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영상 시대에 연극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을 정화하고 회복시키며 치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은 배우의 연기를 통한 인물의 진정성에 따라 극중 상황에 몰입하여 그것과 상호 역동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 극중극은 주제의 효과적인 구현과 반복, 거울 효과를 통한연극성 자체에 대한 탐색으로 연극으로 연극을 말하는 메타드라마의 주요 기법이다. 메타드라마는 현실과 환상의 상관관계, 현실과 환상의 교차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세계인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인물들의 내면의 문제와 밀착된 극중극을 통한 추체험과 그것을 통한 변화는 연극이 인간 영혼을 회복시키는 매체임을 확인시킨다. 극중극을 통과하면서 변화하는 인물, 자아정체성의 회복은 연극의 본질을 재현하면서 자기반영적 연극의 특성을 동시에 드러내게 된다. <슬픔의 노래>의 박운형은 광주에서의 상처를 그로토프스키의 <아크로폴리스>, 가난한 연극의 무대를 통해 견뎌낸다. 극중극을 통한 반복은 배우로서의 그를 지탱하는 힘이 되며 그것이 가해자로서의 죄책감이든 살해의 쾌감이든 유혈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자가 겪어내야 할 슬픔의 노래인 것이다. 연극 <슬픔의 노래>는 고통을 체현하는 예술가의 자기성찰이라는 원작의 주제와 연극의 본질을 동시에 탐색한 작품이다. <상사주>는 피터 쉐퍼의 <Lettice and Lovage>를 한국적으로 번안, 공연하여 관객의 공감을 획득한 연극이다. 연극적 감수성이 뛰어난 한주연은 극중 연극을 통하여 현실의 의무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는 지상애를 회복시킨다. 관광 안내라는 일인극을 시점으로 작품 속에는 여섯 번의 극중극이 다양한 형태로 극의 구조와 인물의 성격 속에 접합되어 있다. 극중극을 통해 중층적으로 확대되는 극의 기본주제는 연극의 우월한 힘과 연극성의 승리에 대한 것이다. 한주연의 연극적 열정은 결국 극의 모든 인물을 그녀에게로 끌어당기는 힘이 되며 화해와 정서적 공유로 확대된다. 그녀의 극중극은 여러 층위의 의미망을 형성하면서 연극의 제반 요소에 대한 탐색과 연극의 창작 기법, 연극 철학에 이르기까지 메타드라마로서의 작품의 성격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고아뮤즈들>은 미셀 마크 부샤르의 <Les Muses Orphelines>를 번역 공연한 작품으로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상처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네 명의 자녀들에 관한 연극이다. 회복의 매개는 극중극이다. 엄마의 삶을 그린 아들의 소설을 재현하면서 진행되는 극중극 속에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원망과 사랑이 공존하는 가운데 교차되고 그러한 과정을 통과하면서 과거는 재해석 된다. 극중극 형식의 연극적 제의를 치르면서 이들 자녀만이 아니라 극에서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부재의 엄마도 함께 부활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세 편의 연극은 각기 소설 각색과 한국적 번안극, 번역극으로 이들의 원작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대표작들이다. 이들은 모두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인간과 역사,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이는 문제작들이다. 인물들은 극중극 형식의 연극을 통하여 회복되고 치유되며 자아 정체성을 찾아 나감으로써 연극의 긍정적 가치를 증명해낸다. 극중극의 다양한 기능과 미학적 활용을 통한 연극장르 자체에 대한 다각적 접근은 한국 창작극 발전에 고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극중극, 연극제 제의, 치유, 메타드라마, 정체성

참고문헌(18)open

  1. [기타] 정찬 / <슬픔의 노래> 공연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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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단행본] 미셀 마르크 부샤르 / 2009 / 고아뮤즈들 / 지식을 만드는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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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학술지] 이선화 / 2007 / 아다모프Adamov의 후기극에 나타난 극중극의 양상 / 한국프랑스학논집 57 : 179 ~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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