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현대사회는 의학의 발달로 어느 정도 수명(壽命)이 보장되는 상황이므로, 어떻게 행복한 삶을 영위하느냐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대안의학으로서 진단내리기의 첫 시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이코드라마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상자에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무엇인가를 들뢰즈와 가타리의 ‘~되기’를 통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사이코드라마는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역기능적인 행동을 순기능적인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것은 행위화를 통해 ‘~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 오감을 통해 ‘나’라는 소우주에서 ‘너’를 포함하는 대우주로 전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이룩되었다. 즉 외상을 입기 이전으로 ‘역행한 나’와 타자화되기 이전의 ‘전체성으로서의 너’라는 최초의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바로 인간(人)의 무늬(文)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이코드라마의 ‘~되기’를 통해 전(全) 우주와 전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얻어지는 치유 효과는 인문치료에서 인간의 본성(人文)을 회복하는 것과 상통한다.

키워드

사이코드라마, 자발성, 창조성, 카타르시스, 치유, 역할교대, 인문치료

1. 머리말open

오늘날 건강의 의미는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 그리고 심리적인 건강까지 갖추어져야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 풍조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인문치료·연극치료·미술치료·문학치료·무용치료·음악치료 등 각종 치료가 범람한다. 요즘 TV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번>·<생방송 오늘 아침 - 사랑 더하기>·<긴급출동 SOS 24> 등과 같이 솔루션 형식의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는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치료’ 중 사이코드라마와 그것의 변형된 형태인 플레이백 씨어터를 사용하고 있다.1) 드물게 출연자들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미술치료를 사용하지만 치료 단계로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본고는 ‘사이코드라마’가 어떤 대상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행되며, 그 결과 얻어지는 치료효과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즉, 다양한 ‘~치료’는 저마다의 특성과 효용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각각의 ‘치료’는 대상에 따라 그리고 증세에 따라 달리 사용되고, 그에 따라 치료적인 효능도 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솔루션 형식의 프로그램은 TV라는 매체의 특성 상,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고 증세를 호전시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것이 솔루션 프로그램의 유용성을 증명하는 길이며, 대리만족을 통해 카르시스를 느끼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의 제약이 심한 상태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압박까지 더해지는 상황이기에 짧은 시간 내에 출연자에게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사이코드라마다. 사이코드라마는 단회기로 끝나기 때문에2) 꺼낸 화두를 그 회기내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 사이코드라마의 그러한 속성을 드러내는 것이 사이코드라마 치유모델이다. 골드만이 제시한 사이코드라마 와선모델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상황(Do)에서 출발하여 먼 과거장면(Re-Do)으로 들어가, 현재의 장면(Un-Do)으로 되돌아오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하며, 필요에 따라 역할훈련을 개입시키는 구조다.3) 이처럼 사이코드라마는 프로그램 제작진이 필요로 하는 단 시간 내의 문제 해결이라는 요구에 부응하여, 한 회기내에 출연자[시청자]가 필요로 하는 카타르시스와 역할훈련까지 한다. 사이코드라마의 진행과정과 각종 기법이 치유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데 유용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자에 의해 증명된 바 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사이코드라마 진행과정에 이루어지는 카타르시스·잉여현실·역할훈련 등이 치유적인 효과를 지니며, 기법으로 사용되는 자기노출·역할교대·거울기법 등도 치유적인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4)

이처럼 치료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사이코드라마가 어떤 증세를 보이는 대상에게 효과적인지 증명할 수 있고, 나아가 다양한 ‘~치료’가 제각기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대상과 증세가 무엇인지 밝혀진다면 대안의학으로써 체계적인 처방내리기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고는 한 회기에 종결된다는 형식적인 특성 외에 사이코드라마의 여러 가지 기법이 클라이언트(client)에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각으로까지 발전시킨다고 보았다. 이러한 가설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되기’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졌다. 들뢰즈와 가타리에 의하면, ‘~되기’는 새로운 분자적인 성분을 만들어내는 창조이므로, 모든 되기는 분자적이며 ‘분자-되기’라고 한다. 즉, 어떤 확정된 정체성과 동일성을 뛰어넘는 것이며, 경계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다.5) 따라서 ‘~되기’를 통해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대상으로 될 수 있다. 다른 대상으로 ‘~되기’는 자기 울타리와 주변부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태에서 성취될 수 있으며, 자신을 버려야 전체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사이코드라마의 역할교대다. 역할교대는 단순히 다른 사람과 역할 교대만 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 실현되는 것이다. 모레노는 이러한 상황을 상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만남’이라 규정했다.6) 최헌진은 ‘뫔굿’7)을 통해 ‘~되기’는 ‘나 아닌 것 되기’를 넘어서 자신의 인격을 되찾는 과정이며,8) 생성의 과정이라 보고‘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과9) 달리, 본고는 ‘전체성의 회복’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이코드라마 진행과정에 경험하게 되는 ‘카타르시스’는 백여 년 동안 정신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환자를 정서적으로 깨끗이 하는(Emotional purge)’이라는 의학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카타르시스에 대해 정의했는데, 캘러먼은 저장된 내용물(content)을 정서적 표현으로 풀어놓는 것(release)이라고 했으며, 모레노는 정신적(mental) 카타르시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충분히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의 정신적․ 문화적 증후군으로부터 해방(liberate)되고 정화(purge)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헌진은 켈러먼이 정서적 표현이라는 협의의 정의를 내린 데 비해, 모레노는 정신적․문화적 증후군이라는 광의의 정의를 내렸다고 평가하며, 자신은 두 정의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몸을 통한 제반 요인들의 강렬한 방출 및 그 순간의 정신상태라고 정의내렸다.10) 따라서 본고에서 사용되는 정신적 카타르시스와 정서적 카타르시스는 선행연구자들이 사용한 정의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대안의학으로서 ‘~치료’가 강세를 보이고 그것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치료’가 어떤 대상에게 적합하며, 어떤 치료적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진 바가 없다. 아직까지 개별적인 사례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적인 사례에 대한 연구가 모여서 이론을 만들어내고, 그 이론의 유용한 쓰임새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의 연구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1) 예외적으로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는 사이코드라마와 플레이백 씨어터 뿐만 아니라, 최면치료·뮤직테라피·분노치료·미술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사용되기도 한다. 윤일수, 「TV프로그램의 사이코드라마 방영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 『한민족어문학』, 60집, 한민족어문학회, 2012.4, 196~197쪽.

