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고백파로 분류되는 미국의 시인인 시오도어 뢰트케(Theodore Roethke, 1908∼1963)는 자연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과 인간의 내적 세계를 초현실적으로 절묘하게 조화시킨 시로 유명하다. 이러한 자연을 소재로 한 뢰트케의 고백시는 1960년대 한국 시단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김수영은 뢰트케의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수영의 산문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작노트6」(1966. 2. 20)에서는 「이 한국문학사」, 「H」, 「눈」이라는 자신이 쓴 시들을 발표하면서 뢰트케의 명시를 읽은 소감을 언급하고 있으며 「생활의 극복」(1966. 4)에서 뢰트케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김수영은 『세계전후문제시집』(世界戰後問題詩集, 1962)에서 뢰트케의 「비애(悲哀)」(Dolor, 1948), 「불의 형상(形象)」(The Shape of the Fire, 1948), 「죽어가는 사람(The Dying man, 1958)」이라는 세 편의 시를 번역하였다. 이러한 점으로 김수영과 뢰트케의 고백시에 대한 영향관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뢰트케의 고백시는 제 2시집 『잃어버린 아들과 그 밖의 시』(The Lost Son and Other Poems, 1948)에 실린 「카네이션」(Carnations)과 「극미한 것들」(The Minimal), 「긴 뒷길」(The Long Alley)에서 고백시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시에서는 자아의 실체를 찾는 탐사 과정이 중요한 주제가 된다. 그 과정은 유년기를 보낸 시인의 고향인 자연환경, 가족이 운영하는 온실과 거기에서 자라던 식물이나 행해지던 작업 등의 시인의 체험과 기억들이 고백시를 통해서 펼쳐진다. 이러한 뢰트케의 시를 통한 자아의 본질 추구는 시인이 자연과의 합일 체험으로 자아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유사하게 김수영의 고백시에서도 자연이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김수영의 고백시는 1946년에 시작되어 1968년에 끝난 김수영의 20년 이상의 시작(詩作)에서 일관된 특징들이 자리 잡고 있다. 「폭포」(1957), 「꽃잎3」(1967), 「풀」(1968)의 시에서는 자연물과의 친화적 태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점은 뢰트케와 김수영의 시에서 자연 미물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으며, 미미한 생명체들의 연상을 통해 자아를 체험하면서 이를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뢰트케의 시는 순수 자연을 통한 자신의 내면 탐구인 고백시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달리 김수영의 시에서는 자연적 소재를 관념화하여 현실의 문제를 직시한다. 그의 시는 현실에서 주체적 자아를 확립하여 이상적 세계를 투영해 나가고자 하였다.

키워드

고백시, 자연, 식물, 미물, 자아, 이상세계

참고문헌(16)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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