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김수영은 서양의 문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현대’의 근본적 양상과 궁극적인 경지를 추구하였는데, 서양의 문학은 그러한 경지 그 자체는 아니었으나 그곳에 가 닿기 위한 범례적 태도를 제공하였다. 그 태도는 “자기 배반의 문학”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었는데, 김수영은 그것을 현대의 명령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현대의 명령을 그는 랭보, 카뮈, 미셀 뷔토르 같은 프랑스 작가·시인에게서 배웠다. 하지만 프랑스 문학에 대해 김수영은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분명 그는 문학적 지침을 프랑스 문학으로부터 끌어왔다. 그러나 프랑스 문학의 실제에 대해서는 야릇한 거부감을 노출하였다. 그는 프랑스의 문학인들이 멋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그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멋의 현시가 아니라 멋의 ‘강행’이었다. 그리고 그 점에서 프랑스 문학은 진정한 문학적 태도로부터 거리를 둔 것처럼 느꼈다. 그러한 김수영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 게 쉬페르비엘의 시에 대한 그의 반응이다. 그는 쉬페르비엘 시의 연극성에 반했었다. 그런데 자신의 매혹을 되짚는 과정에서 김수영은 쉬페르비엘의 매력이 연극성뿐만 아니라 연극성을 관조하는 속취로부터 온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조의 의식이 결여되면 연극성은 싸구려 통속성으로 전락한다는 것도 간취하였다. 따라서 연극성에는 그것을 관조하는 의식의 동반이 필수조건이 되었는데, 그것은 김수영이 생각하는 ‘미를 강행’하는 문학과 어긋나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수영은 1961년 경 쉬페르비엘에게서 떠나 영국적인 특징이라고 그가 생각한 ‘상식’과 ‘평범’의 문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결심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곳으로 가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로 있었다. 그러다가 1966년 칼톤 레이크가 쓴 「자코메티의 지혜」를 읽고 번역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그는 결정적인 영감을 얻는다. 그는 거기에서 자코메티가 자신과 거의 동일한 문제와 씨름해왔다는 것을 발견하는 한편, 자신은 해결책을 찾지 못한 반면, 자코메티는 그것을 나름대로 모색해왔다는 것을 알게된다. 자코메티의 해결책은 ‘한 사람을 그림’으로써 ‘진정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는데, 김수영은 이로부터 영감을 받아, ‘낡은 것을 그림’으로써 새로운 것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혼융이라는 방법론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을 그는 ‘자코메티적 변모’라고 명명하는 한편, 그러한 변모가 영국적인 ‘상식’과 ‘평범’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말라르메적 ‘보이지 않음’으로 간 길이라는 걸 암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코메티적 변모가 적용된 시로서 「눈」이 씌어졌다고 밝히고 스스로 그 성취에 환호한다. 1966년부터 그가 타계한 1968년까지의 2년 동안은, 그러나 ‘자코메티적 변모’의 시작 태도가 구체화된 과정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인 것과 자코메티적 변모가 뒤섞여 나타난 과정이었다. 그의 강력한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와 말년의 절창의 시, 「사랑의 변주곡」은 연극성이 훌륭히 적용된 작품이다. 다른 한편, 그의 마지막 시, 「풀」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혼융으로서의 자코메티적 변모를 생각키우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

김수영, 프랑스 문학, 자기배반, 자코메티, 모더니티, 현대, 혼융, 연극성, 쉬페르비엘, 말라르메

참고문헌(7)open

  1. [단행본] / 2008 / 김수영 전집 1 시 / 민음사

  2. [단행본] / 2007 / 김수영 전집 2 산문 / 민음사

  3. [단행본] 김현 / 1991 / 상상력과 인간/시인을 찾아서 - 김현문학전집 3 / 문학과지성사

  4. [단행본] 정과리 / 2008 / 네안데르탈인의 귀향 / 문학과지성사

  5. [단행본] 칼톤 레이크 / 1966 / 자코메티의 지혜 / 세대

  6. [단행본] Supervielle, J. / 1996 / OEuvres po?iques compl?es, ?ition publi?sous la direction de Michel Collot / Pl?ade/Gallimard

  7. [단행본] Girard, R. / 1961 / ensonge romantique et v?it?romanesque / Gras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