2) 통상적으로 한 회기는 집단이 한번 모였다가 헤어지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그 외에 시간을 기준으로 삼거나 주인공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시간이 기준일 경우, 평균 1시간에서 3시간이 소요되며, 주인공이 기준일 경우, 한 주인공이 워밍업을 통해 등장해서 자신의 사이코드라마를 끝내고 집단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다. 최헌진, 『사이코드라마 이론과 실제』, 학지사, 2003, 459쪽.

3) 위의 책, 481쪽.

4) 윤일수, 「사이코드라마의 치유적 요소」, 『인문치료의 이론과 원리』, 도서출판 산책, 2011, 255~273쪽.

5) Gilles Deleuze,· Félix Guattari, 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énie 2, Paris: Les Éditions de Minuit, 1980.(김재인 역, 『천개의 고원』, 새물결출판사, 2003.)

6) 모레노의 시 <만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둘의 만남: 눈과 눈, 얼굴과 얼굴/ 그래서 네가 가까이 있을 때/ 나는 너의 두 눈을 뽑아내어 내 눈 속에 넣고/ 너는 나의 두 눈을 뽑아 내어 네 눈 속에 넣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너의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너는 나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공통의 관심사조차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우리의 만남은 그 어떤 속박도, 목표도 갖지 않는다./ 장소도, 시간도 미결정인 채 남겨지고/ 미결정된 우리에겐/ 언어조차 미결정으로 남겨진다. 최헌진, 앞의 책, 53쪽.

7) ‘뫔굿’은 ‘몸’과 ‘마음’의 굿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신조어로, 최헌진이 만든 사이코드라마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다.

8) 최헌진, 「뫔굿-제의적 사이코드라마」,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10권 1호, 한국사이코드라마·소시오드라마학회, 2007.4, 8~9쪽.

9) 최헌진, 「사이코드라마의 과정이론-만남, 생성, 변화 창조 개념-」,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8권 1호, 한국사이코드라마․소시오드라마학회, 2005.6, 7~10쪽.

10) 최헌진, 앞의 책, 278쪽.

2. 사이코드라마의 치유적 성격open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이코드라마는 국내‧외 여러 사이코드라마 전문가에 의해 치유적 사이코드라마를 위한 사이코드라마 모델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이다.11) 이러한 사이코드라마의 진행과정과 적절한 기법의 사용이 주인공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상당히 이루어졌다.12) 따라서 본고에서는 사이코드라마 주요기법인 ‘역할교대(role reverse)’가 들뢰즈와 가타리의 ‘분자-되기’의 철학을 실현하는 것으로 ‘나’가 경계를 풀고 ‘너’와 융화됨으로써, 종전의 갈등상황에서 무장해제 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사이코드라마가 ‘~되기’를 통해 치유를 하는 장르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사이코드라마는 전문가로써 디렉팅을 하기까지 통상적으로 10여년의 훈련기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고난도의 훈련을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분야다. 따라서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 진행되는 사이코드라마야말로 사이코드라마가 지니는 치유적인 특성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 본고에서 사용되는 사이코드라마는 최헌진· 김세준· 윤일수 등이 디렉팅한 것으로, 최헌진은 40여년의 경력을 가진 수련감독 사이코드라마전문가(TEP)며, 김세준 역시 20여년의 경력을 가진 수련감독 사이코드라마전문가(TEP)고, 윤일수는 10여년의 경력을 가진 1급 사이코드라마 전문가(CP)다. 본고에서 사용되는 최헌진의 사례는 1990년대에 실연되어 출판된 축어록을 사용했으며, 김세준의 사례는 TV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것을 사용했으며, 윤일수의 사례는 녹음 후 축어록으로 작성한 것을 사용했다. 최헌진과 윤일수의 사례는 전 과정을 담고 있으며, 김세준의 사례는 편집분으로 일부 과정만 담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3명의 디렉터가 진행한 사이코드라마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디렉터가 달라도 치유효과가 같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2.1. 문제 시점으로의 회귀, 역행한 ‘나-되기’

최헌진의 디릭팅 사례는 1990년대 중반13),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폐쇄집단에서 2시간동안 진행한 것이다. 주인공은 어릴 때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죽는 것을 목격한 뒤 죄책감 때문에 죽은 여동생과 밀착관계가 형성되어 신체화(Physicalizing)14)를 보이고 있다. 디렉터는 현재의 상태(Do)를 장면으로 만든 후, 현재의 문제를 발생시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그 상황을 재경험(Re-Do)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주인공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Un-Do)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1>. 최헌진 디렉팅의 사이코드라마

디렉터는 인터뷰를 통해 주인공이 현재 심각한 신체화를 보이고 있음을 탐지하고,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한 신체화는 10살때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러한 상황을 유발시킨 하느님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주인공의 경험을 교정한다.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형태로 교정하는 것이다. 즉 주인공은 과거에 여동생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한 존재였으나, 디렉터의 지지와 격려에 의해 새롭게 행동함으로써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주인공은 잉여현실을 통해 트럭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스탠버그와 가르샤에 의하면, 억눌린 정서를 배출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위안과 가치를 갖게 한다고 했다. 그동안 문제 상황을 올바로 바라보고, 자발성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던 요소가 제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5) 자발성이 회복되어 에너지를 높여주기 때문에 정서변화가 일어나, 창조성의 근원을 자극하여 힘을 불러일으키고 에너지와 자신감을 재충전한다고 했다.16) 이에 모레노는 자발성이란, 자신을 초월하고 새로운 상황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며, 주인공이 속한 구조들을 변화시켜 새로운 역할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17) 즉 그동안 주인공은 여동생조차 지킬 힘이 없음을 자책하며 무력감에 빠져 있었는데, 교정적 재경험을 통해 여동생을 지켜주는 경험을 함으로써 생기를 되찾는다. 이처럼 사이코드라마는 신체활동을 통해 종전까지 가지고 있던 감정을 새로운 감정으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주인공의 감정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Pt.15 : (동의를 구하는 표정으로 Dr.를 바라보며) 앉아도 되죠? 기대고 싶어요. 힘이 없으니깐. 손발이 차가워지고 몸이 얼어 버리는 것 같아요. ……(중략)……

