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글은 뉴 미디어 시대 각색에 대한 이론적 탐구를 위한 시론으로서, 린다 허천의 The theory of Adaptation(Second Edition)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뉴 미디어 시대 확장된 각색 인식을 살펴보고 그 이론적・정치적 잠재력을 발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허천은 오늘날 각색을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라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허천에 따르면, 모든 스토리텔링은 본질적으로 상호텍스트적인 것이고, 모든 장르나 매체는 상호텍스트성의 형식으로서 동질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한에서 모든 스토리텔링은 일종의 각색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을 토대로 허천은 “각색을 각색으로서 다루기”를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허천은 우선 장르나 매체 대신 참여 양식mode of engagement 범주를 대안으로 도입하고, 각색의 세 가지 유형(‘말하기↔보여주기’, ‘보여주기↔보여주기’, ‘상호작용하기↔말하기・보여주기’)과 관련해서 형식의 문제를 검토한 뒤, 광의의 의사소통 맥락(각색자, 청중, 맥락)에 관해 설명한다. “2판 서문”에서 허천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규범으로 자리잡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특히 주목한다. 여기서 각색은 서사나 스토리의 각색이 아닌 스토리 월드의 각색, 말하자면 ‘월드 빌딩(world building)’으로서 재규정된다. 한편 시오반 오플린의 “에필로그”는 허천의 각색 이론이 예술 장르들 또는 매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각색뿐만 아닌, 팬 커뮤니티, 소셜 웹, 마케팅, 사회적 실천, 아이 패드 등 여러 분야를 횡단하는 각색에 대해서도 여전히 설명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허천의 각색 논의는 우선 뉴 미디어 시대 확장된 각색 인식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특히 ‘각색자’와 ‘청중’ 개념에 대한 강조는 뉴 미디어 시대 ‘청중’의 참여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한 데 기인한 것으로서, 소위 ‘저자의 죽음’이라는 이론적 공리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모든 작품의 상호텍스트성을 강조함으로써 작품들, 장르들, 매체들 간 위계를 무너뜨리는 각색의 정치는, ‘저자’로서의 ‘청중=각색자=주체’이 수행하는 ‘월드 빌딩’ 작업이 실제 세계의 위계관계를 무너뜨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키워드

각색 이론, 각색자, 청중, 참여 양식, 상호텍스트성, 스토리텔링, 트랜스미디어

참고문헌(11)open

  1. [단행본] Linda Hutcheon / 2013 / The theory of Adaptation /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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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단행본] 헨리 젠킨스 / 2008 / 컨버전스 컬처 / 비즈앤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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