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종양괴사인자-알파(tumor necrosis factor-alpha, TNF-α) 길항제들은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의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다[1]. TNF-α는 결핵균뿐만 아니라 비결핵항산균(nontuberculous mycobacteria)에 대한 인체의 면역학적 방어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TNF-α 길항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2,3]Mycobacterium gordonae (M. gordonae)는 독성이 낮아 객담에서 검출되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가능성이 낮고 대표적인 오염균으로 간주되고 있다[4]. 저자들은 TNF-α 길항제로 치료 중인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M. gordonae 폐질환으로 진단되어 적절한 약물 치료 후 호전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39세 여자
주 소: 흉부 영상 소견 이상
현병력: 환자는 5년 전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받고 mesalamine, azathioprine, prednisolone 등을 투여하면서 추적관찰 중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어 8개월 전부터 TNF-α 길항제인 infliximab (remicade) 치료(5 mg/kg)를 시작하였다. Infliximab 치료 시작 당시 흉부 X-선 소견은 정상이었고(Fig. 1A),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nterferon-gamma releasing assay, Quanti-FERON-TB Gold)는 음성이었다. Infliximab 투여 후 대장 염증이 호전되어 정기적으로 infliximab 투여 받으면서 경과관찰 중(8개월에 걸쳐 6차 infliximab 투여 후) 시행한 흉부 X-선 검사에서 좌하엽에 경화성 병변(consolidation)이 관찰되어(Fig. 1B) 원인 검사를 위해 입원하였다. 입원 당시 발열, 기침, 객담과 같은 호흡기 증상은 없었다.
과거력: 궤양성 대장염 치료 이외에 특이 과거력은 없었다.
사회력: 음주나 흡연은 하지 않았다.
이학적 소견: 내원 시 체중은 48 kg, 키는 155 cm, 신체활력징후는 혈압 114/80 mmHg, 맥박수 96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은 36.5℃였다. 흉부 청진상 심음은 정상이었으며 천명이나 수포음은 청진되지 않았다. 복부는 편평하고 부드러웠으며, 간이나 비장의 종대는 없었다.
검사실 소견: 입원 당시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5,290/mm3 (호중구 70.9%, 림프구 14.0%), 혈색소 9.4 g/dL, 혈소판 358,000/mm3, 혈청생화학 검사에서 혈청 총 단백 5.2 g/dL, 알부민 2.9 g/dL, AST/ALT 21/10 U/L, 총 빌리루빈 0.26 mg/dL, 혈액요소질소 14.9 mg/dL, Cr 0.43 mg/dL, LDH 251 U/L, C-reactive protein 1.56 mg/dL였다. 소변 검사상 특이 소견은 없었다.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를 다시 시행했는데 음성이었다. 객담 항산균 도말 및 배양검사는 음성이었다.
기관지내시경 검사: 기관지 내 병변은 없었고 좌하엽 posterior basal segment에서 기관지폐포세척(bronchoalveolar lavage)을 시행하였다. 기관지폐포세척액 세포진 검사에서 암세포는 관찰되지 않았고, 항산균 도말검사는 음성이었고 결핵균 핵산증폭검사에서 결핵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피세침흡인검사(percutaneous fine needle aspiration): 좌측 폐 병변에 대해 경피세침흡인을 시행하여 시행한 병리검사에서 괴사성 병변을 동반한 상피양 세포들과 림프구의 집합체가 관찰되었다(Fig. 3). 조직에 대한 항산균 도말검사는 음성이었고, 핵산증폭검사에서 결핵균은 음성이었고 비결핵항산균은 양성이었다.
