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논문은 퇴계학파의 ‘理發說’을 극단으로 해석하여 ‘心卽理’를 주장했던 한주학파에 대한 정재학파 심성론의 비판적 특징을 규명함으로써, 퇴계학의 전개양상과 퇴계학이 가진 학문적 다양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대산 이상정의 성리설을 그대로 잇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 온 정재학파의 철학적 특징과 그 위치를 한주학파와의 비교를 통해서 확인해 보려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은 우선 한주학파의 철학적 특징을 이진상의 성리설을 중심으로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고, 그에 대해 정재학파를 열어갔던 유치명으로부터 그의 대표적 제자인 김흥락과 김도화, 그리고 권상익 같은 인물이 어떻게 비판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 두 가지 입장은 첫째, 이진상이 이황으로부터 이어진 ‘리발설’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실질적 의미의 ‘리발일도’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하는 것은 ‘리’밖에 없다는 관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이것은 ‘심즉리’로 이행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가 된다. 이러한 근거 위에서 둘째, 이진상은 ‘心卽理說’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그는 주자학의 일반 명제인 性發爲情을 강조하면서, 정을 ‘已發한 리’로 해석한다. 나아가 심통성정에서의 ‘統’을 주재성 중심으로 해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심즉리’를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진상의 철학적 특징에 대해 정재학인들은 어떠한 입장을 가지는지를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우선 ‘리발일도’에 가까운 이진상의 리발설에 대한 입장은 3장에서 정리하였다. 유치명과 정재학파의 문인들은 기본적으로 ‘리기호발’이라는 관점에서 리발설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사단과 칠정은 묘맥에 따라 리발과 기발 모두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전형적인 ‘리기호발설’을 보여준다. 이진상의 ‘리발일도’와 기호학파의 ‘기발일도’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리기호발설은 심즉리설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지게 하는데, 그 내용은 4장에 정리했다. 리발과 기발을 동시에 인정하는 ‘리기호발설’은 심을 ‘리와 기를 합한 것’ 또는 ‘리와 기를 겸한 것’으로 이해하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발위정’의 논리는 미발의 성과 이발의 정을 나누어 이해하는 이론적 근거로 사용되고, 심통성정에서의 통은 주로 ‘통섭’과 ‘겸섭’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들은 심의 속성에 대해 철저할 정도로 ‘合(兼)理氣’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心卽氣나 ‘心卽理’에 대해 모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정재학파의 이와 같은 이론적 특징은 퇴계학의 특수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주자학의 일반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이상정의 노력을 그대로 잇고 있는 것이다. 한주학파가 실질적인 리발일도와 여기에 근거한 심즉리설을 제기함으로써, 퇴계학이 주자학과 가진 차이를 확연하게 벌여가는 입장이라면, 정재학파는 퇴계학이 가진 차이를 주자학의 일반론 위에서 해석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키워드

한주학파, 정재학파, 이진상, 유치명, 심즉리, 리기호발, 심합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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