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고는 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이 일본어로 글을 쓰는 작업을 검토하고, 그의 일본어 글쓰기와 조선어 인식의 관련성 속에서 식민지 출신 김시종의 일본어에 대한 사고가 현재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고찰했다. 소년시절의 김시종은 식민자에게 강요당한 일본어로써 자연스럽게 자기형성을 이루었다. 이 때 그에게 ‘조선어’는 ‘죽은 언어’였고, 해방 후 느닷없이 조선인이 되었을 때, 조선인이면서 조선어를 전혀 몰랐다. 청년이 되어서야 조선어를 하나부터 힘들여 배웠다. 일본어에 건너간 이후 일본어로시를 쓰면서 김시종은 자기 안에 체득된 능숙한 일본어를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어눌한 일본어’를 일부러 구사하여 일본어에 대한 ‘보복’을 감행했다. 이 보복 행위는 결국 국민국가 언어인 일본어 안에 새로운 일본어를생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즉 보복은 피식민자의 식민자에 대한 복수가아니라 식민자 언어에 균열을 꾀해 식민자 언어의 미래를 개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재일 조선인으로서 일본에서 최초로 공립 고등학교의 조선어 교사가 된 김시종은 ‘일본인과 조선인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일본사회에 조선어를 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시종은 여전히 ‘조선어’는 현대 일본사회에서 피식민자의 언어로 자리해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와 조선어의 대등한 만남이 일본의 식민지 유산에 균열을 가하는 초석이라고 생각했다. 김시종에게 조선어는 두 개의 조국으로 나뉜 각각의국가언어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념을 앞세운 민족 언어만도 아니다. 김시종은 식민지시대에 자기 안에서 ‘죽은 언어’였고, 지금은 소생한 언어인조선어가 일본어와 대등하게 만나야만 여전히 식민지배의 유산에 사로잡힌 일본사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작용을 하리라고 보았다.

키워드

김시종, 식민지배, 일본어, 재일, 조국, 조선어

참고문헌(19)open

  1. [단행본] 김시종 / 2008 / 경계의 시 / 소화

  2. [기타] 김시종 / 2011 / ‘경계선의 在日시인’ 김시종씨 日문학상 수상 / 연합뉴스, 2011년 1월 20일

  3. [단행본] 사가와 아키 / 2008 / 재일시의 크레올성을 둘러싸고, In 재일 동포문학과 디아스포라3 / 재이앤씨

  4. [단행본] 앙트완 베르만 / 2009 / 낯선 것으로부터 오는 시련: 독일 낭만주의 문화와 번역 / 철학과 현실사

  5. [단행본] 윤상인 / 2010 / 번역과 제국의 기억, In 일본비평 2 / 서울대학교일본연구소

  6. [학술지] 草津信男 / 1958 / 夜を希うもの:ヂンダレにおける詩論の発展と金時鐘の詩につい て / ヂンダレ (20)

  7. [단행본] 金石範 / 1972 / ことばの呪縛

  8. [학술지] 金時鐘 / 1957 / 盲と蛇の押問答:意識の定型化と詩を中心に / ヂンダレ (18)

  9. [단행본] 金時鐘 / 2000 / 私の中の日本と日本語,in 金時鐘の詩もう一つの日本語 / もず工房

  10. [단행본] 金時鐘 / 2001 / 在日のはざまで / 平凡社

  11. [단행본] 金時鐘 / 2004 / わが生と詩 / 岩波書店

  12. [단행본] 金時鐘 / 2005 / 境界の詩 / 藤原書店

  13. [단행본] 金時鐘 / 2007 / 再訳朝鮮詩集재역 조선시집 / 岩波書店

  14. [단행본] Gilles Deleuze / 2002 / 批評と臨床(Critique et Clinique) / 河出書房新社

  15. [단행본] 浅見洋子 / 2007 / 金時鐘の日本語表現:猪飼野詩集を中心に. 大阪府立大学大学院人間社 会学研究科修士論文

  16. [단행본] 梁石日 / 1999 / アジア的身体 / 平凡社

  17. [단행본] 吳世宗 / 2010 / リズムと抒情の詩学:金時鐘と'短歌的抒情の否定' / 生活書院

  18. [단행본] 磯貝治良 / 2006 / 金時鐘 / 勉誠出版

  19. [단행본] 細見和之 / 1999 / アイデンティティ/他者性 / 岩波書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