Pt.21 : 앞이 안 보여요.18)

Pt.15와 Pt.21에서 주인공은 여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으로 신체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인공은 과거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동생이 죽은 트라우마로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무기력해져 자발성 제로19)상태가 되었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 몸이 얼어버리는 증세 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증세도 보였다. 이러한 증세가 나타나게 된 근원적인 원인을 찾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사이코드라마가 진행된다.

Dr.29 : (Pt.를 바닥에 눕히고, 관객에게 요청하여 몇 명이 Pt.를 움직일 수 없도록 누르게 한 다음, Pt.의 더블이 되어 독백, 주문을 외듯이) ‘나는 가끔 어머니 방, 동생 방에 앉아 있다. 그러면 참담해지고 양손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서 눈물이 글썽이고, 나는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진다.’ ……(후략)……

Pt.29 : 어쩔 수 없었어요.(울부짖는다.)

Dr.30 : 울고만 있을 거야? 반응을 하라니깐. 어떤 반응이라도 좋아. ‘안 들을 거야!’ 해! ‘그러면 안 돼!’, ‘그럴 수 없어!’ 해.

Pt.30 : 안 돼! (울부짖으며, 누르고 있는 보조자에게 빠져나오려 발버둥치며) 이렇게 끝나면 안 돼! 이렇게 모든 게 끝나 버리면 안 돼!…….

Dr.31 : ‘그럴 수 없어.’라고 해!

Pt.31 : 살고 싶어. 힘을 쓸 수 없어. (울부짖으며) 제발 좀 놔라! 이렇게 끝나 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구! (보조자에게서 빠져나와 벽에 기댄다.) 조금 보인다. 손이 조금 뜨거워진 것 같아요…….

Dr.29와 Dr.30에서 디렉터는 상황을 설정하여, 주인공이 신체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주인공은 자극을 받게 되자, ‘Pt.29 < Pt.30 < Pt.31’과 같이 ‘자신의 처지에 대한 울부짖음 < 압박으로부터 탈출의지 보임 < 압박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함’ 등과 같이 신체적인 압박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집단이 만든 압박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육체적인 힘을 많이 사용하는 과정에 Pt.31과 같이 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경험은 몸이 차가워지고 굳어지는 평소의 신체반응과 상이한 새로운 경험이다. 같은 상황에서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험은 패턴화된 행동양식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차가움’에서 ‘뜨거움’으로 변화되는 신체적인 경험을 몸이 기억함으로써, 유사한 상황이 되면 몸이 그 기억을 재연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신체적 압박으로부터 탈출하게 되자, 그동안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아무 것도 안 보이던’ 상태에서 ‘조금 보이는’ 상태로 변한다. 몸과 심리상태는 동반자적인 관계에 놓여 있으므로 신체적인 반응이 변하면 심리상태도 더불어 변한다. 모레노에 의하면 몸과 마음은 서로 연계되어 있기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은 예기치 못한 내면의 깊은 부분을 건드리게 된다고 한다. 이 순간 찾아오는 카타르시스는 단순한 감정의 분출을 넘어서는 ‘정신적 카타르시스(mental catharsis)’다. 이처럼 행위화를 통해서 발생하는 카타르시스는 단순히 보고 듣는 것[언어]에서 비롯되는 것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한다. 마치 강줄기처럼 강한 물줄기 안으로 모든 부분적인 카타르시스들이 흘러들어가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20) 이러한 행위화는 주인공의 자발성을 올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치유받고자 하는 의지를 행위화 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주인공의 자발성을 한층 높여주는 형태다.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수동적인 방어라면, ‘위협물 퇴치하기’는 능동적인 방어로 한층 높은 자발성이 요구된다.

Dr.36 : 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트럭을 막아 봐. (지지하며) 10살이라도 할 수 있어. (Dr.는 관객 가운데 여러 명을 동원해 커다란 인간트럭을 만들고, 앞에 단단한 벽을 세운다. 트럭을 가리키며) 트럭이 오고 있는데 어떻게 할래? …… 뭐 해?

Pt.36 : 음…….

Dr.37 : (던질 만한 소품을 손에 쥐어 주며) 눈 감고 던져.(Pt.가 트럭을 향해 소품을 던진다.)

Pt.37 : 이제 보고 던질 수 있어.(Pt.가 트럭을 향해 소품을 던진다.)

Dr.38 : 이제 쳐 봐……. (격려하며) 할 수 있어.

Dr.39 : 자 이제 트럭이 다시 올 거야. 그때 내리쳐!

Pt.39 : (트럭이 Pt.를 향해 달려오고, Pt.는 울부짖으며 트럭을 연거푸 내리친다.)

Dr.40 : 봐! 네 몸이 굳어지지 않잖아. 이제 정말 무시무시하고 까만 트럭이 올거야. (다짐하듯) 할 수 있지?

Pt.40 : 한번만 다시 할게요. ……(중략)……

Pt.41 : (트럭을 막아서며 소리친다. 트럭을 몽둥이로 내리치기 전보다 훨씬 커진 목소리로) 오지 마! (트럭이 무대에서 사라진다.) 이젠 지킬 거예요. 오는지 안 오는지.

