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해방공간 대전에서 문학가동맹 대전지부 위원장을 지낸 염인수의 문학세계를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고, 이를 통해 염인수의 문학세계가 지니는 정체를 규명하는 한편 그간 대전문학사, 나아가 한국문학사에서 배제되어 온 그의 자리를 복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둔다. 염인수 문학의 제1기는 해방공간 대전에서 단편소설을 창작한 시기로, 소설가 안회남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한 뒤 그가 근무하는 농사시험장을 배경으로 노사갈등을 다룬 작품들을 발표한 때이다. 염인수는 자신이 체험한 세계를 소설쓰기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관념적 태도로 계급갈등을 서사화하지 않고 노동자들 내면에 넘치는 생명력을 포착하는 미학적 태도와 감각을 보여준다. 제2기는 좌익작가라는 이유로 숨어 지내던 염인수가 일흔을 넘긴 나이에 2권의 소설집과 1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80년대로, 이 시기 작품에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서사적 반복 행위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염인수는 수필과 소설의 장르 문법을 뒤섞고, 해방공간의 죽음 체험과 자신의 인생 편린을 반복적으로 서사화하면서 그만의 헤테로토피아를 창조한다. 제3기는 여든 이후 지속적으로 수필집을 창작한 시기로. 그는 소소한 일상과 그가 썼던 모든 작품들, 그리고 지나온 인생역정을 반복해서 수필로 기록한다. 그의 다시-쓰기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염인수만의 방식으로서 ‘체험의 표현’이 곧 문학이라는 그의 신념에 근거한다. 그에게 문학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새것찾기’를 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염인수가 ‘새것찾기’로 명명한 탐구의 길에서 그의 글은 비로소 삶과 일치된 육체성을 획득한다. 문학으로 인해 상징적 죽음을 당하고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염인수는 ‘글을 쓰는 자가 결국 작가’라는 명제를 그의 삶 자체로 증명해 보인다. 그래서 그의 글은 관념의 한계를 극복하고 육체성을 획득하는 문학적 이종성의 공간을 만들어내며 그 자체가 보편적 미학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로컬리티의 글쓰기를 실천한다. 따라서 염인수가 지향한 문학은 진화적 시간 개념의 축이 아니라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축 위에 위치한다. 염인수에 대한 정당한 문학적 평가를 바탕으로 그동안 대전문학사는 물론 한국문학사에서 배제되고 지워진 그의 이름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

염인수, 감각적 인식, 체험의 표현, 서사적 반복, 헤테로토피아, 로컬리티, 새 것 찾기

참고문헌(30)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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