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熱河日記』는 세계적 수준의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성취의 양상을 밝혀가기 위해선 고증의 차원을 넘어 연암의 고뇌와 서술 전략을 적극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渡江錄」에는 『열하일기』를 어떤 정신과 태도로 기술할 것인지에 대한 연암의 생각이 담겨 있으며 이는 ‘경계의 인식론’이라 부를 만하다. 첫 번째는 경계의 시간인 연호 표기와 「도강록서」의 관계를 살폈다. ‘後三庚子’라는 年號 표기는 名과 實이 일치하는 글을 쓰고자 했던 작가 정신의 산물이자, 경직된 춘추의리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쓰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본문 첫머리의 세 가지 연호 표기 방식은 『열하일기』의 정체성과 지향을 담고 있다. 연암은 명과 조선, 청 세 나라의 독자성을 다 존중하면서 그 사이를 가로지르고자 했다. 둘째는 경계의 공간인 압록강에서 道에 대해 물은 연암의 의도를 살폈다. 道의 자리는 際를 통해 드러났다. 연암이 유가와 불가 서학, 법가를 두루 인용하여 際를 설명한 것은 그의 사유가 한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際의 의미가 특정 사상에 귀속되지 않음을 나타내려 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경계의 자리는 보편적인 진실을 지녔으며 모든 대립을 조정하는 사고 체계임을 말하려 했다. 際의 인식에는 나와 타자, 우리의 내부, 안과 밖의 관계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려는 연암의 의지가 담겨 있다. 경계의 자리는 위험하고 불온하지만, 변혁이 일어나며 창조적인 사유가 생성되는 곳이다. 셋째, 경계인의 눈인 소경의 平等眼에 대해 살펴보았다. 연암이 불교의 평등안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은 유학의 사유를 통해서는 청에 대한 차별을 극복할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 보았다. 평등안은 진리를 인식하는 주체의 시각을 묻는다. 요컨대 연암은 첫 번째 장인 「도강록」에서 시간과 공간, 인간에 대한 경계의 인식론을 담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세계를 바라볼 것을 다짐하였다. 세 가지 경계의 담론에는 彼我의 차별을 넘어 성리학 이외의 학문과 사상을 융합하고 ‘사이’에 서려는 연암의 주체적 의식이 있다.

키워드

朴趾源, 熱河日記, 渡江錄, 渡江錄序, 年號, 경계(際), 平等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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