주인공은 10살 때 여동생이 트럭에 치여 죽는 모습을 보며 신체화가 일어났다. 앞서 이루어진 상징적인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에 성공함으로써 신체화에서 벗어난 주인공은 자신을 압박하는 과거의 기억을 교정하고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기회를 가진다. 다가오는 트럭에 움직이지 못하던 10살 아이의 기억이 ‘눈감고 물건을 던져 다가오는 트럭 막기 < 눈뜨고 물건을 던져 다가오는 트럭 막기 < 몽둥이로 내리쳐 다가오는 트럭 막기’와 같이 대처하는 강도가 점차 강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처음 물건을 던져 트럭을 막는 행위는 디렉터의 지시에 의한 비자발적인 것이지만 Pt.37에서 ‘눈을 뜨는 것’과 Pt.40에서 ‘다시 한번’ 하는 행위는 자발적인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적인 회피(avoidance)21)로 인하여 그간에 두려운 상황이 되면 앞이 안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트럭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눈을 뜨게 된다. 즉 그간에 주인공을 압박하던 외상 때문에 현실을 회피했으나 역행된 ‘나-되기’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행동변화는 주인공의 자발성이 높아짐으로써 종전과 다르게 반응하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모레노(Moreno)에 의하면, 자발성이 충만한 상태에서는 새로운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익숙한 상황에 새롭게 반응한다고 했다.22) 또한 주인공이 자발적으로 트럭을 퇴치하는 행위를 되풀이 할 의지를 보이는 것 역시 충만한 자발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반복되는 행위는 강화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잉여현실을 통해 여동생을 트럭으로부터 지켜내는 행위를 해봄으로써 여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그동안 죄책감 때문에 죽은 여동생과 분리되지 못 했는데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죽은 여동생과 분리된다. 여동생을 떠나보내는 행위는 여동생에게 못 다한 사랑을 한껏 나누어주는 행위를 통해 실현된다. 치료란, 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에게 잠재되어 있는 창조적 가능성을 계발하는 것이라는 융의 정의처럼,23) 주인공은 디렉터의 인도에 따라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것이다.

Dr.51 : 조금 있으면 여동생을 저 하늘로 보낼 겁니다. 언니!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화장터까지 갈래요? ‘몸이 안 움직인다.’ 그랬잖아요……. 일어서 봐요. ○○야! 언니한테 힘 좀 줘.

Pt.52 : (일어서며) 한번만 안아 볼래요.

Dr.52 : 평소 마음속으로 많이 안아 봤어요?

Pt.53 : 아니요…… 지금…… (동의를 구하는 표정을 짓는다.)

Dr.53 : 무서울 건데.

Pt.54 : 안아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울면서 여동생의 시신을 안는다.) (오랜사이) ……(중략)……

Pt.63 : 네가 가야 돼. 내가 ○○에게서 자유로워지지.

주인공의 죄책감은 그동안 여동생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죄책감을 떨쳐버림으로써 여동생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게 되고, 여동생을 떠나보냄으로써 여동생과 분리된다. 게슈탈트 심리학식으로 표현하면, 미해결 과제가 있는 상태에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데,24) 죽은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미해결과제가 해결됨으로써 동생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Pt.68 : 하느님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화가 막 나요. 두들겨 패고 싶어요. “당신 이 전지전능하다면 이런 일은 만들지 말았어야지. 왜 너 마음대로 해. 뭐가 거룩한 것이야. (몽둥이를 들어 계속해서 의자를 내리치며) 난 정말, 당신을 증오하며 살 거야. 내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당신한테 대항하는 거야……(울부짖으며) 만들지 말았어야지. 왜 데려가? 당신 손아귀에서 당신 마음대로 돼야 해?” …… (중략) ……

Dr.70 : (Pt.의 더블) 당신이 인간을 죽이기 전에 내가 내 자신을 죽일 거야! 가끔 마비되고…….

Pt.70 : 그래도 억울해서……. (비꼬듯이) 사랑? 좋아하네! (소리치며) 나는 너라는 것도 이기면서 살아갈 거야! 두고 봐!

또한 주인공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여동생의 죽음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막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저항을 하며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자신이 사라져간다는 상상과 함께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이상증세를 보여 왔다. 이것은 하느님에 대한 분노에서 발생한 저항(resistance)25)의 일종이다. 그런데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자 신체화가 사라지고, 죽은 여동생과 분리되어 그동안 억압하고 있던 하느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게 되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분출할 수 있는 건강한 심리상태를 회복한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보살피고 치료하는 자립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치료자는 주인공의 자립능력을 일깨워주고 본래의 능력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면 된다.

다음은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회복한 주인공이다.

Dr.80 : 올라가면 누구 만날 건데?

Pt.80 : 구름은 둥실둥실. 구름 위를 날아다닐 거야. 만나는 사람들이나 만나지.

오틀리에 의하면, ‘치유하다’의 어원은 ‘흠 없이 온전함’을 뜻하는 ‘건강한’ 이므로, 치유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치료라고 규정했다.26)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평소에 혼자 있을 때 몸이 얼어붙고 앞이 보이지 않는 신체화로 회피반응을 보이던 주인공이, 더 이상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은, 주인공 본연의 건강한 모습을 회복하여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자발성을 회복한 것이다. 바로 치유가 된 것이다.

2.2. 적대자와의 참만남, 일체화된 ‘너-되기’

윤일수의 디렉팅 사례는 2010년대 초반,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12회기 동안 진행된 통합예술치료 중 한 회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진석(가명)은 부모가 이혼위기에 놓여 있으며, 어머니와는 밀착관계에 놓여있고, 아버지와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한 적대관계에 놓여있다.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그 모습을 그대로 닮은 자신을 바꾸고 싶어한다. 윤일수에게 상담을 받게 된 것은 자발적인 방문으로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표 2>와 같다.

<표 2>. 윤일수 디렉팅의 사이코드라마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없애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이코드라마에 임했다. 따라서 디렉터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사이코드라마는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고 아버지와의 좋았던 기억을 회상함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없애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이코드라마에 임했다. 따라서 디렉터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사이코드라마는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고 아버지와의 좋았던 기억을 회상함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Dr.26 : 가장 서운한 게 뭐야.

