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에서는 18세기 한글본 연행록 가운데 정녀묘와 천주당 견문 기록을 검토하여 18세기 한글본 연행록에 나타난 글쓰기와 독서 방식의 특징을 읽어내고자 했다. 18세기 그리고 그 이전까지 열녀에 관한 기록과 독서는 일반적으로 전고에 등장하는 역사 속 인물의 삶에 근거하여 입전 대상인 열녀의 삶을 평가하고 기리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하지만 본고에서 검토한 바에 따르면 18세기 한글본 연행록의 작자들은 자신의 관점을 토대로 열녀를 둘러싼 담론들을 읽고 평가했다. 이처럼 열녀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이 정녀묘 견문기를 작성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독자들 역시 이 텍스트를 읽기 위해 전고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연행록을 읽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글쓴이의 개인적인 관점과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18세기 한글본 연행록의 천주당 견문기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검토가 가능했다. 천주당의 회화들은 어떠한 전고도 마련되지 않은 텍스트로 연행사들 앞에 놓였기 때문에 천주당 회화에 대한 기록은 연행사들을 압도한 그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18세기 한글본 연행록에 나타난 천주당 견문기를 대상에 대한 개인적인 미적 체험의 기록으로 정리했다. 또한 이러한 개인적인 미적 체험의 기록을 읽은 독자들이 이제 작자의 경험을 추체험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연행록의 독자들은 중세의 공통 문법에 근거하여 대상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의 기록을 읽고 경험의 주체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그 경험을 자신이 해보았음직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데에서 독서의 의미와 흥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한편 본고에서는 천주당 회화를 보고 연행사들이 느낀 충격을 ‘두려운 낯설음(uncanny)’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연행사들의 미적 체험은 서양인의 재현 능력에 대한 감탄보다는 재현이라는 관념 그 자체의 변화에 대한 충격에 가깝다고 보았다. 18세기는 이전 시기의 보편적 관념 혹은 이후의 새로운 세계관 어느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시선이 등장한 시기라는 것이다. 요컨대 본고에서는 18세기 한글본 연행록에서 글을 읽고 쓰는 것이 개인을 드러내고 개인을 읽는 작업으로 변화하는 양상과 조선 후기 재현 방식의 변화에 대한 당대인들의 ‘두려운 낯설음’이라는 반응을 읽어낼 수 있었다.

키워드

한글본 연행록, 정녀묘, 북경 천주당, 서양화, 두려운 낯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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