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 논문은 그 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소설 『고독한 산』의 소개에 힘입어 신경림 문학의 서사성을 재고하고자 했고, 그의 소설을 검토함으로써 소설부터 시작된 문학세계의 서사화 과정과 그 내적 논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지녔다. 이 때 장르의 혼합성을 살펴본 슈타이거와 장르의 차이를 규명한 조동일의 논의에 근거해서, 문학적인 변모과정에 나타난 혼합 장르적인 특성을 주목했다. 그 결과 순수서정시→소설→서사적인 시→서사시로 전개되는 문학의 장르 선택과 변화 과정에서 서정적인 감성을 핵심으로 놓고서 서사적인 대립구조와 극적인 현장성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서서화를 진행했음을 검토할 수 있었다. 먼저, 소설 『고독한 산』은 서정적인 감성을 구체화한 서사 장르의 형태임을 확인했다. 이 소설은 「갈대」로 대표되는 자신의 순수서정시・실존주의시에 대한 불만과 그 대안의 성격을 지녔다. 「갈대」의 세계는 실존주의적인 단독자가 지닌 고독의 감성을 형상화했는데, 그것은 현실추상적인 것이었다. 신경림은 자신의 소설 속에서 현실추상적인 고독의 감성을 각 인물이 처한 사회 현실의 맥락에서 구체화했다. 주인공 종구를 비롯해서 다양한 인물이 자기 계층의 현실 속에서 고독의 감성을 보여줬다. 이 때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고독의 감성을 너무 전경화하다 보니 서사적인 장르가 지녀야 할 대립구조가 약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의 소설은 서사 장르적인 파탄에 이른 습작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문학세계에서 서사가 들어오게 된 최초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1965∼70년대의 시편을 모은 시집 『농무』는 서사적인 대립구조 속에서 서정적인 감성을 구체화한 혼합 장르적인 특성을 보여줬다. 그가 다시 시를 선택한 것은, 자기 소설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서정 장르에서 극복하고자 한 노력과 관계됐다. 그의 시는 소설에서 미완된 서사적인 대립구조를 강화하면서 그 속에서 서정적인 자아의 주관성을 표나게 드러내는 방식을 활용했다. 1960년대 농촌 사회를 배경으로 한 까닭에 주로 공업화(세계)와 촌민(자아) 사이의 대립구조를 형성했다. 그 대립구조는 표층적 혹은 심층적으로 나타나면서 현실 비판적이거나 냉소적, 또는 자기 원망적이거나 현실 추수적인 감성으로 구체화됐다. 소설의 영향으로 인해서 서사적인 대립구조와 서정적인 감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뤘다. 마지막으로, 서사시집 『남한강』은 세계와의 대립구조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자아의 감성을 삽입시키는 혼합 장르적인 특성을 지녔다. 서사적인 시로는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감성의 변화를 현장감 있게 추적하기 어렵다는 고충은, 서사시를 선택하게 만든 한 동인이었다. 신경림의 서사시는 서정시의 장편화로 부를 수 있는 형식을 고수했기 때문에 작품내적 자아가 직접 말을 하고 자아와 세계의 대결은 그것이 말해지는 현장에서 제시되는 극적인 형태로 서술되었고, 이런 까닭에 현장성이 강조되었다. 서사시 「새재」에서는 주인공 돌배가 1인칭 ‘나’로 설정되면서 ‘나’가 세계를 인식하고 그것과 대립되는 현장에서 경험되는 생생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 때 서사 장르적인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그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이후의 서사시 「남한강」과 「쇠무지벌」에서는 3인칭을 택했고, 세계와 자아의 대화뿐만 아니라 화자의 서술과 합장단의 합창까지도 입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신경림 문학의 서사성은 소설이라는 서사 장르에서부터 발생했고, 소설의 장르적인 문제점과 그 특성을 보완・강화하면서 심화되었다는 점에서 다시 주목되어야 한다. 그의 문학은 서정적인 감성의 시로 출발했지만, 그것이 지닌 현실추상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서사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정적 감성을 구체화하고자 소설을 선택했고, 서사 장르적인 파탄을 넘어서고자 서사적인 대립구조를 강화하고 그 속에 서정적인 감성을 삽입시킨 서사적인 시를 모색했으며, 시대적인 현실 속에서 생생한 감성의 변화를 추적하고자 현장성이 두드러진 서사시를 추구했다. 신경림은 그의 문학세계에서 여러 장르를 거치고 혼합시키면서 서정적인 감성을 서사화했던 것이다.

키워드

『고독한 산』, 서사성, 혼합장르, 서정적 감성, 대립구조, 현장성

참고문헌(25)open

  1. [단행본] 신경림 / 1975 / 농무 / 창작과비평사

  2. [기타] 신경림 / 1958 / 『고독한 산』, 『대구일보』, 1958.9.16-1959.2.14

  3. [단행본] 신경림 / 1987 / 남한강 / 창작과비평사

  4. [학위논문] 강정구 / 2003 / 신경림 시의 서사성 연구

  5. [학술지] 고형진 / 서사적 요소의 시적 수용 / 한국어문교육 (3)

  6. [단행본] 김준오 / 1990 / 한국현대쟝르비평론 / 문학과지성사

  7. [학술지] 김홍진 / 신경림 시의 장르 패러디적 특성 / 한국어문학 23

  8. [단행본] 남송우 / 1998 / 서사시,장시,서술시의 자리(한국 서술시의 시학) / 태학사

  9. [학술지] 민병욱 / 1993 / 신경림의 남한강 혹은 삶과 세계의 서사적 탐색 / 시와시학

  10. [학술지] 박혜숙 / 신경림 시의 구조와 담론 연구 / 문학예술 (13)

  11. [단행본] 백낙청 / 1975 / 발문, 신경림, 농무 / 창작과비평사

  12. [단행본] 백낙청 / 1973 / 시인과 현실(좌담) / 신동아

  13. [단행본] 신경림 / 1991 / 우리시의 정체성을 생각한다 / 현대시

  14. [단행본] 신경림 / 1995 / 삶의 길, 문학의 길(대담) in : 신경림 문학의 세계 / 창작과비평사

  15. [단행본] 신경림 / 1986 / 신경림의 시세계와 한국시의 미래 / 오늘의 책

  16. [단행본] 염무웅 / 1982 / 서사시의 가능성과 문제점 (한국문학의 현단계1) / 창작과비평사

  17. [단행본] 유종호 / 1995 / 서사 충동의 서정적 탐구(신경림 문학의 세계) / 창작과비평사

  18. [단행본] 윤영천 / 1995 / 농민공동체 실현의 꿈과 좌절(신경림 문학의 세계) / 창작과비평사

  19. [단행본] 이시영 / 1990 / 70년대의 시 / 동서문학

  20. [단행본] 조동일 / 1977 / 한국소설의 이론 / 지식산업사

  21. [단행본] 조연현 / 1954 / 실존주의 解義, 1950년대 전후문학비평 자료2 / 월인

  22. [단행본] 한만수 / 서정, 서사, 서경성의 만남 / 순천대학교논문집

  23. [단행본] 한수영 / 2000 / 한국현대비평의 이념과 성격 / 국학자료원

  24. [단행본] E. Steiger / 1978 / 시학의 근본개념 / 삼중당

  25. [단행본] P. Hernadi / 1983 / 장르론 /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