치료 및 경과: 폐 세포 병리 소견상 비결핵항산균에 의한 폐 병변의 가능성이 크지만 호흡기 증상이 없고 균동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 병변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항산균 배양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이후 기관지폐포세척액에 대한 액체배지와 고체배지에서 비결핵항산균이 배양되었다. 폐 조직에 대한 항산균 배양검사에서는 배양되지 않았다.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배양된 비결핵항산균에 대해 균동정검사를 시행하였는데 M. gordonae가 동정되었다. 결핵연구원에 의뢰하여 동정된 M. gordonae의 약제 감수성 검사를 시행하였다(Table 1). 폐병변이 처음 관찰된 지 2개월 후에 시행한 흉부 X-선에서 좌하엽 경화성 병변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어(Fig. 1C) M. gordonae 폐질환으로 진단하고 약제감수성 검사에서 감수성을 보인 clarithromycin, rifampin, ethambutol로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료 시작 후 병변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Fig. 4) 치료 시작 1개월과 3개월 후에 2차례 추구 객담 항산균 도말 및 배양검사를 시행하였는데 모두 음성이었다. 1년간 약물치료 후 M. gordonae 폐질환 치료를 종결하였다. 치료 종결 6개월에 시행한 흉부 X-선 소견에서 재발의 증거가 없었으며 infliximab 5 mg/kg로 6주 간격으로 투약하면서 증상 및 내시경적 관해를 유지하고 있다.
고 찰
궤양성 대장염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그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TNF-α가 장관염증의 중요한 매개체이며 TNF-α 길항제들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에 비해 우수한 증상 호전과 점막 치유 효과를 보이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스테로이드나 azathioprine과 같은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관해나 호전을 보이지 않는 중등도 이상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TNF-α 길항제들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5].
TNF-α는 육아종의 형성 등 결핵균에 대한 인체의 면역학적 방어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TNF-α 길항제가 이 과정을 억제하므로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에서 TNF-α 길항제 치료를 받을 경우 결핵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2]. 그러므로 TNF-α 길항제 사용 전에 활동성 결핵 여부를 확인하고 결핵이 없을 경우 결핵감염 검사를 시행하고 잠복결핵감염으로 진단되면 잠복결핵감염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5]. 본 증례의 환자도 TNF-α 길항제를 사용하기 전에 흉부 X-선 검사와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를 시행하여 폐결핵이 없고 잠복결핵감염 상태가 아님을 확인하였다.
TNF-α 길항제는 결핵균뿐만 아니라 비결핵항산균에 대한 방어기전도 억제하므로 TNF-α 길항제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이 발생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비결핵항산균은 균종에 따라 독성(virulence)이 다른데, mycobacterium avium complex (MAC), M. kansasii, M. abscessus 등은 상대적으로 독성이 높아 객담에서 검출되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가능성이 크지만, M. gordonae는 독성이 낮아 폐 병변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객담에서 M. gordonae가 검출되면 대표적인 오염균으로 간주되어 왔다[4,7]. 그러나 기관지폐포세척액 또는 폐 조직 생검에서 M. gordonae가 검출되거나 객담의 경우 M. gordonae가 반복해서 검출되고 폐 병변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없을 때 M. gordonae 폐질환(true infection)을 의심해 볼 수 있으며[7],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 스테로이드 치료, 장기이식환자와 같은 면역억제 환자들뿐만 아니라 정상 면역인에서도 M. gordonae가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8,9].
TNF-α 길항제로 치료 중인 환자들에서 발생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원인균을 분석한 국내외의 연구들에서도 대부분 MAC이 원인균이었으며 M. gordonae가 원인균인 경우는 없었다[3,10]. 그러나 본 증례는 TNF-α 길항제를 사용 중인 환자에서도 M. gordonae가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M. gordonae 폐질환의 흉부 방사선 소견은 폐결절, 공동, 폐침윤(infiltration), 기관지확장, 폐경화(consolidation) 등 다양한 소견을 보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9], 본 증례에서는 폐경화 소견을 보였다(Fig. 2).
M. gordonae 감염의 치료 약제와 치료 기간은 아직 정립되지 않는데 시험관에서 항균력이 있는 clarithromycin, rifampin, ethambutol, fluoroquinolone 등이 경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7]. 본 증례에서도 배양된 M. gordonae에 대한 약제 감수성 검사에서 감수성을 보이는 clarithromycin, rifampin, ethambutol로 치료하였고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치료 기간 또한 문헌마다 9개월에서 22개월까지 다양한데 본 증례에서는 12개월간 약물 치료로 적절히 치료되었다[8].
본 증례는 TNF-α 길항제를 사용 중인 환자에서 발생한 M. gordonae 폐질환으로 적절한 약물치료로 완치된 첫 번째 증례 보고이다. 그러므로 임상 검체에서 M. gordonae가 검출되더라도 오염균으로 보고 감별진단에서 배제하지 말고 M. gordonae 감염병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