Pt.16 : 잘못한 걸 몰라요. 잘못을 인정을 안 해요. …… (중략) ……

Pt.18 : 인정도 안하고, 자기가 바람피는 건 인정은 하는 데 정식으로 사과를 안해요. 그리고 욕하고 때리고. 생활비도 지가 주고 싶을 때만 주고.

Pt.22 : 야, 니가 생활비를 안 줘서 중학교 때 얼마나 힘들었는데. 니땜에 내가 고생한 게 얼만데. (Pt가 바타카를 치면서 운다.) 니땜에 엄마까지 망가지고. …… (중략) ……

Pt.23 : 니가 돈을 안 줘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학교가 오만원을 주면서 전교생 앞에서. 오만원을 주면서 전교생 앞에서 못 사는 애 준다고 줬어요. 그때 아빠는 바람폈고.

Dr.40 : …… (전략)…… 최근에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예요?

Pt.30 : (한참 생각하다가) 아버지가 교회에서 쇼할 때. …… (중략)……

Pt.31 : 교회에서 나오는 길이었어요. 차가 와요. 사람이 못 와요. 알아서 가면 돼요. 그런데 괜히 나서 가지고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을 잡아가지고.

Dr.42 :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Pt.32 : 쇼한다고.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폭력적임 ⇨ 인정 안 함 ⇨ 쇼를 함 ⇨ 생활비 안 줌’ 등으로 이유가 옮겨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자신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했다는 것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진다. 그 과정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표 3>. 주인공의 투사와 전치 과정

즉 주인공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버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기 욕구의 반영이며, 쇼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아버지가 생활비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전교생 앞에서 5만원의 장학금을 받게 되어, 주인공을 가난한 집안 아이로 낙인찍히게 만든, 교장선생님 쇼의 구경거리가 된 것에 대한 분노다. 이처럼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사(projection)27)이자, 교장선생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전치(displacement)28)다. 이러한 행동은 주인공의 무의식세계를 반영한 것이다. 진석은 자신의 무의식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무의식적 요소를 아버지에게 투사했던 것이다. 융에 의하면 지각하지 못한 자신의 결점 때문에 남을 공격하고 비난하며 나무라는 데, 자기인식은 이런 투사의 정체를 알게 해준다고 한다. 즉 더이상 타인을 향하여 비난하고 조소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개선되고 조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29)

이처럼 무의식세계에 자리 잡은 해묵은 분노를 쏟아낸 뒤, 아버지와의 역할 교대를 통해 아버지의 진심을 느껴보도록 했다.

Dr.135 : 자, 진석아. 길 건너야지.(차가 오자, 아버지가 길을 건너는 진석이의 손을 잡는다.)

Dr.136 : 아버님, 20살인 진석이의 손을 잡으셨는데, 왜 잡으셨어요?

아버지35(Pt.) : 다칠까 봐 걱정이 돼서요. ……(중략)…… (역할 교대한다. 디렉터는 차가 되어 길을 걸어가는 Pt.와 보조자 앞에서 급정거한다. 보조자가 Pt.를 잡는다.)

Dr.139 : 아니야. 네 아빠 교회사람들 앞에서 가우 잡으려고 하는 거야. 너 바보냐. 너 다칠까 봐 그러는 거 아냐. 교회사람들 앞에서 잘 보일려고 그러는 거야. 너 20살인데 길도 못 건너냐?

Pt.137 : 아니에요. 내가 정말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종전까지 주인공은 아버지가 교회 앞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쇼’로 받아들였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 표출된 상태에서 역할교대를 통해 직접 아버지가 돼 봄으로써 아버지의 마음은 자식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만 머무르던 세계가 ‘너[아버지]’로까지 확장되어, 아버지에 대한 감정상의 변화가 일어나자 Dr.139의 자극에 대해 Pt.137는 확고한 신념을 담아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진심을 옹호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감정변화로 일어난 카타르시스 경험은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기억만 연상하던 Pt를 긍정적 기억을 연상하도록 변화시켰던 것이다.

Pt.123 : 아빠가 힘드는 줄 알아요. 옛날에 아빠 밑에서 일주일 동안 일했는데,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아빠가 아르바이트비로 20만원 줬는데, 그때 아빠 힘든 것 알고, 엄마한테 아빠 정말 힘들더라. 이제부터 엄마편 안 들고 중립에 서겠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막 화냈어요.

Dr.129 : 제일 좋았던 기억은?

Pt.130 : 초등학교 때 권투하고 좋았어요.

Dr.130 : 초등학교 때 좋았어?

Pt.131 : 아, 정말 초등학교 때는 좋았어요.

Dr.131 : (Pt.와 보조자의 손에 천을 둘러준다.)

Pt.132 : 아, 정말 그때는 좋았어요. ……(중략)……

Pt.134 : (웃으면서 권투를 한참 한다.) 아, 하하하.

아버지31 : 권투!

Pt.135 : 옛날에는 개 데리고 산책도 자주 하고 정말 좋았어요.(Dr. 강아지를 만들어 준다. Pt.와 보조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다정하게 산책을 한다.)

Pt.123과 같이 주인공은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하는 고마운 아버지’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Dr.129의 자극에 의해 Pt.130과 같이 그동안 무의식 세계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에 대한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것을 Pt.134과 같이 몸으로 느껴봄으로써 주인공에게 아버지는 Pt.135과 같이 감정적으로 좋은 아버지로 다가온다. 이처럼 역할교대는 주인공에게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함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놀라움을 경험하게 한다. 그 결과 주인공에게 새로운 통찰력이 생겨 본래 자기의 역할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훨씬 역동적이 된다. 즉,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알고 있던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묘사하면서 자발성(spontaneity)30)과 창조성(creativity)31)이 발현되는 것이다.32) 이로 인해 주인공은 종전과 다르게 아버지를 대할 수 있게 된다. Pt.123에서 부모 중 누구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에 서겠다는 진석에게 화를 내는 어머니처럼, 주인공은 종전까지 아버지를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타자화시킴으로써 대립관계였다. 진석은 역할교대를 통해 직접 아버지가 되어봄으로써 아버지가 가족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김진석은 ‘아버지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현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사라져 편안한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무엘이 언급했던 영적 탐구를 통해 우주와의 일체감을 추구함으로 그동안 조건 지어진 억압상태로부터 각성을 추출해내는 것이며,33) 그동안 진석의 의식 속에 왜곡되었던 아버지를 본래의 상태로 회복시켜 놓은 것이다. 들뢰즈의 표현을 빌자면, 종전까지 존재했던 주관적인 느낌들을 전복시키고, ‘나’와 ‘너’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탈영토화 시키는 것이다.34) 그래야만 비로소 ‘가족’이라는 우주로 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 상처의 포용, 전체화된 ‘가족-되기’

