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고는 <남정팔난기>에 등장하는 다수의 주요 인물들 중 몇몇 인물에 한정하여 이들의 인물형상화 방식과 기법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미 작품 분석이나 소설사적 문제 등 많은 부분에서 연구의 성과가 축적되었지만, 인물형상의 방식이나 의미에 있어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작품의 주인공인 황극의 두 가지 자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연관되는 지 살폈다. 황극은 뛰어난 군담수행능력의 소유자이면서 인덕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전투를 수행할 때는 과인한 무력과 지략을 선보인다. 그러나 용맹한 장수들과 지혜로운 모사들이 모였을 때는 인덕이나 포용력을 바탕으로 전장의 흐름을 판단하고 영웅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요컨대 기본적으로 문무겸전의 영웅인 황극이 많은 영웅들의 중심에 위치하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덕목이 바로 인덕이었던 셈이다. 다음으로 용진천과 호성태, 초운흥과 벽해선의 차이점을 대칭적 구도의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용진천과 호성태는 전혀 다른 기질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대칭적이다. 용진천은 대의를 먼저 고려하는 인물이다. 그가 보이는 대의는 효도, 의리, 명분 등 매우 다양하다. 이로 인해 죽을 고비를 맞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러한 대의는 그의 대장부적인 면모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호성태는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거친 성품이나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때문에 그는 무뢰배적인 기질과 노련한 야심가의 양면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이로 인해 호성태는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질 수 있었다. 초운흥과 벽해선은 행동방식이나 서술의 방식을 다르게 설정하여 각각의 개성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초운흥은 자신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벽해선은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는 방향으로 서술한다. 때문에 초운흥은 여성영웅으로서의 면모가 보다 확실하게 부각되고, 반대로 벽해선은 신비로운 인물로 형상화된다. 한편 <남정팔난기>는 수많은 영웅들이 군담을 통해 지닌 바 영웅성을 발현하는 작품이다. 많은 인물들이 서로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작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들의 개성적인 면모를 드러내려고 하였다. 첫 번째는 인물을 순차적으로 등장시키는 것인데, 주로 기존의 인물이 새로운 인물을 포섭하거나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는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에게 기존 인물들의 역할을 일정정도 분담시키는 것이다. 역할 분담된 영웅들은 기존의 영웅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투를 벌이거나, 아예 군담을 독자적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법적 노력은 <남정팔난기>의 인물이 개성적으로 형상화된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키워드

<남정팔난기>, 군담, 인물형상, 영웅, 인덕, 대의, 욕망, 서술방식, 역할분담

참고문헌(8)open

  1. [학술지] / 1984 / 고대소설과 변신

  2. [학술지] / 1997 / <남정팔난기> 연구

  3. [학술지] / 1998 / <남정팔난기> 연구

  4. [학술지] / 2002 / 조선후기 장편국문소설의 조망

  5. [학술지] / 2004 / <남정팔난기> 영웅 형상과 소설사적 의미

  6. [학술지] / 2002 / 삼국지의 영광

  7. [학술지] / 2006 / <곽분양전> 연구

  8. [학술지] / 전쟁의 역사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