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조선후기는 수많은 돌림병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일환으로, 많은 의서의 간행이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허준의 『신찬벽온방』은 보다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치료법들이 쓰여진 전염병 치료의 전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돌림병의 원인이나 치료법은 비과학적이고 주술적인 점도 적지 않다. 다만, 전시에 위생환경이 열악해진 데서 전염병의 원인을 찾은 점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백성들은 약재 하나만을 사용하는 단방이나 대나무 등을 태우는 방역법을 많이 썼다. 적어도 개인이나 집주변 등 생활 영역에서의 위생관리 및 방역에의 관심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그 연기가 장승이나 봉수와 마찬가지로 마을단위에서 전염병이 들었음을 알려주는 표식이기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한약업사들은 다른 병증 보다 더 전염병은 “예방”이 중요하다고 공통된 의견을 제시한다. 다만, “치료”는 의료법상으로 임상 등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기에 양방 즉 백신접종 및 서양의학의 치료가 보다 더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한계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까닭에 한약업사의 대부분은 전염병의 치료에 있어서는 서양의학에 대해서도 신뢰하는 현상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이라는 측면에서 한약업사들은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모두가 깊이 인지하고 있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향후 많은 비법을 가지고 있는 한약업사 등에게 임상치료에 대한 접근이나 연구 등이 실제적으로 허용되었을 경우에는 충분히 예방과 더불어 치료법을 찾는 것 역시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한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약방의 한약업사들은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대해, 예방의학적인 측면에서 면역력 강화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약업사들은 면역력강화를 위해서, 108배, 만보걷기, 참선, 요가명상, 위빠사나 수행, 기공(법륜공, 영보필법, 도인법, 수평공)수련, 열심히 살기, 유산소운동(배드민턴, 테니스)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식치의 방법으로서는 된장찌개, 미역국 등 자신의 체질에 맞는 전통 음식과 보주익기탕 등의 보약, 그리고 좋은 물로 수분보충을 충분히 할 것과 함께 물대신 차((녹차·보이차)를 소개하였다. 이외에도 충분한 잠이나 휴식을 취하기와 함께 취미활동(분위기 좋고 차맛이 좋은 카페나 찻집 가기, 가드닝(정원손질), 등산, 여행, 문화예술 공연 관람 등의 소확행의 아이디어 등 다양한 실천적인 제안도 제시되었다. 코로나19의 맹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상이 지속되고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역병이 아무리 신의 뜻이고 마마님의 행차일지는 모르지만 결코 인간의 의지를 꺾을 수 없으며 인간의 역사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힘들지만 슬기롭게 헤쳐가는 우리의 인류의 역정이 생활문화인 의료 민속으로서 후세에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맺음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키워드

한약방, 한약업사, 전염병, 코로나19, 면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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