김세준의 디렉팅 사례는 2011년 7월 8일에 방영된 SBS Plus <미워도 다시 한번> 2기 부부 솔루션 중 대학생 부부와 성격차이 부부의 사이코드라마다. 먼저, 대학생 부부는 아내 곽새롬(22세)이 남편 전상건(21세)을 때리는 형상이다. 곽새롬은 어린나이에 학업과 육아를 비롯한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는 버거움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전상건을 때리고, 전상건은 가장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가정을 포기하고 싶어한다. 현재 이혼숙려기간에 있으며 솔루션 참가는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마지막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체적인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표 4>. 김세준 디렉팅의 대학생 부부 사이코드라마

부부이혼 극복 솔루션의 형태로 진행되는 <미워도 다시 한번>은 TV라는 매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사이코드라마의 일부 편집분만 방영한다.35) 따라서 사이코드라마 전 진행과정을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사이코드라마를 하기 전에 곽새롬과 전상건이 이혼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이코드라마를 하고 난 후, 딸을 위해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하여 사전/사후 간에 감정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대학생 부부는 학업과 육아 그리고 집안살림을 겸해야 하는 현실에 버거움을 느끼고 있으며, 그 버거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하려는 상황이다.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곽새롬은 현재 느끼는 버거움이 가장 역할을 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중압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전상건은 ‘힘들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자신들이 겪었던 상황을 어린 딸에게 대물림시키지 않기 위해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것으로 마음이 변한다.

이와 같이 ‘이혼을 해야겠다.’에서 ‘가정을 지켜야겠다.’로 마음이 변하게 된 것은 곽새롬과 전상건이 ‘가정’에 대한 감정이 변했기 때문이다. 가정의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했던 두 사람에게 가정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곳이었으나, 힘들었던 기억을 분출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자, 종전까지 자신을 억누르던 가정의 중압감은 사라지고 아무리 힘들더라도 지켜야 하는 소중한 곳으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되는 어린 딸의 존재를 보면서 그 결심을 확고히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종전까지 김새롬은 전상건에 대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가족의 일원으로 바라보기보다 아이 때문에 어쩔 수없이 사는 존재로 인식했으며, 전상건은 가족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버려야할 존재로 인식했다. 배우자를 타자화 시켰던 고착된 인식은 예림과의 역할교대를 통해 전체성으로 받아들인다. 즉 종전까지 가족은 자신의 안일을 위해 가족은 해체하고 싶은 존재에서, 함께 가꾸어 나가야할 공동운명체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즉 인식의 차원이 ‘나’에 머무르지 않고 ‘나’를 넘어서 ‘너’를 포함하는 ‘우리’로 확장되고 있다. 바로 ‘~되기’를 통해 영역이 확장됨으로써 감정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다음, 성격차이 부부인 겉멋에 죽고 사는 조범일(26세)과 생활고에 찌든 김지혜(25세)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하는 관계다. 김지혜는 홀로 가계를 책임지고 있어 생활고에 찌든 상황이고, 조범일은 전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서로를 타자로 인식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5>. 김세준 디렉팅의 성격차이 부부 사이코드라마

성격차이 부부의 사이코드라마는 진행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지혜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어릴 때부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으며, 현재도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못한다. 감정을 억누르고 분노를 억누르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고착된 것이다. 그 결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보다 가족해체를 통해 힘든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김지혜의 감정상태가 변하는 과정이다.

Dr. : 너무 힘들 때 포기하고 운적 없나요?

Pt. : 많아요. 그럴 땐 떠나고 싶어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아이와.(역할 교대한다.)

Pt.(보조자) : 아빠를 떠나 우리 둘이 살까?

민재(Pt.) : (고개를 가로 젓는다.) ……(중략)……

민재 : 아빠랑 셋이 같이 살고 싶다. 난 아빠도 필요하단 말이에요.

Pt. : 엄마 혼자 못 살아. 엄마랑 같이 가야 돼.

김지혜는 민재와의 역할교대를 통해 종전까지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던 세계에 머물렀으나, 아들과 남편에게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세계에 머물게 되었다. 즉 인식의 폭이 소우주에서 대우주로 확장된 것이다. 종전까지 타자화되던 남편도 확장된 세계 안에서는 더 이상 타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가족공동체로 묶여진다. 남편은 더 이상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힘을 합쳐 함께 살아가야할 동반자가 되었다. 최헌진의 표현을 빌자면, 서로가 창조자가 되어 ‘너’와 ‘나’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36) 이러한 ‘~되기’에는 자신과 구별된 주체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항은 나름대로는 그것의 주체이고 그것과 공존하며 그것과 블록을 이루는 다르게 되기 속에서만 포착되기 때문이다.37) 그 결과 종전까지의 ‘남편=싫은 존재’라는 고착된 인식에서 탈피하여 남편과 사랑으로 맺어지던 최초의 상태로 돌아가 남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Pt.는 아들 민재가 되어 아빠에게 이야기한다.)

민재(Pt.) : 엄마가 혼자 일하니깐, 힘들어서 아빠한테 투정부리는 건데 아빠가 안 받아주고 대충 넘어가니까 엄마가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진심으로 얘기하고 일도 해서 엄마한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중략)…… (Pt.는 원하는 남편상과 대화를 한다.)

