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주지하듯이 김소월과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이른바 ‘국민시인’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가슴에 무언가 새삼스레 와 닿게 한다. 물론 오래전부터 두 시인의 친연성이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인식되어 왔다.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당신의 꽃」과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꽃과 여인을 동일시한 대표적인 시다. 「당신의 꽃」에서의 남성 화자가 연인을 꽃으로 동일시했다면, 「진달래꽃」의 여성 화자는 떠나는 연인을 위해 꽃처럼 소멸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통해 스스로 희생한다. 이 두 사람의 시에는 현실주의적인 생활 감정이 반영된 것들도 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집」과 김소월릐「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이 집 없음에 관한 소유의 결핍 감정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경우가 욕망의 차원이 극히 사사로운 데 머물고 있다면, 김소월의 경우는 ‘나’에서 ‘우리’로 복수화되어 가는 과정을 미루어보아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어느 정도 공동체 삶의 집단적인 그리움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사람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노래하기도 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그것이 치명적인 병고의 고통의 현실에서 떠올리는 잃어버린 낙원의 신화와도 같은 것이다. 김소월에게 있어서 유배지를 대유하고 있는 삼수갑산은 하나의 비극의 정점인데, 이것에 대한 대응의 개념으로서의 고향은 존재론적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자유시는 과격한 사상적 경향성이 스며있기도 하다. 사회주의적인 인민성 사상에 이미 기울어져 있거나, 무정부주의적인 테러리즘에 동조하는 느낌을 주고 있는 시도 있다. 반면에 김소월의 경우에는 수고본(手稿本) 장편시로 전해오고 있는「인종」에서 잘 나타나 있듯이, 동시대의 민족주의자들이 제창했던 바, 수양론, 준비론, 점진적인 실력양성론에 그가 상당히 경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그는 단재 신채호 유의 투쟁론보다는 온건한 민족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키워드
김소월, 이시카와 다쿠보쿠, 국민시인, 비교연구, 사랑, 향수, 일본 제국주의,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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