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연구에서는 『마인』에만 집중되었던 식민지 시기 김내성 소설에 대한 연구 관행을 반성하고, 중일전쟁 이후의 탐정소설인 「백가면」(1937), 『마인』(1939), 「태풍」(1942 -43), 「매국노」(1943-44)의 일련의 대중소설을 하나의 계열체로 간주하며 검토하였다. 식민지 후반기에 유행하였던 스파이 담론과 일본 제국의 이데올로기였던 대동아공영권론에 부응하는 김내성의 스파이-탐정소설은 식민자에 대한 모방과 새로운 주체 형성의 욕망이 투영된 대중 서사이다. 특히 본 연구가 중점적으로 분석한 「태풍」은 『매일신보』(1942.11.21~1943.5.2)에 연재된 후 1944년 단행본으로 간행되어 초판 8천여부가 한 달여만에 매진된 인기 대중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내용은 식민지 조선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상해 등의 세계 도처를 배경으로 조선인(일본인), 중국인, 서구인 등의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 신무기를 둘러싼 첩보전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통해서 전쟁이 확대시킨 지정학적 상상력과 대동아 전쟁의 이념이 추리라는 대중서사의 코드를 통해서 어떻게 대중과 접속하게 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진주만 공습, 싱가폴 함락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緖戰의 승리’의 열기 속에서 창작된 이 소설은 ‘대동아’의 이념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친일적’이라고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동시에 ‘대동아’의 중심, 세계 재편의 물리력의 핵심에 조선과 조선인 과학자를 배치함으로써 조선을 새로운 세계의 주체로 기입하고자 하는 식민지인의 식민주체로의 신생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식민지 말기 한국문학의 제국적 주체 형성의 문법을 공유하고 있다. 해방 이후 김내성은 연애소설의 대가로 새로운 명성을 획득했지만, 『청춘극장』(1949)을 비롯한 잡지 『아리랑』 소재의 「붉은 나비」(1955)에 이르기까지 식민지를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 탐정소설의 영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키워드

김내성, 「태풍」, 스파이(담론), 탐정, 방첩, 대동아, 심상지리, 추리기법, 제국적 주체, 젠더정치학

참고문헌(26)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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