남편 : 힘이 되는 남편이 될게. 우리 아들을 위해 당신 힘이 되어 줄게. 그리고 포근히 안아 줄게.

Pt. : 나도 믿고 기다려 볼 테니까, 내 믿음을 배신하지 마.

‘가족’이라는 공동체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김지혜는 민재와의 역할 교대를 통해 남편에게 속마음을 솔직히 드러낸다. 민재 역할을 통해 ‘김지혜’라는 분명한 경계를 가지는 울타리를 허물고 ‘조범일’이라는 또다른 우주를 받아들임으로써 ‘가족’이라는 전체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코네이의 주장에 비추어 본다면 ‘김지혜’를 혼란에 빠뜨리는 ‘조범일’이라는 괴물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으며, 그 순간 스스로와 화해하고 타인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38) 민재역할을 맡았을 때, ‘조동일’에 대한 감정이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가정에서 범일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솔직히 이야기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잉여현실을 통해 이상적인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말을 들음으로써 사이코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이혼을 원하던 감정과 다르게 남편을 믿고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감정이 변한다. 이처럼 사이코드라마는 주인공의 감정을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다음, 조범일은 어린 시절 불행했던 기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자 하는 염원에서 늘 웃지만, 그것은 아내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이혼으로 치닫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Dr. : 웃으니까 좋은 데 힘들어요?

Pt. : (시작과 동시에 웃음이 나와 멈추지 못하고) 제가 항상 장난식이어서.

아내 : 장난같지? 웃음이 나와?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진지하게 들어주면 안 돼?

주인공은 어릴 때 웃는 날이면 늘 맞았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우스운 것을 봐도 웃지 못하고 장난도 치지 못하는 불행한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후 막연히 웃으면 행복해질 것 같아서 항상 웃게 되었는데 진지하지 못하고 장난스럽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켈리만의 이론에 의하면, 조범일처럼 부적절한 상황에 나오는 웃음은 자기 정체감과 의미 있는 타인과 공감을 나누는 능력 손상된 데 원인이 있다고 한다.39) 따라서 주인공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불행한 기억에서 빠져나와 외상을 치료해야만 현실부적응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행한 과거로부터 빠져나오는 작업은 ‘26살 범일’이 ‘7살 범일’을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꺼내는 것으로 행위화했다.

Pt. : (7살의 범일에게) 이리 와. 이리 오라고. 고통 속에서 벗어나 현실로 나와. 범일아, 일루 오라고. 잘 참았잖아. 아무도 없어도 잘 참았잖아. 행복해져야지. 웃는 날이 올 거잖아. 범일아……. (눈물을 흘리며) 이제, 어둠 속에서 나와 범일아…….

이처럼 행동과 언어를 모두 이용한 사이코드라마는 마음·사고·언어·감각운동·근육조직·인체·생리현상 등 모든 과정을 통합하므로,40) ‘7살 범일’이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행위화는 ‘26살 범일’을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해준다. 뒤이어 아버지와의 참만남을 시도함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아버지(Pt.) : 아빠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것 아니야. 엄마도 없고 어디가도 알아주는 사람 한 명도 없고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 거야. ……(중략)……

아버지(Pt.) : 범일아, 어렸을 때 아빠가 미안했어. 잘 해주지도 못하고 매일 때리기만 하고 미안하다 많이.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너는 아빠가 왜 그랬는지.

조범일의 기억에 아버지는 폭력을 행사하는 무서운 존재로 고착되어 있다. 그런데 아버지와의 역할교대를 통해 아버지와 참만남을 한다. 참만남은 ‘지금-여기(here & now)’상태에서 역할 교대를 통해 만나는 것이다. 바로 분리된 개인적인 수준으로부터 가장 의미있는 양자관계의 수준으로 그리고 대인관계 수준으로 확장된다고 한다.41) 역할교대를 통해 만나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독립된 개체로서의 ‘나’와 ‘아버지’로서 만남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우리’로서 만나는 것이다. 조범일은 아버지와의 참만남을 통해 아버지의 참모습과 참마음을 알게되었다. 그것은 아내와의 참만남으로까지 확장된다. 그 결과 아내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나누어져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고, 종전의 장난스런 태도에서 벗어나 진지한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이처럼 ‘~되기’를 통해 나를 확장하여 ‘나’를 넘어 ‘너’와 하나가 되는 ‘아버지’와의 전체성 경험은 그 영역이 더욱 확장되어 ‘아내’와의 전체성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던 것이다.

11) 위의 책, 474~482쪽.

12) 이러한 연구로는 홀랜드(Hollander, 1969)의 ‘사이코드라마 커브’, 페졸드(Petzold, 1979)의 ‘통정적 사이코드라마’, 키퍼(Kipper, 1986)의 사이코드라마 과정, 골드만(Goldman, 1984)의 ‘사이코드라마적 와선 모델’, 최헌진(2003)의 ‘치유적 사이코드라마 모델’ 등이 있다. 윤일수, 「사이코드라마의 치유적 요소」, 『드라마연구』, 26집, 한국드라마학회, 2006.6, 251~252쪽.

13) 사이코드라마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실연된 정확한 연도를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다.

14) 심리적 갈등이 감각기관, 수의근육계 외의 신체증세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무석, 『정신분석에로의 초대』, 도서출판 이유, 2006, 190쪽.

15) Patricia Sternberg & Antonina Garcia, SOCIODRAMA: WHO’S IN YOUR SHOES?, Westport, Ct, USA: Greenwood Publishing Group,1989.(조성희· 김광운, 『사회극을 통한 우리들의 만남』, 학지사, 1999, 49~50쪽.)

16) 위의 책, 280쪽.

17) Bernadette Hoey, Who calls the tune? -A psychodramatic approach to child theapy, Routledge, 2008. (김세준, 『누가 아이의 마음을 조율하는가-아동심리치료와 사이코드라마』, 울력, 2011. 45쪽.)

