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안동의 국학진흥원은 2001년부터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상북도지역의 책판 조사 사업을 벌렸다. 그리고 책판을 수집 보존하는 사업도 함께 하였다. 그 결과 대략56,700여 점의 책판이 수집되었다. 본고의 목적은 이렇게 수집된 책판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다. 목판의 인쇄방식은 전통시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서적간행 방식으로 인식되었다. 왜냐하면 목판은 활자 인쇄방식에 비하여 반영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중요한 문헌일수록, 또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문헌일수록 책판의 방식을 선택하였으며, 활자 인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높은 비용을 감수하였다. 국학진흥원 소장 책판의 성격을 규명한다는 것은, 이 책판의 생산지인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상북도라는 권역이 가진 기록 문화의 특징을 밝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양한 지역의 매우 많은 문중에 의해서 조선 중후기에 판각되고 보관되어 온 책판이 수집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시공적인 망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학진흥원 소장 책판은 77%가 문집류이다. 일반적으로 사부분류 중에 집부의비중은 40% 정도인데 비하여, 77%는 그 수치로 보아 거의 배에 해당한다. 이는 국학진흥원 소장 책판의 가장 커다란 특징이다. 문집은 인물을 중심축으로 하여 생산된 문헌이다. 국학진흥원이 수집한 책판은대부분 문중으로부터 기탁받은 것이다. 따라서 책판의 간행에 선조의 업적을 높이기 위한 출판외적 목적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해당 인물의 분포가 인물의 중요도에 따라서 선정된 한국문집총간 수록인물의 시대별 분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후기로 내려 갈수록 발달한 활자 인쇄방식은 출판 비용을 낮추었고, 따라서 많은 출판물들은 활자로 간행되었다. 문집총간에 수록된 문집들도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책판의 방식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국학진흥원 소장 책판은 오히려 19세기에 급격하게 책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책판 방식이 가지는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남의 향촌에서 책판을 택하고 있다는 것은 이 지역이 가진 기록문화에 대한 높은 열정과 풍부한 문화적 역량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국학진흥원 소장 문집류 책판은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상북도 지역의 문헌 생산과 유통의 특징을 잘 간직한 하나의 문화적 실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

출판문화, 기록문화, 책판, 목판, 문집, 실기, 안동, 영남, 국학진흥원

참고문헌(8)open

  1. [단행본] 허전 / 2008 / 성재집 / 한국고전번역원

  2. [단행본] 한국국학진흥원 / 2008 / 동아시아의 목판인쇄 / 한국국학진흥원

  3. [보고서] 한국국학진흥원 / 2008 /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목판 상세조사 보고서』 上·下

  4. [단행본] 한국국학진흥원 / 2006 / 『책판목록집』 1·2 / 한국국학진흥원

  5. [단행본] 한국국학진흥원 / 2006 / 『경북지역의 목판자료』 1·2·3·4 / 한국국학진흥원

  6. [단행본] 김종석 / 2008 / 한국책판의 특징과 한중일 비교. in: 동아시아의 목판인쇄 / 한국국학진흥원

  7. [학술지] 신승운 / 2001 / 유교사회의 출판문화 / 대동문화연구 39

  8. [학위논문] 서정문 / 2006 / 조선중기의 문집편간과 문파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