으로 보냈는데 답장이 왔어요. 깜짝 놀랐죠. 답장할 의사가 아닌데. 그 의사 말로는 다른 의사가 휴가를 들어가서 본인이 외래와 혈관 조영술 등 여기저기 가야 해서 바쁜데, 우리가 notify 한 것이 별것 아닌 내용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한테 뭐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선생님이 상처 받았다면 미안해요.”라고 답장이 왔어요. 그래서 저도 “(의사)선생님 힘든 것 알아요. 그래도 그렇게 이야기하면 저희도 상처 받아요. 저희도 좀 더 생각하고 notify 할 테니 부드럽게 대해 주세요.”라고 답장을 했어요(참여자 1).
∙ 동료의 지지가 방패막이가 되어줌
참여자들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겨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동료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특히 자신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나 프리셉터가 자신을 이해해 주고 격려해 줌으로써 위로를 얻고 억울함이 해소되기도 하였는데 ‘괜찮아 너는 잘하니까’, ‘신경 쓰지 마, 너의 문제가 아니야’와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였다. 또한 우연한 계기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준 당사자가 병원의 규정으로 처벌을 받게 됨으로써 상처가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는 전문직 간호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으로 고통받는 동료에게 참여자의 경험을 알려주면서 이러한 일이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고,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치유해 주기도 하였다.
“환자가 잘못되면 다 너 때문이다”라는 말이 며칠 계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 뒤로는 아기(환자) 보는 게 무서워지고,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아 나는 아기(환자)를 볼 능력이 안 되는구나’ 하고 자괴감에 빠졌어요. 그런데 프리셉터 선생님과 다른 (간호사)선생님들이 “괜찮아, 괜찮아~ 너는 잘하니까”라고 응원해줘서 그 선생님들 때문에 병원을 계속 다닐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참여자 6).
그때 임시직이었기 때문에 인턴이 수간호사에게 항의하면 해고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어요. 그때 수간호사님이 의국에 전화해서 그 인턴이 한 행동에 대해 항의하고는 저한테 와서 “아침에 뭐 안 좋은 일 있었다면서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하고 가셨어요. 저는 사실 그때 일을 하면서도 저만의 변명거리를 설명하려고 계속 그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수간호사님이 오셔서 “신경 쓰지 마세요.” 이러고 가시니까 참 멋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참여자 8).
이와 같은 분석 결과를 통합하여 중환자실 간호사의 의료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상처 경험 현상에 대한 완전한 최종진술(exhaustive description)은 다음과 같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마음의 상처는 업무 중 의료인과의 다양한 관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세대의 간호사들과 함께 근무함으로써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였고, 보이지 않는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꼈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부족으로 횡포를 당했다고 느꼈다. 또한 의사의 업무 전가로 부담감을 느끼지만 정작 간호사로서의 업무능력을 신뢰받지 못하였고, 특수한 동료집단에서 믿었던 동료들이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아 배신감을 느끼는 등 특수하길 바라나 존중받지는 못한다고 여겼다. 참여자들에게 발생한 마음의 상처가 계속됨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반복된 폭력에 대해 체념을 하거나 임상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 서글픔을 홀로 감내하고 있었다. 마음의 상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역지사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여 용서하였고, 방패막이 되어준 동료의 지지 덕분에 고통을 수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여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