18) 여기서 사용되는 텍스트는 최헌진의 『사이코드라마 이론과 실제』, 학지사, 2003, 688~699쪽에 게재된 사례로, Dr.은 디렉터(direct)의 약자(略字)며, Pt.는 주인공(protagonist)의 약자다.

19) 자발성 제로의 상태란, 어떤 현실도 보지 않으려고 하는 생명없는 사회적 죽음과도 같은 인간의 로봇화를 말한다. 최헌진, 앞의 책, 40쪽.

20) Hoey, 앞의 책, 55쪽.

21) 회피(回避)는 위험한 상황이나 대상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무석, 앞의 책, 199쪽.

22) 위의 책, 47~48쪽.

23) Phil Jones., Drama as Therapy: Theatre as Living, Ulyuck Publishing House, 2005(이효원 역, 『드라마와 치료』, 도서출판 울력, 2005, 25쪽).

24) 김정규, 『게슈탈트 심리치료』, 학지사, 2009. 115쪽.

25) 저항(抵抗)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억압된 자료들이 의식으로 떠올라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무석, 앞의 책, 189쪽.

26) Jones, 앞의 책, 25쪽.

27) 투사(投射)란 자신이 비의식에 품고 있는 공격적 계획과 충동을 남의 것이라고 떠넘겨 버리는 정신기제다. 이무석, 앞의 책, 170쪽.

28) 전치는 원래 비의식적 대상에게 주었던 감정을, 그 감정을 주어도 덜 위험한 대상에게로 옮기는 과정이다. 위의 책, 175~176쪽.

29) Calvin S. Hall,·Vernon J. Nordby, A PRIMER OF JUNGIAN PSYCHOLOGY, arrangement with Dutton, 1973(김형섭 역, 『융 심리학 입문』, 문예출판사, 2006, 85쪽).

30) 자발성은 우주 만물의 변화와 운동의 근원적인 힘이요 약동하는 생명력 혹은 인간의 타고난 원초적인 힘을 의미한다.

31) 창조성은 자발성이 최상에 이른 것을 말한다.

32) Hoey, 앞의 책, 52~53쪽.

33) Seymour Boorstein, Transpersonal Psychotherapy,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1997(정성덕 역, 『자아초월 정신치료』, 중앙문화사, 2006, 38쪽).

34) Deleuze·Guattari, 앞의 책, 444쪽.

35) 편집분만 방영되는 것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시간적인 제약을 받는 데 기인하기도 하고, 사이코드라마의 집단상담적 성격상 사생활보호를 중시여기는 데 기인하기도 한다. 윤일수(2012), 앞의 글, 195쪽.

36) 최헌진, 앞의 책, 121쪽.

37) Deleuze·Guattari 앞의 책, 453쪽.

38) Richard Kearney, STRANGERAS, GODS AND MONSTERS, Routledge(이지영 역, 『이방인·신·괴물』, 개마고원, 2004, 114쪽).

39) Peter Felix Kellermann, & M. K. Hudgins, Psychodrama with Trauma Survivors : Acting Out Your Pain, Jessica Kingsley Publishers, 2000(최대헌·조성희·이미옥 공역, 『트라우마 생존자들과 심리극-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 학지사, 2008, 134~135쪽).

40) 김수동·이우경, 『사이코드라마의 이론과 적용』, 학지사, 2004. 26쪽.

41) Marcia Karp·Paul Holmes, and Bradshaw Tauvon,, The Handbook of Psychodrama, Routledge, 1998(김광운·박희석 외 공역, 『심리극의 세계』, 학지사, 2005. 68쪽).

3. 맺음말open

본고는 각종 ‘~치료’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상자에게 사이코드라마를 적용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들뢰즈와 가타리의 ‘~되기’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사이코드라마는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이, 현실부적응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카타르시스를 통해 외상을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시행한다. 사이코드라마는 ‘~되기’를 통해 외상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즉 사이코드라마는 적대자(antigonist)에 대한 고착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문제를 유발하던 상황에서, 감정의 변화를 통해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새롭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둘째, 최헌진이 디렉팅한 사이코드라마 사례는 어릴 때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당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던 죄책감 때문에 신체화를 일으키던 주인공이, 잉여현실에서 동생을 향해 달려오는 트럭을 물리침으로써 신체화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즉 주인공은 역행된 ‘~되기’를 통해 외상으로 인해 현실부적응행동을 보이던 것에서 벗어나 자발성이 충만한 자기를 회복하고 창조적인 삶으로까지 나아갔다. 그 결과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신체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셋째, 윤일수가 디렉팅한 사이코드라마 사례는, 싫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하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제거한 후, 아버지와의 참만남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이다. 즉 주인공은 ‘~되기’를 통해 아버지와의 참만남을 가지게 되어 종전까지 ‘나’에게만 머물던 세계가 ‘아버지’까지 확장되는 경험을 통해, 타자화되었던 아버지와 일체감을 형성한다. 그 결과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제거되어 아버지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다.

넷째, 김세준이 디렉팅한 사이코드라마 사례는 이혼위기에 놓인 부부들이, 가정이란 자신을 속박하는 짐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던 종전까지의 부정적인 감정을, 함께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이다. 즉 이혼위기의 부부들은 종전까지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던 소우주의 단계에서 전체성을 인식하는 대우주의 단계로 세계를 확장시키면서 감정상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아내는 남편에게 책임감이 생기고 진지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겠다고 했고, 남편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어 진지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다섯째, 사이코드라마는 어떤 대상이나 문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역기능적으로 행동하는 주인공이 그것에 대한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꿈으로써 순기능적으로 행동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이것은 행위화를 통해 ‘~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 오감을 통해 ‘나’라는 소우주에서 ‘너’를 포함하는 대우주로 전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이룩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상을 입기 이전으로 ‘역행한 나’와 타자화되기 이전의 ‘전체성으로서의 너’라는 최초의 형태를 회복함으로써 성취되었다. 즉, 인간(人)의 무늬(文)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코드라마의 ‘~되기’를 통해 전(全) 우주와 전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얻어지는 치유 효과는 인문치료에서 인간의 본성(人文)을 회복하는 것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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