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傳’은 실존했던 인물의 일대기를 敍事하면서 문학적 형상을 만들어내는 글쓰기이다. 그러므로 ‘전’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 또는 사물은 立傳對象인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사실 모두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그러나 동물에 초점을 맞추면 그 동물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 즉 靈物로서 그려지기도 한다. 간혹 동물 자체를 입전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져 동물에게 인격체로서의 형상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 경우 주인공이 동물이라는 것만 뺀다면 완전한 한 인물의 ‘전’으로서 인격체를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전에서 묘사되는 동물의 경우에 입전대상인 인물과 갈등을 일으킬만한 이유가 없으며 이미 주체적 언행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조선조의 ‘전’에 나타난 동물의 형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입전대상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조연’이나 ‘조력자’로서 등장하는 感化가 가능한 영물의 형상이다. 앞서 살펴본 호랑이와 말이 그 사례다. 호랑이와 말은 소극적이고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행위를 하고 있다. 조금 적극적으로 보자면, 마치 주체적인 행위를 선택하여 입전대상의 덕성을 부각시키고 도드라지게 하였다. 즉 감화될 수 있는 영물로서의 형상으로 그려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격체로서의 형상이다. 이 경우의 동물은 주체적 행위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매우 능동적으로 그려진다. 달리 말하면 주인공으로서 입전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보다 나은 인격의 실현, 의롭고 현명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형상을 드러냄으로써 독자에게 鑑戒와 敎訓을 준다. 「몽학전」에서는 욕망에 좌절한 인간의 형상으로 묘사되었고. 「의구전」에서는 忠義의 화신으로 형상화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동물의 형상이 ‘도구’ 또는 ‘소품’으로서의 작품 속에 놓이는 경우다. 이때 이 동물은 도구나 소품이기에 주체적인 행위가 있을 수 없고, 서사장치로써 기능만 나타날 뿐이다. ‘사슴’, ‘매’, ‘사냥개’ 등이 그 사례이다. 이 동물들은 작품 속에서 인물의 ‘爲人’을 묘사하는 서사장치로만 기능할 뿐이다. 즉 서사장치로써 기능하는 ‘소품’인 것이다.

키워드

傳, 形象, 靈物, 감화, 인격체, 서사장치.

참고문헌(13)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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