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한국영화의 중흥기로 규정되는 1950년대 후반, 악극단 배우들의 장기와 할리우드 뮤지컬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을 솜씨 있게 버무린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에서는 매우 드물었던 코미디영화의 유행을 이끈 <청춘쌍곡선>이었는데, 그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악극단의 인기 스타였던 홀쭉이 양석천과 뚱뚱이 양훈을 대동한 ‘무대인사’였다. <청춘쌍곡선>은 거의 1년 내내 개봉관과 재개봉관을 돌며 무대인사와 함께 상영되었고, 이후에 개봉한 많은 영화들이 이를 따라 실연무대를 진행했다. 이 글은 식민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무대인사/실연무대의 기원을 찾고, 실연무대가 본격적으로 재등장했던 1957년부터 1960년대 초까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그 변화양상을 추적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1950년대 후반 극장들이 관객들의 수요와 영화계 내외적 조건의 변화 양상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면서, 새로운 상영 방식과 무대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적극적인 생성의 장으로 기능했음을 밝히고자 했다. 영화에 덧붙여진 볼거리로서의 ‘실연무대’는 실상 영화가 처음 상영되었던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단편과 초단편으로 이루어졌던 초기영화들은 신파극, 쇼, 마술, 노래 등 다양한 볼거리, 즉 ‘어트랙션’과 함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고 이는 장편영화가 등장할 때까지 지속된 관행이었다. 영화전용관이 등장하고 장편영화가 극장의 기본 프로그램이 되고 난 뒤에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어트랙션이 다시 극장의 주요 볼거리로 등장했던 것은 1940년대 초반부터였다. 미주유럽에서 시작된 무대인사의 관행과 조선영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도입된 일본영화의 어트랙션이 각광을 받았던 것이다. 이후 해방기와 전쟁기를 거치는 동안 한국영화 제작과 상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미국영화와 공연이 극장을 양분하면서, 어트랙션은 또 다시 영화와 분리되었다. 무대 인사를 비롯한 실연무대가 한 번 더 극장의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였다. 1950년대 후반은 우선, 1954년 국산영화에 대한 면세 정책 시행과 지정좌석제, 교차입장제 등이 실시되었고 한국영화 제작 편수가 급증하며 관객들의 숫자와 극장의 숫자 또한 대폭 늘어나면서 한국영화산업이 정비되고 발전하던 시기였다. 또한, 식민시기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대중문화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던 악극단의 많은 인력들이 영화로 이동하던 시점이었으며, 악극단 대신 여성국극단, 창극단, 쇼단, 악단 등이 급증하는 등 대중문화 시장이 다양화되면서 한층 활기를 띠어가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시기적 변화와 맞물려, 악극단의 스타들을 기용한 영화들이 그들을 또 다시 무대에 세워 진행한 실연무대는 복합적인 대중연예의 산물이자 악극의 관객을 영화의 관객으로 견인하는 매개였다. 특히 실연무대의 주인공이었던 코미디 배우들은 스크린과 무대, 현실을 오가며 입체적인 오락의 공간을 창출했다. 한편, 1950년대 후반의 극장이 영화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이었다면, 1960년대 초의 극장은 쇼 무대가 자신의 영역을 재구획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1950년대 후반, 영화가 악극을 비롯한 공연양식과 적극 교섭하는 가운데 ‘무대인사’와 ‘실연무대’, ‘동시상연’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어트랙션’의 형식을 실험하고 활용했다면, 1960년대 초 쇼 무대는 영화를 ‘어트랙션’으로 활용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61년 말 쇼를 전담으로 하게 되는 시민회관이 건립되고, 서울 시내 극장들이 영화관으로 빠르게 태세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어트랙션과 쇼 무대는 일반 극장들에서 확연하게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밀려난 어트랙션과 쇼 무대는 지방의 극장들로 넘어가 향후 10여 년 간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어트랙션 쇼의 시대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극장은 다양한 대중문화의 양식들과 인력과 레퍼토리가 교차하고 경합하는 장으로서, 이를 기획하고 펼쳐 놓는 적극적인 생성의 장으로서, 복합적인 문화공간의 역할을 담당했다.

키워드

극장, 동시상연, 무대인사, 실연무대, 어트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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