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고는 어숙권이 지은 『패관잡기』의 야사적 특징을 천착한 논문이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먼저 『패관잡기』의 규모와 성격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서 『패관잡기』의 내용과 그 의미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패관잡기』에 드러나 있는 글쓰기 전략과 인식 등을 종합하여 16세기 대표 야사로서 『패관잡기』가 가지는 특징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였다. 그 결과 전체 471항목의 기사 가운데 시화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이 대부분 사실을 기록한 기실(記實)이며, 시화 또한 사실 기술에 바탕을 둔 일화류 시화가 반 이상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패관잡기』가 조선 전기 야사의 자장 안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사실은 그 내용 분석을 통해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는 한중외교사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이 그 구체적 증거가 된다. 『패관잡기』의 야사적 특징은 『패관잡기』의 글쓰기 전략과 그 속에 담겨 있는 인식 등을 통해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어숙권은 『패관잡기』를 기술하면서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논평을 덧붙여 사실을 기록한 목적과 의도 등을 분명히 하였다. 더욱이 『패관잡기』에는 파한(破閑)의 목적성에 부합하는 기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외사(外事)를 기록하여 내사(內事)의 빈틈을 채우고 후세에 경계를 드리워 풍속을 교화하는 야사의 목적성에 충실한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 논평은 야사의 목적성에 부합할 뿐 아니라 어숙권이 외사(外史) 또는 패관(稗官)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패관잡기』를 정리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어숙권의 『패관잡기』는 그 규모와 성격, 내용과 의미, 형식과 인식 등 여러 면에서 야사에 부합하는 텍스트임이 분명해 보인다. 김려가 『한고관외사』를 묶으면서 어숙권의 『패관잡기』를 첫머리에 두고서 “뒤에 난대(蘭臺)의 붓을 맡은 자가 표(表)와 지(志)를 찬술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이 책에서 취하는 것이 반드시 많을 것이다.”라고 규정했던 이유 또한 이를 통해 충분히 가늠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키워드

어숙권, 『패관잡기』, 야사, 기실(記實), 한중외교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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